죽음에서 멀어지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유전성 내분비 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폐가 기능을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과거에는 낭포성 섬유증 진단을 받으면 서른 살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지만, 이제는 의술의 발달로 혁명적인 신약과 치료법이 개발돼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비롯해 과거에는 시한부로 살아야 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관리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 만성질환 환자로 살게 되면서 길게는 몇십 년씩 새로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이들에게 대단히 실존적인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이른바 ‘죽음으로부터 탈출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이론적으로 영생을 살 수 있게 되는 인간이 함께 고민해 봄 직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