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의와 평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물밑 경쟁

얼마 전 독일 정부는 빈부격차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동서독 통일 이후 계속해서 심화되던 빈부격차가 2005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통계치가 제시됐지만, 올 가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독일어로 ‘gerechtigkeit’는 ‘정의’를 뜻하는 단어지만 종종 평등과 같은 뜻으로 혼용되기도 합니다. 야당인 사민당(SPD)과 녹색당은 유권자들에게 가장 쉽게 호소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이번에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독일 상원 다수당인 좌파 연정은 연방이 정하는 최저임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소득세와 상속세 증세를 비롯한 부자 증세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파 연정이 이끌고 있는 현 정권이 선수를 치기 쉽지 않은 이슈들을 꺼내든 셈이죠.

현재 연정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과 기사당(CSU), 자민당(FDP)의 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시장경제 원칙을 수호해야 한다고 믿는 자민당은 부자증세 이슈에 명확히 반대하고 있지만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이슈일 뿐입니다. 기민당, 기사당은 보수 정당이긴 해도 각각 가톨릭, 루터교의 원리를 반영하고 있기에 사회 문제에 마냥 보수적인 태도만 취할 수는 없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좌파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최저임금제를 검토하고 있고, 기업 경영자에 대한 연봉상한제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독일 사회의 불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이 집권한 2005년부터 낮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인들의 69%는 소득과 부가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기민당 집권 하에서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믿는 사람들도 2/3나 되지만, 지니 계수는 분명 떨어져 왔습니다. 또 소득불평등 뿐 아니라 사회안전망, 공정한 사법체계, 교육을 비롯한 기회의 평등 등 여러 항목의 사회정의 지수를 측정한 결과 독일은 OECD 국가들 중 7위로 괜찮은 성적표를 받기도 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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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재정 절벽 피하기 위한 부자 증세에 찬성”

재정 절벽을 피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엑손(Exxon)과 같은 대기업 CEO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인 상위 2%에 대한 증세안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제인 연합체 Business Roundtable은 부시 전 대통령이 제정한 감세 정책이 모든 소득 계층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재정 절벽이 정말 현실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온 반응으로 풀이됩니다. 동시에 백안관이 CEO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명한 CEO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자신의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인 밸러리 자렛(Valerie Jarett)은 사적으로 주요 CEO들과 면담을 갖고 있습니다. CEO들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재정 절벽의 여파에 대한 두려움 탓도 있지만, 동시에 정치권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러야만 법인세가 인하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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