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적 정치성향 차이

영국 국회의원들의 지역별 정당분포도를 보면 런던 이남의 남부지역에 할당된 의석 197석 가운데 노동당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10석에 불과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산업도시들이 많은 북서부에서는 보수당 의석이 단 두 석, 스코틀랜드에서는 달랑 한 석입니다. 대처 전 총리의 사망을 둘러싸고 그의 공과에 대한 논의가 첨예하게 엇갈리기도 했지만, 이런 지역적 균열은 영국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대처 집권시절 영국 북서부의 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런던과 남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금융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 부흥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건 사실입니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으로 이어진 노동당 정부는 정부지출을 대폭 늘려 북서부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금의 보수당 정부는 노동당 정부 때 만든 예산을 다시 잇따라 깎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지위에 따라 지지정당이 갈린다는 단순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노동당의 열렬한 지지자인 북서부 부자들이나 덮어놓고 보수당만 찍는 남부의 빈곤층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연방국가라면 지역별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중앙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고 양대 정당이 전국적인 규모로 민의를 모으고 정책을 수립하며 경쟁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역간의 균열이 고착화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서부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보수당도, 런던 남쪽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노동당도 집권해봤자 반쪽짜리 정부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해 국회의원 의석은 한쪽이 싹쓸이하더라도 지방의회나 시장직 등에는 반대편 정당의 정치인들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면 이런 균열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정이 불필요한 양대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소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체 의석의 20% 가량은 중대선거구제로 선출한다면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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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캐머런 총리의 EU 탈퇴 시사 발언의 정치적 풀이

2000년대 초반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파운드화 대신 유로화를 쓰자고 제안했다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반대 속에 철회한 이후로 영국 총리들은 유럽연합과 브뤼셀에 명확한 지지나 반대를 천명하지 않고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 23일 유럽연합(EU) 내에서 영국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재협상을 벌일 것이며 협상 내용을 토대로 늦어도 2017년까지 EU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건 그런 의미에서 보면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또 2015년 총선에서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묻고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그 해 말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보수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부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 EU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야당 노동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절묘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내심 EU에서 탈퇴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노동당 수뇌부의 의견은 EU 회원국 가운데서 ‘하나의 유럽’을 가장 달가워하지 않던 영국 국민들의 여론과 배치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EU에 점점 싫증이 나고 있으며, 갈수록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에서는 보수당의 무리수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국 국민들은 EU 문제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영국독립당(UK Independence Party)도 당장 유럽연합의 미래보다 경제, 실업률, 이민자, 치안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U에 주권을 지나치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보수당 지지자들에게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이 반가웠겠지만,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일자리나 건강보험 등 피부에 더 와닿는 문제들을 제쳐두고 EU 문제를 정치적으로 들고 나왔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이번 발언은 보수당에게도 좋을 것이 전혀 없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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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의회 교토협약 연장 승인

이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는 교토협약 이후의 기후변화협약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가 열립니다. 합의한 내용이 도출되면 2015년까지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2020년부터 교토협약을 대체하는 국제적인 약속으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도하 회의 자체에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던 때에 호주 의회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교토협약 관련 의무사항을 2020년까지 이행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의 95% 수준으로 줄이는 목표를 유지하고, 구체적으로는 탄소세를 도입하고 탄소 배출권를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어 온실가스를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1997년 체결된 교토협약은 여러 나라 의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하고 버려졌는데, 호주에서도 2007년에서야 노동당 정부가 비준에 성공했습니다. 그 뒤 다시 정권이 바뀌어 자유당 정부는 교토협약을 이행하지 않다가 다시 노동당 정부가 된 뒤 협약을 연장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석탄을 비롯한 광물자원이 주요 수출품목인 호주 정부가 석탄 업계의 집요한 로비를 뚫고 협약 사항들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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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좌-우 연정 성사

지난 10년 간 네덜란드에서 극우정당의 입지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유럽에 극렬히 반대하고 이민자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주장하며, 마약과 동성애 문제 등에 개방적인 사회적 전통을 바꾸려 애를 써 왔습니다. 결국 우파 연정에서 극우 정당이 탈퇴하면서 지난 9월 총선이 치러졌고, 그 결과 지난 주 중도 좌-우 정당의 연립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중도우파 자유민주국민당(VVD)의 뤼테 총리와 중도좌파 노동당의 삼솜 당수는 핵심 정책을 하나씩 양보하는 빅딜에 합의했습니다. VVD는 주택담보 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공제를 제한하기로 했고, 노동당은 소득세율을 52%에서 49%로 낮추는 데 합의했습니다. 총리는 뤼테가 그대로 맡는 대신 노동당은 재무장관, 외교장관 자리를 얻었습니다. 극우정당의 득세를 우려하던 국민들은 네덜란드의 “노사 합의 정신이 부활했다”며 일단 연정 구성에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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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드 호주 총리, 정말 여성 권익의 수호자인가?

“야당 당수는 뭐라고 했죠?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은 생각없이 편한 길만 택한다고 폄하했고,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이나 해야 한다는 견해를 굳이 숨기지 않으셨죠. 선거운동 기간엔 저를 향해 뭐라고 했습니까. “마녀를 몰아내자”고 떳떳하게 유세했죠? 이런 여성혐오주의자(Misogynist)가 야당의 당수라는 것부터 저는 굉장히 모욕을 느낍니다.”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노동당의 길라드(Gillard)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야당인 중도우파 자유당 애보트(Abbott) 당수를 향해 말그대로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짧은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사회적으로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관념에 직격탄을 날리는 명연설이었습니다.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로부터 환영 받을 만한 내용이죠. 하지만 두 가지가 길라드 총리를 찜찜하게 만듭니다. 먼저 Misogynist라는 단어입니다. 우리말 사전을 찾아봐도 “여성을 극도로 혐오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뜻으로 나오는데, 야당 당수 개인을 콕 찝어 Misogynist라고까지 말한 건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여당에서는 Misogyny라는 단어 자체를 혐오주의자보다는 “여성에 대한 갖은 편견”을 지칭하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호주의 맥쿼리 사전은 이번 일을 계기로 Misogyny의 뜻을 아예 바꿔버렸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당 하원의장이었던 피터 슬리퍼가 의장실 직원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성희롱 문자를 보냈던 일로 불신임 투표까지 부쳐진 뒤 사임했는데, 길라드 총리는 슬리퍼를 옹호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여성의 권리보다 앞세웠다는 비판이 길라드 총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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