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분류의 글
  • 2014년 7월 30일. [책] “고양이 생각(Cat Sense)”

    나는 고양이가 개보다 더 우월한 동물이라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기를 바랍니다. 한 소설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들은 파시스트들이야… 경찰이 고양이와 함께 범죄자를 쫓는 걸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니?” 이 책의 저자 존 브래드쇼는 위의 말을 인용하지 않고도, 그리고 고양이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주인을 얼마나 혐오하는지를 언급하지 않고도 이 동물의 정신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를 사려깊고 쓸모있게,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브래드쇼가 “개에 대한 변명(In Defence of Dogs)”이라는 책을 내긴 했지요. 하지만 누구나 인생에 한 더 보기

  • 2014년 7월 25일. 연극과 저항의 무대인 올해 아비뇽 연극제

    매년 7월, 중세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은 거대한 극장이 됩니다. 세계 각지의 연극 배우, 연출가, 극작가들이 이 곳에 모여들어, 극장은 물론 교회와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죠. 올해 아비뇽연극제의 총감독을 맡은 올리비에 파이(Olivier Py)가 말하는 아비뇽 연극제의 창립 정신은 민주주의입니다. 1947년 유명한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장 빌라르(Jean Vilar)가 연극제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연극은 극장표를 살 수 있는 부유한 사람들의 문화였기 때문입니다. 빌라르는 문화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에서 연극제를 시작했습니다. 더 보기

  • 2014년 7월 16일. 3D프린터, 포르노 그리고 예술표현의 자유

    지난 7월 14일 도쿄 경찰은 한 여성 예술가를 체포했습니다. 이유인즉 자신이 성기 모양을 본뜬 3D 프린터용 데이터를 다른 사람에게 배포해 외설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요. 그녀의 지지자들은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로쿠데나시코(ろくでなし子)라는 별칭으로 활동해온 메구미 이가라시(42)는 최근 “여성 성기 모양의 카약 보트 제작”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던 중이었습니다. 일본은 포르노 산업이 왕성하게 발달한 곳이지만, 여성 성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포르노 비디오나 사진 등에서 여성의 음부는 더 보기

  • 2014년 7월 16일. 동물원을 살리는 방법들: 사자와 호랑이가 만드는 청바지

    일본의 한 청바지 회사가 동물원의 동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주 진(Zoo Jeans)”은 “맹수가 디자인함(designed by dangerous animals)”이라는 상표를 단 청바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청바지는 타이어에 씌워져 우리 안의 사자들에 던져집니다. 사자들은 이 천을 물고 찢으며, 청바지는 적당히 헤진 패션상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마케팅만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곧 동물들에게도 실질적인 이득이 있습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사자와 다른 육식동물들은 “풍요로운 환경(environmental enrichment)”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극을 얻는 환경을 경험하는 셈이며, 더 보기

  • 2014년 7월 8일. 독일 성매매 산업이 번창하는 이유

    만약 당신이 독일 자를란트주에서 가장 큰 매춘 업소를 찾아 길을 나선다면, 아마도 종국에는 어느 애견훈련소 앞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자칭 ‘건강 휴게실”이라는 이 매춘업소엔 아무런 간판도 표지도 없어서, 내비게이션만으로는 <자르뷔르켄 경찰 경비견 협회> 바로 옆에 있는 이 업소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고개를 돌려 <VIP 클럽>이라는 간판을 따라 은밀한 주차장을 가로질러가서야 마침내 <파라다이스(Paradise)>라는 노란색 간판과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의 큰 손이자 매춘왕인 위르겐 루드로프가 운영하는 이 가게가 초대형 성매매업소로 불리는 데는 더 보기

  • 2014년 7월 3일. 뉴욕타임스 설국열차 리뷰 (전문)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설국열차> 영화평은 국내 언론에 일부 문장이 인용된 바 있으나, 뉴스페퍼민트가 전문을 싣습니다. 테드 길리엄 감독의 명작 <브라질>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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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6월 26일. [책] “센세이션: 신체지능에 대한 새로운 결과들(Sensation: The New Science of Physical Intelligence)”

    만약 전등을 깜박이는 것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든다면 어떨까요? 또는 달콤한 간식을 친구에게 줌으로써 더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면요? 이런 이야기가 다소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고, 듣는 것과 같은 신체적 경험이 우리의 정신 상태에 매우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심리학자들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로벨은 자신의 책 “센세이션”에서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것만큼 신체 역시 정신을 지배한다는 “체화된 인지이론(the theory of embodied cognition)”을 본격적으로 더 보기

  • 2014년 6월 19일. 시대에 따른 죄와 벌

    1765년, 존 와드(John Ward)는 시계와 모자를 훔친 죄로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2년 뒤, 엘리자베스 브라운리그(Elizabeth Brownrigg)는 어린 고아를 수 주 동안 매달고 옷을 벗기고 채찍으로 상처에 피가 터져나올 정도로 고문한 죄로 역시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이 당시 영국사회와 사법제도는 죄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소매치기와 살인자는 모두 사형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60년이 지나지 않아, 살인자는 사형을 당하거나 호주로 귀양보내어 졌으며 소매치기는 벌금만을 내도록 바뀌었습니다. 사형의 기준이 바뀌었고, 폭력 범죄와 비폭력 범죄는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더 보기

  • 2014년 6월 10일. [책] “뇌 전문의들간의 결투(The Tale of Dueling Neurosurgeons)”

    일이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뇌과학자들이 뇌의 기능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주로 사고나 병에 의해 뇌의 기능 일부를 잃은 환자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통해 뇌의 기능을 연구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뇌졸중, 심장발작, 자상, 뇌수술의 부작용을 겪은 이도 있었으며 1미터 길이의 창이 뇌를 통과한 경우와 같이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이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살아남았다”고 말해지지만, 사실 이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그들의 육체는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정신은 사고 전과 달라졌습니다. 어떤 더 보기

  • 2014년 6월 3일. 영어 이름으로 나이 맞히기: 에밀리(Emily)는 17살 소녀, 도로시(Dorothy)는 74살 할머니 이름이에요.

    한국 이름에서 숙자, 경자를 들으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떠오르듯 미국인은 마일드레드(Mildred), 아그네스(Agnes), 에델(Ethel), 블란체(Blanche)라는 여자 이름을 들으면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그에 비해 메디슨(Medison), 시드니(Sydney), 알렉사(Alexa), 헤일리(Hailey)를 들으면 씩씩한 4학년 축구소녀가 떠오르죠. 연도별로 인기가 많은 이름을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는 있지만, 그 이름을 가진 연령대가 평균 몇 세인지 분석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래서 FiveThirtyEight에서 매년 호적에 등록된 이름에서 사망 추정 연령을 제하여 평균 나이를 추정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조세프(Joseph) 라는 이름의 경우, 1914년에 가장 인기가 많았죠. 더 보기

  • 2014년 5월 28일. 위키알리티(Wikiality):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 진실이 결정되는 현상

    2008년 7월, 뉴욕의 열일곱살 학생 딜란 브레브즈는 위키피디아의 긴코너구리(Coati) 항목에 “… 이 동물은 또한 브라질 땅돼지(aardvark)로도 알려져 있다” 라는 내용을 별 생각없이 추가했습니다. 이는 사실 그가 지어낸 내용이었고, 따라서 출처는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있습니다. 그와 그의 형은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를 여행할 때 이들을 보았고 자신들은 이들을 땅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일부러 틀린 내용을 쓴 건 아니에요. ‘브라질 땅돼지로도 알려져 있다’ 는 건 일종의 농담이었죠. 그리고 한 더 보기

  • 2014년 5월 26일. 나쁜 오렌지 껍질 설탕 절임

    내가 약 1년 전 이웃들을 집에 초대했을 때 한 헝가리 출신 물리학자는 자신이 할머니에게 배웠다는 오렌지 껍질 설탕 절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물리학자도 무척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할머니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오렌지 절임을 생각해낸 그 누구 역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 오렌지로 만든 간식은 약간의 날카로운 씁쓸함과 부드러운 하얀 속살, 그리고 쫄깃한 오렌지 색 껍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식사 내내 황홀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