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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10월 29일. 한국의 교육열, 또 하나의 군비 경쟁

    한국의 교육열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습니다. 600년 조선 왕조 내내, 과거 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을 맡는 것은 엄청난 출세를 의미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억눌린 교육열은 이후 더욱 극심한 과열로 이어졌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기존의 사회적 위계 질서가 무너지자,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다시 엄청난 교육열을 낳았습니다. 그 결과 70년대에는 학교가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2부제 수업이 실시될 정도였고, 80년대에 와서는 중학교 진학률이 100%에 육박합니다. 얼마전에 정점을 찍기는 했지만, 대학 진학률도 더 보기

  • 2013년 10월 28일. 한반도에서 삶의 질이란?

    북한에서 강제수용소 생활까지 하다가 2009년 한국으로 건너온 탈북자 김광일씨는 한국이 “축복받은 사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김씨에게도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김씨 뿐 아니라 많은 탈북자들에게 가장 낯설고 어려운 점은 바로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입니다. 북한에서는 끼니 걱정만 하면 되니까 삶이 단순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고 말하는 탈북자들도 있죠. 한국에서 경쟁이 유달리 치열한 이유는 우선 나름 높은 판돈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재벌 대기업 정규 직원이 받는 대우와 소규모 하청 업체 직원이 받는 더 보기

  • 2013년 10월 25일. 푸에토리코는 미국의 51번째주가 될 수 있을까?

    유럽의 재정위기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위기는 대서양 반대편의 작은 국가로 옮겨갔습니다. 정부의 상환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푸에토리코의 국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죠. 현재의 상황은 푸에토리코의 특수한 지위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푸에토리코는 미국령으로, 푸에토리코 주민은 미국 시민이고 달러를 쓰며 연방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하지만 주(state)가 아니기 때문에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고 대통령 선거나 의원 선거에도 참여할 수 없습니다. 부채에 대한 이자에 부과되는 세금 역시 면제이기 때문에, 푸에토리코의 국채는 세율이 높은 더 보기

  • 2013년 10월 24일. 케네디가 보수주의자라니, 무슨 소리!

    아이라 스톨(Ira Stoll)의 어처구니없는 타임지 칼럼(어제자 뉴스페퍼민트에 소개-역주)을 읽고 나서 로널드 레이건이 실은 극렬 좌파였다는 주장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런 식의 논쟁은 공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반박만 해보겠습니다. 우선 케네디의 말 몇 마디를 인용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은 케네디가 상원의원이었던 1960년 8월, 최저임금을 25%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기준법에 찬성표를 던진 후 했던 말입니다. 오늘날 미 의회의 스펙트럼 상에 놓아도 꽤 왼쪽으로 치우치는 발언입니다. “최소 임금이 올라가 구매력이 높아지면 더 보기

  • 2013년 10월 23일. 케네디는 정치적 보수주의자였다!

    -Time지에 실린 Ira Stoll의 칼럼입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사망 50주기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그 이름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시점에, 저는 널리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바로 케네디가 진보주의자였다는 오해입니다. 통상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케네디는 당시의 기준으로나 지금의 기준으로나 정치적 보수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국방 예산을 늘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연방 정부 지출은 엄격하게 관리했고, 경제 성장 정책에 있어서는 정부 부채보다 세금 인하와 그에 따른 자연스런 세입 증가를 강조했습니다.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관세를 인하했고, 국내외에서 더 보기

  • 2013년 10월 22일. 정보 보안 대 언론의 자유, 일본의 선택은?

    1980년대 소련 KGB 요원은 일본이 스파이에게 천국같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정보를 얻어내기가 수월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일본은 정보 누출에 관대한 편입니다. 공무원의 경우 기밀 유출 조항을 위반해도 1년형을 받을 뿐이고, 자위대 장교의 경우에만 5년, 미국과의 안보조약을 위반한 경우에만 10년 형을 받습니다. 911 사태 이후 전 세계의 보안 체계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일본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죠. 최근 아베 정권은 기밀 유지를 강화하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새로운 입법안을 준비하고 더 보기

  • 2013년 10월 21일. 검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작가들의 타협?

    에즈라 보겔 교수의 저서 “덩샤오핑 시대”를 중국어 번역판에는 오리지널 영어판의 일부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중국 언론이 당국의 지시로 80년대 동구권의 분열을 보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나, 천안문 시위 당시 덩샤오핑이 광장을 장악한 학생들에 정신이 팔려 고르바쵸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젓가락으로 집은 덤플링을 떨어뜨렸다는 부분은 중국어판에 실리지 못했죠. 하지만 이 책은 미국에서 3만부가 팔린데 반해 중국에서는 65만부나 팔렸습니다. 보겔 교수는 “아무 이야기도 전하지 못하느니 90%는 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죠. 중국의 출판 시장이 커져가면서 이런 더 보기

  • 2013년 10월 18일. 농구, 왕실의 스포츠에서 대중의 스포츠로

    미국에서는 농구가 길거리 스포츠지만, 부탄에서 농구는 왕족의 스포츠입니다. 뛰어난 외모로 유명세를 탔던 23세의 왕비는 특히나 실력이 좋고, 매일 농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왕과 그의 형제들도 농구를 즐깁니다. 이렇게 수십 년간 왕실의 전유물이었던 농구가 이제는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팀이 한국인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죠. 국제대회에서 1승을 올리는 것이 부탄 국가대표팀의 목표지만, 아직은 3대 3 경기에서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을 뿐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들의 평균 신장입니다. 74만 더 보기

  • 2013년 10월 17일. 21세기에도 국민 동원 강제 노동이?

    해마다 이맘때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목화밭으로 가 목화를 땁니다. 해고나 퇴학의 위협, 나아가 물리적인 폭력에 시달리며 끌려나가다시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준봉건제도와 다름없는 강제 동원의 행태가 여전한 가운데,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오는 해외 원조가 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요? 유니세프와 세계은행은 우즈베키스탄 정부를 대신해 농촌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한 해외 원조 단체에 5000만 달러 규모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더 보기

  • 2013년 10월 16일. 스티글리츠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선택의 산물”

    -뉴욕타임즈에 실린 조셉 스티글리츠의 칼럼입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는 어떨까요? 국가 간의 경제적 차이는 좁혀지고 있을까요? 중진국이나 개도국 내의 소득 차이는? 세상은 보다 평등해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세계은행 소속의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의 최근 연구는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유럽과 북미에서 엄청난 부가 창출되기 시작한 이래,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보기

  • 2013년 10월 15일. 왜 중국은 해외 원조 분야에서 서구를 대체할 수 없나

    언젠가 중국이 쿡아일랜드에 법원 건물을 지어주었는데, 화장실의 구조가 쿡아일랜드인들의 체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해외 원조에 적극 나서기 시작하면서, 서구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원조 분야의 국제 기준과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서구의 해외 원조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정립된 규범과 질서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조 단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수혜국의 시민사회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우수 관행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더 보기

  • 2013년 10월 14일. 미래의 중산층은 현재의 중산층보다 못 살게 된다?

    현 중산층과 빈곤층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현재의 생활 수준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다음 주에 영국 정부가 발표할 보고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와 같은 소득 구간에서 자녀 세대의 생활 수준이 부모 세대에 비해 낮아지는 것은 20세기 초반 이후 100여 년 만에 처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곧 의회에 제출될 이 보고서는 이른바 “쥐어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중위 소득 이하, 하위 10% 이상의 계층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영국과 미국 등에서 국가의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