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
2019년 5월 24일  |  By:   |  과학  |  No Comment

우주에 우리 외의 다른 문명이 있다 해도 그들은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듯 보입니다. 우리를 방문하지도, 연락을 취하지도, 전파를 보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를 엿보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주의 이런 무관심은 마치 우리가 이 우주에서 버려진 존재인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위대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다들 어디 있는거지?”

우리가 그들을 찾으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외계의 지성을 찾는 SETI 프로젝트는 196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폴 데이비스의 책 “침묵하는 우주”는 SETI가 단순한 UFO 관찰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외계의 누군가가 보내고 있을지 모르는 신호를 찾아 하늘을 샅샅이 살피는 진지한 과학자들이라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특이한 전파 신호, 레이저 펄스, 전기 신호를 찾기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어떠한 신호도 찾지 못했습니다. 오직 소름끼치는 침묵만이 있을 뿐입니다.

가장 쉬운 답은 이 우주에 우리 외에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놀랄 일도 아닙니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지능의 탄생은 마치 모 아니면 도같은 일처럼 보입니다. 적절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라 하더라도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합니다. 원시 수프 상태에서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탄생해야 하며 자연 선택이 지휘하는 진화를 통해 지능 검사를 통과할 만한 고등 유기체가 탄생해야 합니다.

물리학자인 데이비스는 두 번째 단계보다 첫 번째 단계가 더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적어도 생명체가 탄생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 일어난 초기 생명체의 탄생이 정말로 우연한 일이며 어쩌면 이 우주의 어떤 행성도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데이비스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는 수억 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뒤에 탄생했지만, 이들이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십억 년이 지만, 겨우 수십만 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즉, 생명체의 탄생은 쉬운 일이지만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지능이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종류의 새들, 특히 까마귀가 원숭이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이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낙지 또한 높은 지능을 가졌습니다. 곧, 조류, 포유류, 연체동물이 모두 나름의 지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어쩌면 적당한 수준의 지능은 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지능으로는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낼 수 없습니다. 까마귀의 지능은 매우 놀랍지만 그들이 전자기학을 발견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복잡한 문화와 탐구심으로 이어진, 인간이 가진 총명함과 같은 지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능은 진화의 역사에서도 매우 특별한 우연으로 보입니다.

즉,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외계의 다른 지능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쪄면 우주에는 낮은 지능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상대를 찾지 않겠지요. 이는 참으로 우울한 결론입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또한, 우리가 우주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해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우주의 침묵은 불길한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도 문명의 발달이 흔한 일이라면, 이런 침묵은 그러한 문명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뒤 얼마 못가 스스로 멸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인류가 영원히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기술적 발전을 이룩한 문명은 전쟁, 질병, 공해 등의 자신을 파괴하는 미래로도 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론은 쉽게 상상의 영역을 포함하게 되며, 데이비스의 설명에도 그런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 중 일부는 상상과 과학의 경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생명의 씨앗으로 바이러스를 보냈을까요? 미래의 지능은 기계 생명을 가지게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목적을 가질까요? 하지만 데이비스는 이런 상상 중에도 과학적 관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는 합리적인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이론적 가능성과 상상의 영역을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아직은 과학적 사실보다 소설이 더 익숙한 이런 분야에서 그의 신중한 태도는 매우 돋보입니다. 만약 당신이 왜 이 우주가 이렇게 조용한지를 한 번이라도 걱정했던 적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당신을 진정시켜 줄 수 있을겁니다.

(가디언, David Papin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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