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이 테러리즘을 대하는 태도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2019년 3월 18일  |  By:   |  세계, 정치, 칼럼  |  No Comment

뉴질랜드는 멀리 있는 작은 나라이고 이번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의 희생자들은 저와 같은 유대인이 아니라 무슬림이었지만, 저는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피츠버그 유대교 예배당 사건 때와 같은 역겨움을 느꼈습니다.

죄 없는 희생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리즘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끔찍합니다. 피부색이나 민족, 성 정체성, 종교로 희생자를 고르는 종류는 특히 악랄합니다. 이런 종류의 공격은 인류 역사에서 유래가 깊은 혐오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30년 전쟁과 나치 홀로코스트, 스레브레니차 인종 학살을 낳은 혐오죠.

하지만 우리는 모든 증오 범죄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에 집중해왔습니다. 9/11 테러는 유례없이 큰 사건이었고,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된 테러 사건, IS의 인종 청소 등을 생각하면 일견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카불과 바그다드에서 뿐 아니라 파리와 올랜도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이 발생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때문에 극우 테러리즘의 위협이 묻혀서는 안 됩니다. 9/11이 미국 역사 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건이었지만, 바로 다음은 1995년 티모시 멕베이에 의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청사 폭탄 테러였죠. 유대인 차별 철폐 운동 단체인 반-명예훼손 리그(Anti-Defamation League)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일어난 427 건의 극단주의자 관련 살해 사건 중 극우주의자가 범인인 경우가 7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극좌파나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지난 달 진보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하던 해안경비대원 크리스토퍼 해슨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극우주의자에 의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났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미국 정부는 극우파에 의한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폐지했죠.

우리가 이슬람 교도에 의한 폭력과 마주할 때, 우리는 범인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초점을 둡니다. 최근 서구에서 일어난 공격 중 다수는 머나먼 곳의 IS로부터 부추김을 받고 극단화된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가 주범이었습니다. 무슬림 커뮤니티 내의 극단주의자들에게 포섭된 경우도 있었죠. 우리는 극우파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의 동기, 주변을 바라볼 때도 같은 접근법을 택해야 합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용의자의 슬로건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거대한 대체(The Great Replacement)”라고 합니다. 그는 대규모 이민과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률로 인해 유럽인들이 문화적, 인종적으로 완전히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인 동기로 2017년 스웨덴에서 일어난 IS 관련 트럭 공격으로 어린 소녀가 숨진 사건, 2017년 마린 르 펜의 프랑스 대선 패배와 무슬림 이민자들의 “프랑스 침략” 등을 꼽았죠. 앞뒤가 맞지 않는 범행 목적 리스트에는 “정치, 문화, 인종적 전선을 따라 미국을 발칸화시킬 내전을 촉발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공화당 소속 아이오와 주 상원의원 스티브 킹은 “거대한 대체”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이었던 스티븐 배넌은 비백인 이민자들이 점령한 프랑스를 소재로 한 인종차별적 프랑스 소설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르 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이슬람은 우리를 미워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에 대해 “아주 반듯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했으며, 불법 이민자들의 “침략”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 목요일에는 백악관이 어린이가 포함된 밀입국자들이 국경을 건너는 영상에 “국가적 응급 상황”이라는 제목을 달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죠. 그 전날은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무력을 과시하며 좌파 평론가들을 위협하는 듯한 말을 한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용의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책수립자와 리더로서 지지하지 않지만 “새로운 백인 정체성과 공동 목표의 상징”으로서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충격적입니다. 피츠버그 총기 난사범 역시 트럼프가 유대인과 이민자들에게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뉴질랜드 테러 사건을 비판하면서도 그 동기가 된 반-이슬람 정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슬림이 범인인 테러 때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구체적으로 비판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나 피츠버그에서 일어난 일을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쥔 자리에서 편견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을 발칸화시켰고 불관용을 선동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진작에 자신의 수사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톤을 낮추어야 했습니다. 잘못된 언어는 끔찍한 행동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