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쩌면 근래 중간선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오늘 미국 선거
2018년 11월 7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의료보험, 이민, 경제, 워싱턴은 물론 주마다 새로 짜일 의회 구성과 그에 따라 요동칠 권력 균형. 오늘(6일) 치러질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이 당면한 많은 문제에 관한 대책이 방향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를 판가름할 선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느 중간선거보다 이번 선거가 훨씬 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많은 이들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호오와 함께 미국이란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미국 정치에서 이념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분명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이를 바라보는 감정이 전에는 볼 수 없던 수준으로 격앙됐습니다.

각 지역구와 주별로 보면 여전히 선거 자금과 광고, 그리고 선거 운동원으로 대표되는 밑바닥 민심 공략 등 전통적인 요소가 중요해 보입니다. TV 광고만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며 공격하기 바쁩니다. 대통령 선거가 없는 중간선거임을 감안하면 유례없는 어마어마한 돈이 쓰이고 있죠. 그러는 사이 유권자 공략법은 훨씬 더 정교해졌습니다. 접전 상황에서는 어떤 유권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났는지와 같은 작지만 중요한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기에 각 후보도 ‘마지막 한 걸음’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치, 미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관해 고민하며 선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탓인지 이번 선거에는 전에 없이 많은 선거자금이 모였고, 정당과 후보들은 그 돈을 아낌없이 선거에 쏟아부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선거 캠프에 참여해 지금 이 순간도 집집이 초인종을 눌러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전화를 돌리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사전투표율도 기록적으로 높았으며, 전체 투표율도 중간선거치고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모로 이번 선거는 몇십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선거로 기록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정치적 양극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양당제가 굳어진 시대부터 쭉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하에서 그 차이가 특히 두드러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상대방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상종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으로 생각하며 적대감을 나타내는 식의 양극화는 분명 트럼프 시대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난 새로운 현상입니다. 미국 안에서도 도시와 시골의 정치적 이념과 태도 차이는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실제 성별 격차가 여러 가지 수치에서 기록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미투 운동과 정반대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평가는 성별에 따라서도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소득 격차도 갈수록 심해져 아예 다른 계급을 형성하고 서로 넘기 어려운 벽이 생긴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오늘 선거는 점묘화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이 던진 한표 한표가 점으로 모여 만들어낼 전체 이미지는 오늘날 미국과 나아가 지금 시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에 관한 답을 던져줄 겁니다. 미국 사회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어떤 것인지,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켜나갈 가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이 모여 선거 결과로 나타나고, 이 결과는 앞으로 의회에서 토론의 토대와 틀을 제공해줄 겁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들에 이미 명확한 답을 내려놓고 자기 견해를 밝혔습니다. 워싱턴 정가로 대표되는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했다고 느껴온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의 거침없는 언사,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행보에 열광했고, 여전히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이들을 트럼프가 묘사하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트럼프의 적이자 미국의 국익에는 관심이 없는 이들로 매도하죠.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지난 2년 사이 꾸준히 높아져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정권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정치적인 분노를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것인데, 이렇게 거칠게 내지른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와 그런 트럼프를 곱게 봐줄 수 없는 이들이 그리는 완전히 다른 미국의 가치가 오늘 선거에서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그러나 땅덩이도 넓고 지역적으로 편차가 큰 미국의 특성상, 또 선거 제도의 특성상 유권자의 표가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지 않습니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과 다수 언론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고, 주지사 선거와 주의회 선거에서도 대체로 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 정당이 많은 표와 의석, 주지사 자리를 두루 석권하는 선거를 흔히 파도 선거(wave election)라 부르는데, 이번 선거가 그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전체 의원의 1/3만 새로 뽑는 상원은 대부분 선거가 공화당이 우세한 주(red state)에서 치러지다 보니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2년 전 대선 때도 여론조사를 비롯해 온갖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 펼쳐지는 선거구의 결과는 말 그대로 투표함을 열고 표를 다 세볼 때까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화당이 기댈 수 있는 지표는 튼튼하게 굴러가는 경제 지표입니다. 지난 1982, 1994, 2006, 2010년에 치러진 중간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여당이 참패한 중간선거였습니다. 다만 그때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대체로 예측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중간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격언이 이번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1982년 중간선거는 경제 상황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불황의 그늘이 짙었고, 실업률은 선거 두 달 전에 10%를 넘어섰습니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무려 4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만 24석을 가져오며 집권 2년 차를 보내던 레이건 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혔습니다.

1994년, 이번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실정과 하원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가장 큰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 가며 뽑혀도 민주당은 40년 가까이 하원을 내주지 않았는데, 뉴트 깅그리치 의원이 이끄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겁니다. 잇단 부패 스캔들을 공략하며 여당 심판 프레임을 들고나온 깅그리치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하원의장 자리에 오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남겨둔 2006년 중간선거의 화두는 단연 전쟁과 평화였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고 군사적으로는 순식간에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승전을 선언했지만, 잇단 테러와 치안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며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은 차갑게 식었고,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습니다. 공화당은 이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다시 민주당에 내줍니다.

4년 뒤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을 다시 찾아옵니다. 이 선거의 쟁점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였던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경제를 재건하는 속도를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그리고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속칭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찬반이었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본 네 차례 중간선거가 모두 전혀 다른 조건에서 치러졌듯이 오늘 선거도 경제 상황이나 대통령을 향한 지지도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미국 경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노동부가 발표한 경제 지표는 일자리 증가, 임금 증가, 실업률, 노동시장 참여율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그야말로 A+였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향한 호오가 워낙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공화당의 경제 호황의 덕을 생각만큼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잘 나가는 경제 대신 다른 것들을 선거의 쟁점으로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선 때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도 한 이민자 문제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불법 이민자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강조하며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야말로 혼란을 방조하는 폭력배들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니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보다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성과 향방을 가를 가치에 투표하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고 편하면 대체로 여당에 표를 준다는 이른바 경제 투표 이론은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오늘 선거는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겁니다. 워싱턴과 각 주에서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며 권력의 균형추가 민주당으로 기울 수도 있고, 아니면 민주당은 또 한 번 트럼프 시대를 읽지 못하고 패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이 나아갈 길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유권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이기에 정치권은 선거 결과를 교훈 삼아 또다시 2년 뒤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Dan Ba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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