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의 수감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2018년 9월 13일  |  By:   |  세계, 정치, 칼럼  |  No Comment

미국 각지의 교도소 수감자들이 8월 21일부터 3주로 예정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처우 개선, 법 개정 등 열 가지 요구 조건을 내걸고 교도소 내 노동을 거부하는 등 평화적인 저항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파업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교도소는 외부 세계와 분리되어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디애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교정 당국은 파업 사실을 확인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수감자들의 파업 사실을 뒷받침하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교도소 파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감자들이 파업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의 어려움을 표출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국의 승인 없이는 어떠한 조직적 행위도 할 수 없고, 일부 교도소에서는 청원마저 금지되어 있습니다. 메인과 버몬트를 제외한 주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고 나면 투표권을 박탈당합니다. 형을 살고 나서도 투표권을 되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이번 파업의 요구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투표권이기도 합니다.

교도소 환경 개선과 사회 복귀 활동 강화 역시 요구 사항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목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교도소 내 노예 노동” 중단입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 13조에 따라 노예제와 강제 노역을 폐지했지만, 범죄에 대한 처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죄수들은 매우 적은 보수를 받거나, 전혀 보수를 받지 못한 채 일을 해왔고, 노동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었죠.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수감자들은 대부분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길 원하죠. 교도소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세탁에서부터 청소, 요리 등이 있습니다. 노동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수감자들은 노동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으며, 지루한 수감 생활에 필요한 활력을 얻기도 하죠. 하지만 수감자와 고용주 사이의 엄청난 권력차로 인해 착취나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외부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은 교도소 내부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감자가 일을 하다가 죽거나 다쳐도 대부분의 주에서는 당국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법정에서 보상을 요구해도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죠. 따라서 수감자들은 노동자 중에서도 매우 취약한 집단이 됩니다.

그렇다면 텍사스처럼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수감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일까요?(애리조나와 펜실베니아 주는 각각 시간 당 15센트, 19센트를 지급합니다.) 실제로 6명의 소방수가 사망한 캘리포니아의 산불 현장에 동원된 수감자들 역시 극도로 위험한 업무를 하고 일당 1.45달러를 받았을 뿐입니다.

아무리 교도소 내 일자리가 각광을 받는다 해도, 수감자 노동력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교정의 주요 원칙 가운데 하나는 바로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즉 교도소 환경을 가능한 한 수감자들이 나중에 복귀해야 할 공동체와 비슷한 모습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깥세상에서 우리는 일을 하면 그에 대한 보수를 받고, 일을 잘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습니다. 교도소 안에서도 이 원칙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바깥세상에서 노동자들은 급여의 일부를 저금하는 등, 미래를 대비합니다. 반면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가진 돈 한 푼 없이 사회로 복귀합니다. 구직 시장에서는 전과자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차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집을 구하기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출소 후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이런 일을 겪다보니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제공하는 노동력에 대해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해 이들이 출소 후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전과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 재범률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입니다.

실제로 수감자들의 임금을 올리자는 의견은 의외의 자리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870년부터 교정 당국 종사자들을 대변해 온 전미교정협회(American Correctional Association)이 2016년에 수정헌법 13조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겁니다. 이 결의안은 범죄자 대상 노예제와 강제 노동을 가능케 해온 법 조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교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면, 사회 전체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지 모릅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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