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된 이유
2018년 4월 27일  |  By:   |  과학  |  1 comment

처음 바다사자를 직접 보았을 때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그때 나는 바닷속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있었고 화려한 산호초를 한참 바라보는 중이었습니다. 고개를 들자 그 거대한 동물이 나와 1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바다사자의 눈은 흰색으로 빛났습니다. 길쭉한 송곳니는 진화상 이들의 친척뻘 되는 곰이나 개를 연상시켰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바다사자의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포유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면서 몸집을 키웠습니다. 물개와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등 기각류는 커다란 근육과 두꺼운 지방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우나 듀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고래는 말 그대로 거대함을 상징하지요. 진화 과정에서 포유류들은 물속으로 들어가 몸집을 키웠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바다가 일종의 제한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곧 물은 중력의 제한을 없앴으며 지상에서는 건사하기 힘든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육지에서는 활동 영역이 한정되었지만 물 속에서 더 넓은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속에는 플랑크톤과 갑각류,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합니다.

그러나 스탠포드대학의 윌리엄 기어티는 전혀 다른 설명을 제시합니다. 그는 바닷속 포유류가 커진 것은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에 아니라, 새로운 제한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지상과 달리 열을 빼앗기게 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열손실을 막기 위해 인간은 잠수복을 입어야 하며, 고래는 지방층을, 수달은 두꺼운 모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몸집을 키우는 것입니다.” 몸집이 커질 경우 표면적은 크기의 제곱에 비례하는 반면 부피는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생성된 열을 상대적으로 덜 빼앗긴다는 겁니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는 만큼 더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하므로 무한정 커질 수는 없습니다. 찾을 수 있는 먹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바다의 포유류 크기에 있어 체온 유지를 위한 몸집의 크기가 하한선이 된다면, 먹이의 제한이 상한선이 됩니다. 기어티는 그 두 조건의 차이가 육지에 비해 물속에서는 훨씬 더, 놀라울 정도로 좁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탠포드의 조나단 페인, 그리고 루이지애나대학교 해양 컨소시엄과 함께 기어티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거의 해양 생물 7,000여 종의 크기 데이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고래, 해우, 물개 같은 종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에도 최적의 몸무게인 500kg 정도에 도달했음을 보였습니다.

물론 같은 종 안에도 다양한 변이가 있습니다. 향유고래와 돌고래의 크기는 크게 차이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바다속 동물들 사이의 변이가 육지 동물 사이의 변이보다 훨씬 그 폭이 좁다는 것입니다. “해양 종 가운데 가장 작은 포유류는 육지 종 가운데 가장 작은 포유류보다 수천 배 큽니다. 하지만 해양 종 중 가장 큰 포유류는 육지 종 중 가장 큰 포유류보다 겨우 25배 클 뿐입니다.” 기어티는 말합니다. “누구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는 바다가 육지의 제한 조건을 풀어주었다는 설명이 사실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오히려 물은 더 엄격한 조건을 더했습니다.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유류는 적절한 크기로 진화해야 했습니다. 곧, 너무 크거나 너무 작지 않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더 커진 것입니다. 기어티는 열을 잃는 정도와 음식을 찾을 수 있는 정도를 연결하는 몇 개의 수식을 이용해 이 황금존을 계산했습니다. 이 수식은 대부분 해양 포유류가 진화한 500kg 정도가 최적의 몸집임을 보였고, 그 가능한 범위가 크지 않음 또한 보였습니다.

포유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클렘슨 대학의 사만다 프라이스는 이 연구가 일리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화는 매우 복잡한 과정입니다. 여러 동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에너지의 관점만으로 이를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부력을 키우면 몸집을 키우는 데 연연하지 않고도 황금존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모든 생물학의 문제에서처럼,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수달은 다른 해양 포유류에 비해 유독 크기가 작으며, 중간 크기의 개 정도의 몸집입니다. 이는 이들이 가진, 1제곱인치당 100만 개의 털이 있는 특별히 두꺼운 모피가 몸집을 키우지 않고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은 체온 유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육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쪽 극단인 수염고래의 몸무게는 다른 해양 포유류의 500kg 보다 훨씬 더 무겁습니다. 이중 가장 큰 대왕고래의 경우 몸무게는 180톤에 달합니다. 고래는 최근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한 포유류로 스미소니안 연구소의 닉 피엔슨(Nick Pyenson)이 이들의 진화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약 300만 년 전, 극지의 변화와 해류의 변화로 인해 해안가에 많은 양의 영양소가 생성되었고, 수많은 갑각류와 작은 물고기들이 번성했습니다. 이를 먹고 사는 고래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죠. 하지만 지난 해 나는 이렇게 썼습니다.

모든 고래가 이런 횡재를 누리지는 못했다. 이들은 서로 멀리 떨어진 특정 지역에 집중되었고, 즉 먹이가 전혀 없는 지역과 먹이가 몰려 있는 지역이 나뉜 것이다. 피엔슨은 수염고래가 진화한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수염고래는 드물게 존재하지만 한 곳에 몰려 있는 먹이를 먹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수염고래의 큰 몸집은 오랜 기간 먹이를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돌진 먹기(lunge feeding)라는,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들의 무리로 가속해들어가며 엄청난 양의 물을 빨아들이는 사냥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먹이 무리의 등장과 이들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의 진화를 통해 고래는 다른 해양 포유류가 겪었던 먹이 제한의 상한선을 뚫고 더 커질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고래가 역사상 존재하는 가장 큰 동물이 된 이유입니다.

(아틀란틱, Ed 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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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njin Cho

    재미있는 글이네요. 이런걸 찾아 나누는 분이 있다니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