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눈에 띄게 줄어든 남아선호 사상
2018년 3월 15일  |  By:   |  경제, 세계  |  2 Comments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는 부모들의 성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부모들이 딸을 선호하게 돼서가 아니라 아마도 아들이 가져올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갤럽은 1941~2011년 아들과 딸에 대한 선호에 관해 총 10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할 때마다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만약 아이를 한 명만 가질 수 있다면 40%의 응답자가 아들을, 28%의 응답자가 딸을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응답자는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는 아이 성별에 대한 선호를 다른 방식으로 측정했습니다. 과거에 딸을 가진 부모들이 아들을 갖기 위해 다른 아이를 갖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딸을 가진 부모들이 또 아이를 갖는 확률이 아들을 가진 부모들보다 더 낮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입양 데이터에서도 딸을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1세대, 그리고 2세대 이민자 미국인들은 여전히 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들은 딸을 낳은 뒤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계속 낳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성향은 성평등 지수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낮은 국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일수록 강합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딸을 꺼리는 것은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가족의 이름을 드높이고 부모가 나이가 들었을 때 경제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지난 40년간 혁명적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여성은 여전히 뿌리 깊은 불평등과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오늘날 여성은 과거보다 보람 있는 커리어를 선택하고 가족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년제 대학 졸업생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습니다.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은 사고 능력을 육체적 능력보다 중요시 생각하는 오늘날 노동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남학생들과 젊은 남자들은 대규모 총기 사건이나 성추행과 같이 오늘날 미국이 당면한 특정 문제에서 자주 주범으로 등장합니다. 남아 선호사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남자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많은 문제를 부모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발달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마이클 톰슨은 말합니다.

“부모들이 이제 딸을 자신감 있는 젊은 여성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남자아이들이 가져올지 모르는 골칫거리에 대한 미묘한 두려움이 부모들 사이에 있습니다. ‘내 아들이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D.H.D.)가 있으면 어쩌지, 학교에 잘 적응 못 할지 몰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어. 아들로 살아가는 게 좀 더 힘들 수도 있어.’ 같은 걱정이죠.”

경제학자들은 남자아이에 대한 부모의 선호를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해 왔습니다. 2004년 발표된 논문에서 엔리코 모레티와 고든 달은 1960~1980년 출산율에 관한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를 이용해서 딸을 가진 부모가 아들을 가진 부모보다 출산율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딸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컸습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논문은 같은 방법론을 썼지만, 2008~2013년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인 코넬 대학 경제학과의 프란시네 블라우 교수는 “딸을 가진 부모들의 출산율이 아들을 가진 부모보다 더 이상 높지 않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랐습니다.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어 보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 특히 성인 남성은- 자신과 성별이 같은 아이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2011년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31%의 여성이 아들을 원했고 33%가 딸을 원했습니다. 남자의 경우 49%가 아들을 원했고 22%가 딸을 원했습니다.

부모가 자신과 같은 성별의 아이를 갖기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아이와 자신이 가진 관심과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서이고, 관심과 취미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여자아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하고 과거에는 남자들만 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던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아빠들이 이제 딸과 취미와 관심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반면 남자아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고정관념은 과거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딸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는 것 말고 최근 연구결과를 설명하는 다른 이론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여학생이 대학 진학 확률이 높기 때문에 딸을 낳으면 미래에 교육 비용이 많이 들 것을 고려해 부모들이 다른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이 부모들이 가족계획을 세울 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블라우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여전히 남아 선호사상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커플이 결혼 전 아이를 가진 경우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아이가 여자면 남성이 임신한 여성과 결혼을 할 확률이 낮았고, 딸을 가진 부모가 이혼할 확률은 더 높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1960~2000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논문보다 2008~2013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논문에서 훨씬 덜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남성, 특히 백인 남성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누립니다. 하지만 이들은 점점 학교와 직장에서 과거보다 뒤처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 역시 놀이를 줄이고 학업에 더 많은 중점을 두게 되면서 교사들은 남자아이들이 얌전히 앉아 있는 것과 좋은 성적을 받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보고합니다. 노동 시장에서 최근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를 보면 높은 사회성, 특히 협력과 공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일자리가 줄어든 산업은 남성이 주를 이뤘던 육체노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UC 버클리의 경제학자인 엔리코 모레티 교수는 말합니다. “경제 추세는 매우 분명합니다.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는 확대되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의 노동 시장 참여는 계속 축소되었으며, 여성의 교육 수준은 계속 높아지는 반면 남성의 교육 수준은 그렇지 않습니다.”

블라우 교수와 공저자들은 논문에서 부모들에게 딸을 키우는 것은 마치 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면 아들을 키우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해주는 경험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매사추세츠 대학 앰허스트의 사회학자인 댄 클로슨 교수는 말합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성별과 관련된 큰 변화를 겪어왔죠. 만약 제가 딸을 키운다면 저는 기존의 관습에 도전할 수 있는 누군가를 키우는 것이고 그건 신나는 일이죠. 반면, 제가 아들을 키운다면 저는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키우는 것과 같은 기분이죠.”

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더 공평한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남아 선호 사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들에 대한 차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현상이 가져올 위협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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