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싱글맘, 높은 빈곤율의 원인?
2018년 2월 12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 사회학자 데이비드 브레이디(David Brady), 라이언 M. 피니건(Ryan M. Finnigan), 사빈 휘브젠(Sabine Hübgen)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미국인에게 “가난”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사회 집단은 아마도 “싱글맘”일 것입니다. 수십 년간 정계와 언론계, 학계에서는 왜 가난한 커플이 피임에 실패해 아이를 낳고, 결혼하지 않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와 브루킹스 연구소가 2015년 초당적 빈곤 연구 패널을 구성해 발간한 “빈곤 감축을 위한 계획”의 첫 번째 권고 사항은 바로 양육과 결혼과 관련된 새로운 문화적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미국이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높은 빈곤율을 보이는 이유는 싱글맘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최근 우리는 미국 사회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수가 줄어들어도 빈곤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죠.

싱글맘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작습니다. 2013년 기준, 생산 연령의 성인이 세대주인 가정 가운데, 싱글맘 가정은 8.8%에 불과했죠. 1970년의 7.4%보다는 높지만, 1980년의 10.5%에 비해서는 감소한 수치입니다. 선진국 평균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지만, 아일랜드나 영국에 비해서는 낮고 호주나 아이슬랜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싱글맘 가정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싱글맘의 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빈곤 감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질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우선 미국의 싱글맘 가정 수가 선진국 평균 정도라면 빈곤율은 얼마 정도일까요? 둘째, 싱글맘 가정의 수가 1970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빈곤율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첫 번째 문제에 대한 답은, 빈곤율이 16.1%에서 15.4%로 줄어든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에 대한 답은 15.98%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만약 기적이 일어나 미국 내 싱글맘이 모두 사라져도, 빈곤율은 14.8% 수준입니다.

선진국들이 정말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싱글맘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불이익에 있습니다. 싱글맘을 지원하는 사회적 정책은 정치적 결정으로 만들어집니다. 미국 사회가 내린 정치적 결정은 싱글맘 가정이 다른 가정보다 빈곤할 가능성이 14.3% 높아지는 사회를 낳았죠.

다른 선진국들의 결정은 달랐습니다. 싱글맘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일례로 덴마크는 양육에 각종 세제 혜택, 현금 및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싱글맘들과 그 자녀들은 다른 집단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재정적 안정을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싱글맘을 위한 복지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여성 혼자서 아이를 낳는 상황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 의견이 사회과학 연구 결과와 완전히 대치된다는 사실입니다. 1996년 복지 개혁으로 싱글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후 싱글맘의 숫자가 줄어들었을까요? 아닙니다. 선진국의 후한 싱글맘 지원 제도가 더 많은 싱글맘을 낳았을까요? 아닙니다. 싱글맘에게 더 큰 패널티를 주는 선진국에선 싱글맘 비율이 낮을까요? 역시 아닙니다.

여성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실업, 낮은 교육 수준,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는 것과 더불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을 높이는 4가지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를 통해 이 4대 요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리스크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선진국 평균을 살펴보면 이런 리스크가 오히려 더 흔하고, 이런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미국인의 수는 1970년이나 1980년에 비해 줄어들었죠. 리스크가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나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미국인들이 다른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딱히 더 나쁜 결정을 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빈곤율이 눈에 띄게 높은 이유는 미국 사회가 이러한 리스크를 가진 이들이 지나친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사람은 고졸자보다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16.4% 높아집니다. 다른 28개 선진국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아도 빈곤에 처할 가능성은 5% 정도 높아질 뿐이죠. 학력이 낮은 사람이 받는 결과적인 불이익이 미국보다 훨씬 덜하죠.

보다 관대한 사회 복지 정책은 빈곤의 4대 요인이 갖는 리스크를 낮출 수 잇습니다.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고졸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나 고용을 늘리는 것, 싱글맘 가정 수를 줄이는 것,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보다 더 큰 빈곤 감퇴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불이익을 덜 받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쉽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리거나 싱글맘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백번 양보해도, 미국의 높은 빈곤율을 싱글맘 탓으로 돌리기엔 싱글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들이 모두 결혼하고 평생 아이는 갖지 않는다 해도, 빈곤율은 크게 낮아지지 않습니다. 싱글맘이 얼마나 많은지에 집착하고 싱글맘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문화는 빈곤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유럽의 복지 정책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는 이 분야에서 참고할 만한 모델입니다. 덴마크처럼 한다면 우리도 싱글맘 가정을 비롯한 모든 가정의 빈곤율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싱글맘들이 높은 빈곤율의 원흉인양 낙인찍는 대신, 미국의 미래 세대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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