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 다짐,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으려면?
2018년 1월 1일  |  By:   |  칼럼  |  No Comment
  • 노스이스턴대학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디스테노(David DeSteno)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한 해의 끝은 계획을 세우기 좋은 시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새해가 밝으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저축도 많이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술도 줄이는 새로운 내가 되자는 결심을 하죠.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시피 다짐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은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이 형편없는 동물이며, 바쁘고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가 증명하고 있죠. 1월 8일쯤이 되면 새해 다짐의 25%는 이미 버려지고, 연말까지 실천에 이르는 다짐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새해 다짐의 문제는 곧 인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눈앞의 것 이상을 보지 못하고, 현재의 쾌락을 미래의 만족보다 앞에 두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태에는 대가가 따르죠.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대부분 독자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단것을 당장 먹지 않고 15분을 기다려서 하나를 더 얻어내는 아이들, 즉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아이들이 나중에 학업, 직업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다는 내용의 실험 말입니다. 이후 마시멜로 실험은 재정, 건강,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습니다. 장기 목표를 바라보며 유혹을 참아낼 줄 아는 사람이 그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문제는 인류가 이런 지식을 얻은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사람들에게 큰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충동구매의 유혹에 넘어가고, 건강한 음식보다는 단 것을 탐닉하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마시멜로 실험으로 대표되는 자기 절제에 대한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성적인 분석과 의지력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불리합니다. 약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해로운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의지력으로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힘겨운 싸움처럼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그것이 힘겨운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스스로 설득하고, 꼬드기고, 갖은 수를 쓰다가 안 되면 즉각적인 쾌락에 대한 욕망을 억압해버리는 것이죠. 자기 절제가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면 진화는 왜 우리에게 덜 고통스럽고 좀 더 효과적인 도구를 마련해주지 않았을까요?

저는 우리에게 더 나은 도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이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죠. 그 도구는 바로 사회적 감성(social emotion)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온정과 같이 사회적인 삶의 긍정적인 면을 뒷받침하는 감정들이죠. 저는 수년간 이러한 감정이 의사 결정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성이나 의지력과 달리 이런 감정은 자연스레 우리를 더 인내하고 절제하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경험할 때, 자기 절제는 더 이상 힘겨운 전투가 아닙니다. 절제가 현재의 욕망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소중히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또한 목표 달성이나 자기 발전에 대해 말할 때 자기 학대적인 언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내가 더 잘 해야지, 참고 이겨내야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말 거야,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자기 절제가 끔찍하고 고통스러워서는 안 됩니다.

자기 절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의지력은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가면 약해집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저축하도록 밀어붙이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게 되고, 결국은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죠.

더 나쁜 것은 의지력 발휘에 심리적, 신체적 대가가 따른다는 점입니다.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지력으로 인내하는 데는 스트레스가 따릅니다. 유혹을 잘 이겨내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만, 면역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등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죠.

목표 달성에 적절한 수준으로 이성과 의지력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성과 의지력에 의존하게 되면 이는 우리의 웰빙에 해가 됩니다. 특히 실패하게 되었을 때 그 결과는 파괴적이죠. 지나치게 집중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 사람은 스트레스가 덜한 접근법을 취했던 사람에 비해 실패의 타격을 120% 이상 크게 느낍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의지력이 자연스레 발휘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 성공이란 시험공부를 하고, 노후 대비 저축을 하고, 헬스장에 가고, 마시멜로를 먹지 않는 것으로 달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죠. 인간이 이와 같은 자기중심적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인류사 대부분에서 성공은 강력한 사회적 유대, 즉 사람들이 서로를 돕고 협력하게 만들며, 지금 내가 희생하면 나중에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관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죠.

이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자 사람들은 공정하고, 정직하고, 관대하며, 성실하고, 충실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타인에게 좋은 파트너로 인식되어야 하니까요. 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도덕적 면모의 기초가 되는 것은 나의 즉각적인 욕망과 이해 외의 것을 앞에 두는 능력, 즉 자기 절제입니다. 내 몫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간과 돈, 어깨를 내어주는 것은 모두 그 순간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대신 그렇게 맺어진 관계로 인해 미래에 이득을 얻게 되죠.

하지만 그런 “희생”을 감수할 때 사람들이 냉정하고 이성적인 손익 계산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지는 않죠. 응당 그래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뿐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온정, (자만과는 다른) 자부심과 같은 감정이 우리가 자기 절제를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 선물을 만들거나,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서, 또는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지나치게 열심히 일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 누군가를 도와준 적도 있을 테고요.

이런 그림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 연구실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자기 절제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한 바 있죠. 성인을 상대로 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우리는 피실험자들에게 실험에 앞서 몇 분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 아무런 감정이 없던 순간, 또는 행복을 느낀 순간을 떠올리도록 했습니다. 중립적인 감정과 행복감은 인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1년 뒤에 받을 100달러 대신 당장의 18달러를 선택했죠. 반면 감사함이라는 감정은 자기 절제력을 2배 이상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돕고, 파트너에게도 도움이 되는 재정 결정을 내리고,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 의리를 지키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죠.

자부심과 온정 역시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만, 자만과 거리가 먼, 자신의 능력과 기술에 대한 순수한 자부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의 보상을 위해 인내하고, 팀의 리더 역할을 맡고, 팀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으며, 온정은 다른 이의 짐과 고통을 나누어 들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부심, 감사하는 마음, 온정과 같은 사회적 감정이 미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인간의 경향성을 완화함을 증명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타인과 미래의 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부심과 온정은 어려운 과제에 매달리는 인내력을 30% 증가시켰습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온정은 더 높은 학업 성취도,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소비 습관, 충동 감소, 흡연 및 음주 절제로 이어졌습니다.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반면, 이런 감정들은 실제로 힐링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심장박동 수와 혈압을 낮추고 불안감, 우울감을 감소시키죠. 미래를 더 가치 있게 여기게 되기 때문에, 인내와 절제도 더 쉬워지죠.

이런 감정은 자기 절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문제인 고립의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1985~2004년, 내가 의지하고 중요한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친구가 최소한 한 명은 된다고 대답한 사람은 80%에서 57%로 줄어들었습니다. 현대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감사할 줄 알고, 마음이 따뜻하며, 건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 자연스럽게 타인을 끌어들인다는 연구 결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감정들은 우리를 직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인내력과 이타심은 우리 우리의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거기에는 미래의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죠.

2018년의 시작과 함께 이러한 감정들에 더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인생에서 감사하게 여길 것들을 돌아보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보세요. 목표 달성을 향하는 길에서 작은 성취를 이룰 때마다 스스로 아낌없이 칭찬해주세요. 그렇게 산다면 앞으로 다가올 모든 12월 31일에는 후회할 일보다 기뻐할 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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