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북한 주민들을 좀먹는 기생충
2017년 12월 1일  |  By:   |  칼럼, 한국  |  No Comment

*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관 브라이언 훅(Brian H. Hook)이 11월 24일 자 뉴욕타임스에 실은 기고문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두 개의 한국(남북한)”이 걸어온 길을 대비하며, 대한민국은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성취하고 정의로운 국가로 발돋움 한 반면, 북한은 폭정과 억압을 일삼는 위험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 극명한 대비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국가 안보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주 김정은의 노예 정권에서 탈출하다 총상을 입은 영양실조 상태의 북한 군인이 현재 한국의 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탈북 병사는 군용 지프를 타고 비무장지대(DMZ)를 빠르게 통과한 후 필사적으로 달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남측으로 귀순했다.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북한군이 탈북자를 발견하는 즉시 사살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였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을 때 이미 여섯 발의 총알이 그의 팔과 다리, 복부를 관통한 상태였다.

한국군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50m 지점에서 쓰러져 있는 북한군 병사를 구조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그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문제는 총상만이 아니었다. 그는 B형 간염과 폐렴을 앓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장 속에서 엄청난 양의 기생충이 발견됐다. 크기가 11인치에 달하는 기생충도 있었다. 그의 수술을 집도한 외과 의사는 “20년 동안 외과 생활하면서 이런 것은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기생충이 다친 부위를 계속해서 파고들면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탈북 병사의 상태는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북한 정권은 첨단 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기념비가 세워지고 고위층이 뇌물을 받는 행태가 만연한데, 당의 신임을 받는 북한군 병사마저 끔찍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주민 대다수는 더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이게 바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이며,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나머지 국가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북한의 2천3백만 주민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북한 정권이 세운 ‘성분’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현대판 카스트 제도라고 해도 무방한 제도로, ‘성분’이라는 단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악명 높다. 북한 당국은 모든 주민을 출생과 동시에 특별, 동요, 집단 계층으로 분류하고, 계층 분류에 따라 식량 접근권, 주거 환경, 교육, 직업 등 모든 것이 결정된다. 1990년대 대기근 당시 2백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이 굶주림으로 쓰러져갈 때도 성분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북한은 한때 풍부한 광물 및 기타 천연자원 이외에도 비교적 생산량이 높은 경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남한이 눈부신 성장을 거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를 동안 북한 주민의 삶은 점점 더 비참하게 변했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의 북한 아이들은 남한 아이들보다 훨씬 키도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간다.

지난 20년 동안 탈북한 북한 주민은 약 3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중국을 통과하는 극도로 위험한 경로로 탈북하여 최종 목적지인 한국에 도착한다. 탈북 여정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국경 수비대는 모든 탈북자를 발견 즉시 사살한다. 악질의 인신매매범들은 탈북자들에게 접근해 강제 노역이나 매춘 등을 강요한다. 또한, 탈북자들이 중국 정부에 발각되면 바로 강제 북송되어 즉시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수감된다. 강제 북송은 중국이 가입한 유엔난민지위협약 상의 법적 의무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다.

북한 정권은 가까스로 탈북에 성공한 주민들을 끝까지 추적한다. 지난주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신경가스 VX로 암살당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사건 등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자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북한의 끊임없는 암살 시도가 있었다. 미국은 자유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북한 불량 정권의 무법 행위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을 해외, 특히 중국의 광산, 벌목지, 공사 현장 같은 곳으로 보내 외화벌이를 시킨다. 러시아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월드컵 축구 경기장 건설에 북한 노동력이 동원되었다는 설도 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연간 2억 3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즉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인권 유린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핵 위협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아직도 북한과 거래하고 북한을 덮어주려 하는 국가들에 깨달음을 줄 것이다. 북한은 자국민들에게 잔인한 만큼 아시아의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모든 문명국, 특히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기를 원하는 국가라면 더더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단합해야 한다.

지난주 탈북한 북한 병사는 마침내 이번 주 의식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깨어났을 때 그는 한국 가요와 미국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누릴 수 없었던 작지만 소중한 자유였을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국민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뉴욕타임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