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의 도전
2017년 11월 17일  |  By:   |  스포츠  |  No Comment

지난 2015년 초, 리버풀 FC 소속 스카우트 세 명이 유망주 스트라이커를 보러 이탈리아 중부 코르치아노에 있는 I.S.M.이라는 페루자 구단 산하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리버풀의 수석 스카우트 배리 헌터는 어린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오랫동안 리버풀의 주장을 맡았던 스티븐 제라드의 이름을 여러 차례 입에 올렸다. 유망주들에게 리버풀이라는 구단이 진짜 꿈의 구단임을 각인해주고자 유명한 선수의 이름을 꺼냈을 터.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런데 제라드가 누굽니까?”

10대 스트라이커가 물었다.

이번에는 헌터가 혼란에 빠질 차례였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헌터는 자신의 랩톱 컴퓨터를 열어 스티븐 제라드의 사진을 보여줬다. 다른 아이들도 아니고 축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꿈나무에게 당대 가장 유명한 선수 가운데 하나였던 제라드가 누구인지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죠.”

I.S.M.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이끄는 50살 알레산드로 도미니치 회장은 말했다.

물론 제라드를 모르던 선수가 누구였는지 알았다면 그리 당황스러운 순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공을 차는 모습만 보면 공격수인 한광성 선수도 다른 10대 유망주들과 똑같이 열정과 패기 넘치는 어린 유망주일 뿐이다. 하지만 이따금 그가 다른 선수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이제 만으로 19살인 한광성은 북한 국적의 축구 선수다. 3년 전 I.S.M. 아카데미와 북한 축구협회가 맺은 특별 협약에 따라 한광성 선수를 비롯해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북한의 축구 유망주들이 코르치아노로 건너와 선진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광성은 또래들 사이에서 금방 돋보였다. 리버풀은 그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 가운데 한 곳이었다. 도미니치 회장은 맨체스터 시티와 피오렌티나를 비롯한 여러 명문 구단에서 한광성에 관한 문의가 잇따랐다고 귀띔했다. 한광성은 올해 초 이탈리아 1부리그인 세리에A 소속 칼리아리 구단과 첫 프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올 시즌 2부리그 세리에B에 속한 페루자 구단으로 임대돼 지금까지 11경기에 출전해 6골과 도움 한 개를 기록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잠재력을 인정받은 한광성을 향해 빅클럽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북한 선수들의 성장과 활약은 축구계뿐 아니라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지난해 이탈리아 의회는 I.S.M. 아카데미가 길러낸 또 한 명의 북한 유망주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억압받지는 않는지, 혹은 북한 선수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국제 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광성 선수의 프로 경력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어떤 선수로 자라나고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할지는 아직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새로운 실험이자 모험이다. 북한에서 온 선수가 대성공을 거두고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해 막대한 부를 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선수는 북한 밖에서 운동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또 그 선수와 그 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북한의 행보에 따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갈등이 격화될 때 이 간단치 않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연결고리

북한 축구협회(영어 약자로 PRKFA) 관계자는 2012년 이탈리아 의회에서 다선 의원인 안토니오 라찌 의원에게 자국 축구 유망주들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게 도와달라고 처음 부탁해 왔다.

라찌 의원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대표적인 친()북한파 의원으로 분류된다. 북한에 우호적인 그의 태도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그는 지금까지 총 열 차례 북한에 다녀왔고, 최근 인터뷰에서도 북한 정권의 선전 문구를 그대로 읊다시피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제가 본 바로는 북한에 실업자는 없는 것 같더군요. 완전고용 사회 같았어요. 평양은 아시아의 뉴욕 같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보기에 라찌 의원은 축구 유망주를 유학시키는 데 다리를 놔줄 더없이 좋은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 라찌 의원은 북한 축구협회와 I.S.M. 아카데미 관계자를 연결해줬다. 북한은 아카데미가 북한 대사관이 있는 수도 로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2013년, 북한 축구협회는 코르치아노로 10~13세 선수들을 보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I.S.M.에서 받아 훈련하고 육성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이듬해 도미니치 회장과 I.S.M. 아카데미의 루이스 포마레스 코치는 라찌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기업인 등 이탈리아 외교사절단에 들어 직접 북한을 찾았다. 그곳에서 북한 스포츠 시설 몇 군데를 둘러보고 직접 어린 선수들도 살폈다. 이들이 한광성 선수의 플레이를 처음 본 것도 이때였다. 도미니치 회장은 이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포마레스 코치와 서로 쳐다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했죠. ‘어디서 저런 녀석이 나타난 거지?’ 라고요.”

그해 한광성을 포함해 북한 남자 유망주 15명이 I.S.M. 아카데미로 건너왔다. 도미니치 회장은 원래 북한이 바르셀로나에 있는 마르체트 파운데이션(Fundación Marcet)이라는 유소년 아카데미와도 계약을 맺었으나 그 계약은 1년 만에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축구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고 북한 축구 유망주를 훈련하는 유럽의 축구 기관은 I.S.M. 아카데미가 유일하다. I.S.M.은 매년 한 차례 평양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다음번에 이탈리아로 데리고 올 옥석을 가리는 등 협력은 궤도에 올랐다.

북한은 최근 들어 정부가 앞장서서 축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2013년에 문을 연 평양 국제축구학교에서는 북한 전역에서 모인 축구 꿈나무들이 훈련하고 있다. 2016년에 북한은 노르웨이 출신이고 독일 국적인 욘 안데르센을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는데, 외국인이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건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북한 체제와 정치를 연구하는 크리스토퍼 그린은 지금까지 연구 목적으로 350명 넘는 탈북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최근 들어 학교 체육 시간에도 예전보다 축구를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력이 있는 운동선수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국가대표로 길러내는 것 자체는 북한이 늘 해오던 일이긴 합니다. 다만 축구에 이토록 주목하고 투자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한광성의 세리에A 프로 계약은 북한이 계속해 온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첫 번째 결실을 본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칼리아리 소속으로 1부리그 무대 다섯 경기를 뛰었고, 4월 9일 세리에A 데뷔골을 신고했다. 칼리아리의 마리오 파세티 단장은 한광성이 2021년까지 칼리아리 소속으로 계약돼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비공개 사항이다.

한광성의 성공에 관여한 사람들이 다 그렇듯 파세티 단장도 한광성의 국적이 그가 선수로 뛰는 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한광성 선수는 프로 선수 커리어를 시작하는 다른 젊은 선수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행동하고 생활하며 구단과 리그에 적응했습니다. 좋은 선수죠. 운동장에서는 운동에 집중하고, 또 밖에서는 친구도 사귀고 소셜미디어도 똑같이 해요. 우리는 어떤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때 그 선수의 실력과 인성만 보지 국적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적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회의론

2016년 5월, 이탈리아 하원 소속 마첼레 니콜레티 의원와 리아 콰르타펠레 의원은 피오렌티나 구단과 계약을 체결한 I.S.M. 아카데미 출신의 북한 국적 최성혁 선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 계약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그리고 선수가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관해 이탈리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니콜레티 의원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두 가지를 우려했다고 전했다. 먼저 계약 과정에서 북한 선수에게 지급한 돈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최성혁 선수가 과연 자유롭게 생활하게 허락되는지, 즉 인권 침해 소지는 없는지에 관한 우려였다.

2014년 UN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 정권 아래서 자행되는 최악의 인권 침해 상황을 고발했다.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감시 체계가 상존하며 개인이 받아야 할 임금의 90%가 국가로 귀속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는데, 특히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10만여 명의 임금도 북한 정부가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7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나라는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정권의 배를 불리는 셈이라고 비판한 것도 바로 그러한 맥락이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데, 이른바 연성 외교 수단으로 스포츠 스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과 소프트파워가 어색한 조합이긴 하지만, 네덜란드에 있는 라이덴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렘코 브루커 교수는 한광성 선수나 다른 선수가 유명한 축구 선수 반열에 오르면 이는 북한에 정치적으로 대단히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어쨌든 이탈리아 정부는 최성혁 선수에 관해 조사를 진행했다. 최성혁 선수가 피오렌티나 구단에서 받는 급여가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정상적으로 입금되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계약에 관한 의혹은 풀렸지만, 최성혁 선수가 누려야 할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이른바 인권 침해 의혹을 정부가 판단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선수나 구단 가운데 누군가 관계를 문제 삼아 특정인을 지목해 진정을 넣어야 정부가 구체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데, 그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이 부분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결국, 니콜레티와 콰르타펠레 의원이 제기했던 우려는 문제없다고 결론이 났지만, 그런데도 피오렌티나는 최성혁 선수와의 계약을 파기했고, 한광성 선수에 대한 관심도 끊었다.

한편 콰르타펠레 의원은 이후 인터뷰에서 한광성 선수와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실 제대로 알려진 게 없을 뿐이라며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여전히 북한 선수는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요.”

최성혁 선수는 피오렌티나와 계약을 해지한 뒤 한광성 선수가 뛰고 있는 페루자에 입단했다. 이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두 선수를 인터뷰할 수 있는지 정식으로 문의했을 때 페루자 구단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북한 축구협회는 두 선수에 대한 정보를 묻는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고, 올해 초부터 두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은 산드로 스템페리니도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선수들

9월 3일, 페루자는 페스카라에게 4:2로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한광성은 두 골을 넣으며 제 몫을 다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친 한광성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축구 전문방송인 스카이 세리에B와 짧은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패널들이 던진 여러 질문에 한광성은 짧은 이탈리아 실력이지만 더듬더듬 무난한 답을 내놓았다. 그때 패널 가운데 한 명인 지안루카 디마르지오가 난데없이 이런 질문은 던졌다. “북한에서 당신더러 뭐라고 하나요?”

한광성 선수의 표정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됐어요. 죄송합니다.”

이어 멋쩍은 듯 웃음을 짓더니 황급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2주 뒤 한광성은 페루자의 마시밀리아노 산토파드레 구단주와 함께 “일요 스포츠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에 구단주만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방송사를 비롯한 이탈리아 언론사들은 일제히 북한 정부가 한광성 선수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것 아닌지 물었다.

산토파드레 구단주는 한광성 선수가 단지 부끄러움을 많이 타 혼자 나왔을 뿐이라며 불거지는 의혹을 무마하려 애썼다. 산토파드레 구단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나라는 자유로운 나라 아닙니까? 우리 구단 선수가 제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언어도 낯설고 해서 인터뷰하지 않아도 되는지 정중히 묻는데, 제가 그 선수를 억지로 끌고 나올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쨌든 페루자와 평양이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I.S.M. 유소년 아카데미에는 올해 북한 선수 12명이 등록돼 축구를 배우고 있다. 모두 1999년 혹은 2000년생으로 근처 마을에 있는 한 기숙학교의 기숙사에서 또래와 함께 지내고 있다. 세 명이 한방을 쓰며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운동을 한다. 현재 총 90명 정도가 등록된 아카데미 수강료는 한 해에 1만6천 유로, 우리돈 약 2천만 원이다. 북한 선수들의 수강료는 북한 축구협회가 내주고 있다.

협회는 성인 지도자를 페루자에 보내 어린 선수들과 생활하며 선수들을 돕도록 했는데, 한광성 선수가 I.S.M.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북한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연광무 감독이 I.S.M.으로 연수를 와 함께 생활했다.

어린 선수들이 이탈리아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특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가장 큰 문제인데, 한광성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종종 코치진에게 가까운 일식집에 데려가 달라고 조르곤 한다. 아쉬운 대로 아시아 음식을 먹으며 입맛을 달래려는 것이다. 도미니치 회장은 북한 대사관 관계자가 로마에서 선수들을 격려차 I.S.M. 아카데미에 올 때마다 김치를 비롯해 향수를 달래줄 한식을 가져다준다고 전했다.

라이덴대학교의 브루커 교수는 나라 밖에 사는 북한 사람들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외교관이나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조차 거를 수 없는 자아비판이나 생활총화, 혹은 북한 관리들의 노골적인 검열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늘 정치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미니치 회장은 적어도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따로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못하게 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마레스 코치도 거들었다.

“TV, 휴대폰, 유튜브 등 뭐든 다 똑같이 보고 들을 수 있어요. 북한 선수라고 제약받는 건 전혀 없습니다.”

산토파드레 구단주는 한광성 선수가 현재 페루자 훈련장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최성혁 선수와 함께 살고 있으며,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운전면허를 딸 계획도 있다고 한다. 산토파드레 구단주는 한광성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핸드폰도 물론 있어요. 그 또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훈련할 때 빼면 항상 손에서 전화를 놓지 않고 살죠.”

 

선수들의 삶 엿보기

물론 북한 선수들의 사생활이 포함된 일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선수들도 엄연한 프로 선수인 만큼 그들의 일상을 어느 정도 짐작해보는 건 가능하다. 올가을 어느 오후 뉴욕타임스 기자가 점심을 먹고 있던 페루자 훈련장 근처 식당에 최성혁 선수가 페루자 유소년팀 코치인 루치아노 만시니와 함께 밥을 먹으러 왔다. 만시니 코치는 최성혁 선수에게 잘한 플레이를 언급하며 칭찬과 격려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고향에 있는 가족에 관해 묻기도 했다. 최성혁은 이탈리아어로 짧게 대답하기만 하면서 주문한 소시지를 먹기만 했다.

대화는 이내 끊기고, 둘은 식당 안에 있는 TV에서 나오는 스포츠뉴스에 눈을 돌렸다.

한광성은 페루자로 임대된 뒤 곧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그는 북한 대표팀에 차출돼 두 경기를 치르기 전 마지막 리그 경기로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 원정 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출전한 한광성은 경기 시작과 함께 여러 차례 날카로운 돌파를 선보이며 브레시아 수비진을 괴롭혔다. 공을 향한 집중력과 결의가 돋보였다. 마른 체형 탓에 붉은색 유니폼이 헐렁했지만, 훨씬 몸집이 큰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투지를 보이기도 했다.

후반 한광성은 벼락같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골을 기록하자마자 그는 광고판을 훌쩍 뛰어넘어 두 팔을 들고 경기장 남동쪽 한구석에 모여 있는 페루자 원정 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나서는 재빨리 벤치로 달려가 감독과 힘찬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팀에 귀중한 골을 넣어 공격수로서 제 몫을 다한 한광성의 얼굴에는 어디 출신이건 상관없이 그 또래 공격수들이 골을 넣고 나서 짓곤 하는 환희와 기쁨이 가득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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