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과 범죄율의 관계를 지지하는 새로운 연구
2017년 11월 9일  |  By:   |  과학  |  No Comment

최근 로이터는 조사를 통해 LA 주변 전역의 아이들이 납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혈중 납농도가 다양한 발달장애와 성격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런 일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납이 범죄율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케빈 드럼과 여러 학자들은 1980년대와 90년대 초의 높은 범죄율이 납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납과 범죄율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왔지만 아직 정치권과 학계의 충분한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요인의 연관성은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납-범죄율 가설”은 1)유년기의 납 노출이 학습 장애, ADHD, 충동 조절 장애 등을 일으키며 2)이때문에 결국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범죄, 특히 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가설입니다. 과거 도시가 납으로 오염되는 이유는 유연휘발유에 든 납 때문이었습니다. 납은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통해 공기중으로 퍼졌습니다. 유연휘발유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납을 제거한 무연휘발유로 바뀌자 납으로 인한 오염 수치는 낮아졌고 아이들의 발달 장애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20여년이 지난 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범죄율 역시 떨어졌습니다. 이 가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1990년대 초반의 극적인 범죄율 하락이 바로 이런 과정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생각입니다. 특히, 우리가 당시 범죄율을 극적으로 떨어지게 만든 다른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동안 납 오염과 범죄의 상관관계를 다양한 지역, 국가 수준에서 확인한 연구들이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범죄에 납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납 오염이 가난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낙후된 학교 시설, 부족한 음식, 뒤떨어진 의료 제도, 다른 환경적 독소에의 노출 등이 납 오염과 관련이 있으며 이들 각각이 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납 오염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의 효과를 배제하면서, 오직 납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이를 실제로 실험으로, 곧 어떤 아이들에게는 납을 노출시키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노출시키지 않는 그런 식의 실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때문에 학자들은 과거에 있었던 의도치 않은 실험, 곧 어떤 사건이나 정책 등의 다른 이유로 인해 유사한 환경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납 노출을 겪게된 경우를 찾아왔습니다.

최근 그런 경우를 찾은 세 건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들은 납 노출과 청소년 비행, 범죄율 등을 전혀 다른 실험적 접근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들이 찾은 실험군과 통제군은 모두 전혀 다른 사회적 맥락을 가졌지만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그들의 결론 또한 동일했습니다. 곧, 납 노출은 범죄 행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첫번째 논문은 20세기 초 미국의 자료를 이용해 도시 수준에서 납 노출의 영향을 확인한 것입니다. 논문의 저자인 제임스 페이겐바움과 크리스토퍼 뮬러는 당시 사람들이 납에 노출되는 주된 이유가 납 수도관을 통해 공급되는 식수를 마시는 것이었음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납 수도관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시가 납 생산공장과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그 도시는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수도관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납 수도관을 사용한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범죄율을 비교할 경우, 한 가지 문제는 납 생산공장과 도시의 거리라는 변수가 도시의 공해 정도나 도시의 부유함과 같은 어떤 통계적 차이를 가지는 변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저자들은 또다른 사실 한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납이 수도관에서 식수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물이 산성을 띄어야 합니다. 이 두가지 사실을 이용하면 실험군 도시와 통제군 도시를 그럴듯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곧, 납 수도관을 사용하고 물이 산성이었던 도시의 사람들은 납에 오염된 식수를 마신 실험군으로, 그리고 납 수도관을 사용했지만 물이 산성이 아니었거나, 물은 산성이지만 납 수도관을 사용하지 않은 도시의 사람들은 통제군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통제군은 납 수도관이나 산성 식수가 만들어내는 다른 상관관계를 모두 포함하므로 통제군과 실험군의 차이는 오직 납에 대한 신체의 노출만 남게 됩니다. 데이터 분석결과, 이들은 납 노출이 20년 뒤(아이가 성장하기까지)의 살인 사건 비율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습니다. 곧, 납에 노출된 도시의 살인사건 비율은 이와 비슷한 환경의 도시였지만 납에 노출을 피한 도시에 비해 크게 더 높았습니다.

이런 도시 수준에서의 범죄율 비교는 앞선 다른 연구들보다 분명히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같은 지역 내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있다면 납-범죄율 가설은 더 큰 신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범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최근의 데이터를 이용한 두 번째 논문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안나 아이저와 자넷 큐리는 1990년에서 2004년 까지 로드아일랜드 지역의 아이들에 대해 유치원생 당시 혈중 납농도와 학교에서의 정학 비율 및 소년원 수감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이들은 큰 도로 근처에 사는 아이들의 혈중 납농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그 도로가 여전히 수십년 전의 유연휘발유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차이는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특히 심했습니다. 이들은 납 노출이 많이 된 그 아이들을 실험군으로 삼았고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란 아이들, 또 같은 도로 근처에 살았지만 수 년 뒤에 자란 아이들을 통제군으로 삼아 비교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고, 그 부모들은 비슷한 수입을 가지는 등 매우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범죄율 또한 비슷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저와 큐리는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된 아이들이 학창시절 정학을 당할 비율이 더 높으며 소년원에 수감될 확률 또한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의 예측치는 90년대와 2000년대의 범죄율 하락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세 번째 논문은 납-범죄율 가설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논문으로, 아이들을 납 노출에서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내용의 논문입니다. 스테픈 빌링스와 케빈 슈네펠은 혈중 납농도가 높은 아이들에게 CDC(미질병통제예방센터)가 제안한 대처방안의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수년 전,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는 혈중 납농도 검사에서 두 번 연속 기준치를 넘긴 아이들에게 집 내부의 납제거공사와 납노출 영향을 줄이는 영양식 등의 집중적인 처방을 실시했습니다. 기준치를 두 번 연속 넘겨야 했던 이유는 혈중 납농도 검사가 매우 부정확하기 때문이며, 한 번은 기준치를 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다음 번에는 넘지 않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빌링스와 슈네펠은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혈중 납농도 검사의 오차를 이용했습니다. 곧, 그들은 기준치를 두 번 연속 넘긴 아이들을 실험군으로, 그리고 한 번만 넘긴 아이들을 대조군으로 택했습니다. 그들은 이 두 그룹이 비슷한 혈중 납 농도를 가지고 있지만, 오차에 의해 실험군에게만 처방이 주어졌다고 가정했습니다. 즉, 두 그룹의 성장기를 비교함으로써 CDC에서 제시한 대처방안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노스캐롤라이나 샬롯-메클렌버그 지역에서 1990년부터 1997년 까지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했습니다. 이 데이터에는 혈중 납농도 결과만이 아니라 학창시절의 기록과 성인이 된 이후의 체포기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대조군에 비해 CDC 처방을 받은 아이들이 정학, 결석, 학교범죄, 폭력죄로 인한 체포 등의 반사회적 행동을 훨씬 적게 저질렀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매우 충격적입니다. 하나는 이 아이들의 혈중 납 농도는 역사적으로 볼때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여전히 폭력적 행동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의미있는 수치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CDC의 처방이 매우 큰 효과가 있으며 납에 의한 범죄율의 상승을 후속조치를 통해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렇게 결론내립니다. “납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방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건강과 인적 자본의 측면에서 매우 큰 보상으로 이어진다.”

위의 세 연구는 지금 미국에서 발견되는 납 노출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비용으로 돌아올 것임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또한 지금 우리가 이미 납에 크게 노출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처방에 드는 비용이 훗날 우리가 물게될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빌링스와 슈네펠은 처방에 드는 $1가 대략 $1.8 만큼의 보상으로 돌아온다고 예측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율을 정말로 낮추고 싶다면, 그는 이러한 납의 영향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이는 도시의 치안을 위한 매우 효율적인 투자가 될 것입니다.

(브루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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