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맨더링과 효율성 격차에 관한 오해들
2017년 10월 11일  |  By:   |  정치  |  No Comment

* 옮긴이: 미국 위스콘신주 의회가 2011년 선거구를 새로 획정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에 지나치게 유리하도록 제리맨더링을 했다며 시작된 소송(Gill v. Whitford)이 마침내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지난 3일 첫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의 구두 변론이 있었습니다. 제리맨더링 여부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인 효율성 격차(efficiency gap)를 고안한 에릭 맥기 교수가 첫 변론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잘못 알려진 부분을 직접 짚어 정리한 글을 워싱턴포스트 멍키 케이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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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화요일 대법원에서 길 대 위트포드(Gill v. Whitford) 재판의 첫 구두 변론이 열렸습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제리맨더링이 사상 처음으로 제재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소송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어느 쪽을 변호하는 처지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했던 연구와 제가 고안한 측정 방식이 이번 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지도를 펴고 선거구의 경계를 다시 정할 때 어떤 정당에 얼마만큼 이익이 되도록 했는지를 측정하는 효율성 격차(efficiency gap)라는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원고 측은 효율성 격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심리 과정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도록 선거구 획정 효과를 측정하는 다양한 기준과 그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상세히 담은 장문의 변론취지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구두 변론 중에 효율성 격차라는 개념이 언급되거나 아예 누구든 저를 호명하면 그와 관련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겠다는 준비는 해갔지만, 누군가 제 연구 전반에 관해, 그리고 제 견해가 어떻다고 오해하고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는 사실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갔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먼저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제리맨더링에 관한 원고 측의 주장과 저의 기본적인 견해가 배치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송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 제 연구를 적극적으로 근거로 활용해 온 원고 측인데도 말입니다. 알리토 대법관은 저의 선행 연구 가운데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특정 정당에 혜택을 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적은 결론 부분을 인용했습니다. 제리맨더링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원고 측에서 인용한 연구를 수행한 학자가 몇 년 전에는 제리맨더링의 효과를 제한적이라고 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리맨더링의 효과를 최대한 정교하게 측정해내는 방법을 고안한 학자가 속으로는 제리맨더링이 사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리토 대법관이 인용한 부분도 앞뒤 문맥을 두루 살펴보면 사실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알리토 대법관이 인용한 논문은 제가 1970~1990년대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설명한 논문입니다. 실제로 그 당시 제리맨더링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후 저는 재편된 선거구로 선거를 치를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제리맨더링 효과를 측정했고, 자료를 축적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들어 제리맨더링의 효과가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실제로 특정 정당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리맨더링은 지난 두 차례 선거구 재편에서 급증했습니다. (선거구는 10년에 한 번씩 인구 총조사를 토대로 재획정) 지난 20여 년간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이 뚜렷해졌고, 선거구의 경계를 더욱 정교하게 긋는 데 필요한 기술이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주에서 극단적인 제리맨더링이 횡행하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부분 주는 공정하게 선거구를 정했으며, 대법원이 이번에 제리맨더링을 규제하기로 하더라도 선거구를 다시 짜야 하는 곳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제리맨더링을 실시한 소수 선거구 몇 군데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유권자의 뜻에 반하거나 의중을 묻지 않은 채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부당하게 반영해 선거구를 재편하는 일이 빈번해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두 번째로 아직 이 분야의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서 법원이 어떤 연구를 근거로 삼아 판결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변론 중에 제 이름도 언급됐죠. 이번에도 알리토 대법관이 그런 우려를 제기했는데, 저의 주요 논문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표됐으므로, 제 이론과 주장이 이른바 학계의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알리토 대법관은 선거구 획정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과거 흔히 쓰이던 이른바 정당 편향(partisan bias) 측정법에 대한 저의 학문적 비판을 언급하며, 효율성 격차 측정법도 소위 쳇바퀴 돌듯 주고받는 비판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법원이 효율성 격차 측정법을 덜컥 인용했다가 몇 년 안에 반론을 받아 측정법 자체가 폐기되기라도 하면 난처한 일이 되리라는 생각을 넌지시 비쳤습니다.

저는 분명히 앞선 방법론과 측정법을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더 정교하고 새로운 측정법을 만들어낸 것이죠. 효율성 격차 측정법은 분명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학문적 비판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토론, 논쟁은 학문이 진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론(異論)으로 제기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 과거에 수행했던 연구 결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 정교하게 다시 계산해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기존의 측정법을 완전히 폐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달라진 환경과 새로운 변화를 포용할 수 있도록 측정법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을 새로 쓰는 거죠.

핵심은 선거구 재편 과정에 정당 편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할 것이냐입니다. 특히 위스콘신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주에서 정당 편향을 측정할 때 효율성 격차 측정법은 기존의 측정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위스콘신주 선거구를 보면 어느 측정법을 써서 분석하든 마찬가지로 공화당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그은 선거구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오히려 사실상 같은 결론이라면 예전에 쓰던 측정법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 더 직관적이라서 이해하기 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기존 측정법은 득표수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해도 (선거구를 유리하게 짠 덕분에)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직접 내렸습니다. 반대로 효율성 격차 측정법은 제리맨더링 혐의가 짙은 곳뿐 아니라 모든 선거구 획정에 공식을 적용해 재편 과정에서 얼마나 특정 정당의 이해가 반영됐는지를 수치화하는 도구입니다.

법원이 지난번에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판결한 뒤로 효율성 격차 측정법 외에도 연구 방법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수백, 수천 가지 선거구 안을 자동으로 계산해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았으며, 온라인을 통해 직접 선거구 재편에 관한 제안이나 건의를 모아 반영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모두 어느 쪽이 어떤 의도로 제리맨더링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는지 판단하는 데 의미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겁니다. 실제로 여러 대법관이 구두 변론 중에 이런 기술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위에 소개한 정당 편향 측정법에 관한 논의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통해 기존 측정법으로 설명할 수 없던 부분을 설명할 수도 있고 기존 논리를 확장해 적용할 수도 있지만, 측정 결과는 별 차이가 없을 때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측정법들이 의외의 방법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앞서 선거구 획정에 관한 소송이 있었을 때 법원은 누차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측정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 요청에 따라 학자들은 측정법을 개발해 가상의 선거가 아닌 실제 선거 결과를 토대로 공식을 가다듬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새로운 측정법을 통해 주별 정치 지형과 선거구를 전에 없이 정확히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분야에서는 놀라운 진보가 잇달았습니다. 새로운 측정법과 공식은 대법원이 앞서 요청했던 바로 그 정교한 측정법에 훨씬 근접한 방법입니다. 제리맨더링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이 문제에 개입해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근거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쌓여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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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리맨더링 관련 뉴욕타임스 기사 (제리맨더링: 1인 1표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숫자 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