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15분 기상, 하루 6시간의 출퇴근길
2017년 8월 28일  |  By:   |  세계  |  No Comment

실라 제임스 씨의 일주일은 월요일 새벽 2시 15분에 시작됩니다. 직업이 제빵사나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문제는 제임스 씨가 보통의 사무직 회사원이라는 점이죠.

올해 62세인 제임스 씨는 미국 정부 기관에서 공공보건 자문으로 일하면서 연간 81,000달러(약 9000만원)를 법니다. 그런 그녀가 새벽 2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집값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80마일 떨어진 근교 스톡튼으로 이사를 간 이후, 그녀는 매일 아침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두 번의 환승을 거쳐 직장에 도착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직장인은 많지만, 2시 15분 기상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전날을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시간이죠. 제임스 씨의 경우는 서두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일어납니다.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준비를 마친 후 3시 45분에 집을 나서죠. 기차역까지는 자동차로 7분 거리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플랫폼까지 올라가는 데 4분이 걸리죠. 바퀴 달린 가방과 점심 도시락 가방을 들고 매일 같은 자리에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4시 20분에 기차가 도착하면 그녀는 늘 타는 칸에 올라가 늘 앉는 자리에 앉습니다.

제임스 씨가 타는 급행열차의 하루 승객 수는 2500명 정도로, 지난 10년 동안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자가용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어리어까지 출퇴근하는 사람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죠. 새벽 시간 통근 기차 창 밖으로는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할 때, 기차 안은 야간비행기 같은 분위기입니다. 담요와 베개, 귀마개와 안대로 무장한 승객들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바쁘고, 소수만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책을 들여다보고 있죠.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기차가 샌프란시스코에 가까워지자 해가 떠오릅니다. 제임스 씨를 비롯한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베이 에어리어 환승센터로 가는 것이죠. 버스 기사가 꾸물거리는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잠시 지체하자, 한 여성이 다음 기차를 놓치겠다며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합니다.

제임스 씨도 원래는 직장에서 15마일 정도 떨어진 동네에 살았습니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1600달러였죠. 하지만 3년 전 제임스 씨가 살던 건물을 개발업체가 매입하면서 세입자들은 모두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스톡튼의 집세는 훨씬 저렴합니다. 월 1000달러에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살 수 있죠. 재택 근무를 할 때도 있는데, 방 하나를 사무실로 쓸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고된 출퇴근길이라는 큰 댓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악명높은 통근길은 지역 테크붐의 부산물입니다. 주택 가격이 중산층의 수입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었고, 사람들은 싼 집을 찾아 내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죠. 제임스 씨는 주택 중위값이 30만 달러인 동네어서 눈을 떠, 일반적인 집이 100만 달러에 이르는 지역으로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스톡튼을 비롯한 주변 지역의 집세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먼 지역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죠.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지역 뿐 아니라 위성 도시, 교외까지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일자리 증가율은 지난 몇 해 간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습니다. 높은 집세 때문에 고용주들도 충분히 고용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씨가 탄 버스가 환승센터에 멈춰서자, 사람들은 각자 기차를 찾아 바삐 걸음을 옮깁니다. 서두르는 것을 싫어하는 제임스 씨는 천천히 걸을 여유까지 계산하고 더 일찍 아침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나마 종종걸음을 칠 필요가 없죠. 스톡튼은 미국 전역에서 “극한 통근자(출근하는 데 90분 이상 걸리는 사람)”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이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출근길이 90분 이상 걸리는 사람은 미국 전체 통근자의 3%에 달합니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그 비율이 3년 만에 3%에서 5%로 뛰었다는 점입니다. 스톡튼에서 그 비율은 8%에 달하죠.

제임스 씨가 사무실 근처 기차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입니다. 기차역에서 사무실까지는걸어서 3분 거리죠. 이렇게 하루가 시작됩니다. 하루의 끝에는 또 3시간에 달하는 퇴근길이 기다리고 있죠. 제임스 씨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12시간 후의 일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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