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길어진 노년,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2017년 8월 21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여성들은 20년도 안 되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인생의 모든 중요한 성취를 이루어야하는 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배우자를 찾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까지, 이 모든 일을 50세가 되기 전에 해내야하죠.

사람들은 이 과정을 인생으로 착각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나면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인사과에서는 결코 해고의 이유로 “나이”를 꼽지 않지만, 비슷한 운명에 처하는 여성들은 아주 많죠. 기업들은 이 “성숙한 노동력”을 원치 않습니다. 경험에 걸맞은 임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남성의 80%밖에는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55-64세 사이 장기 실업인구 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입니다.

저도 같은 일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 입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물론 직장인으로서의 만족이라는 것이 일종의 동지애를 월급과 의료보험, 유급휴가, 그리고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병가라는 예쁜 포장지로 싸둔 것에 불과하더라도 말이죠. 50대 중반이 되자 퇴직을 권고받았습니다. 다른 지방에서 재취업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저는 이주 없이도 일할 기회를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가 평생 몸 담았던 잡지책 업계는 서서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몇 안 되는 일자리는 33년 경력이 아닌 3년 경력의 에디터들에게 돌아갔죠.

그래서 저는 임시직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가리지 않고 일을 받아 열심히 일했고, 인생의 2막은 비교적 잘 풀려간 편입니다. 운도 좋았죠. 하지만 이런 식의 기회가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싸구려 옷을 입고, 친구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접하는 빠듯한 생활 이상으로 이어지기도 어렵고요.

통계만 봐서는 속기 쉽습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70-74세 여성의 18%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고 하죠. 종신직을 보장받은 교수나, 주름살이 경력을 증명하는 상담사,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가진 소수의 여성들이 이에 해당할지 모릅니다. 이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하버드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여전히 일이 즐거워서, 또는 돈이 되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이 빈곤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80% 더 높았습니다.

최근 제 고모 한 분이 100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여전히 똑똑하고 정정하신 분이죠. 재정도 스스로 관리하고, 정치 뉴스도 챙겨보고, 1984년에 있었던 일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십니다. 브릿지 게임을 해서 치매를 예방했다고 말씀하시곤 하죠. 하지만 고모는 45년 전에 은퇴하셨습니다. 저는 문득 앞으로 정신이 말짱한 채 45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에는 관심이 없고, 카드 게임을 포함한 모든 게임에 소질이 없는 제가 브릿지를 하면서 45년을 보낼 수는 없겠죠. 타이핑 이상의 운동은 무리인 제가 새삼 스포츠 활동을 할 수도 없을 것이고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은퇴할지, 내가 언제 노인이 될지를 나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90살이 되어서도 머리를 기르고 싶으면 그렇게 할 것이고, 나이가 나의 절반에 불과한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역사와 미술을 공부하고, 내 눈에는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남편과 춤을 배울 것입니다. 통장 잔고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예술영화와 연극을 보고, 여행을 할 것입니다. 손자손녀들을 박물관에 데려가고,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투표일에는 꼭 투표를 할 것입니다.

이 “은퇴 아닌 은퇴 생활”이 가능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입니다. 정원을 돌보고 골프를 치면서 한가롭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운 좋은 이들도 있지만, 대대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일을 더 할 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원치 않는 시점에 조기 퇴직을 당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일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모든 초능력, 그리고 월급의 원천이었던 걸요.

100세 생일을 맞는 미국인도 이제는 그렇게 드물지 않습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100세 이상의 미국인이 55,000명에 달하며, 그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건강이라는 행운을 갖고 태어난 이들은 은퇴 후에도 4,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복지 혜택도 없는 임시직 자영업자가 되거나, 끝도 없는 취미 생활 또는 빈곤의 굴레에 갇히는 것만이 옵션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또 관리직급에 있는 여성들은 자신의 어머니 연배 여성들을 고용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3,40대 잘 나가는 직장 여성들도 언제까지나 “린인(lean in)”으로 생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나이차별주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50대가 된 후 자신이 일궈온 성취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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