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사람들의 증가,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입니다 (1)
2017년 8월 7일  |  By:   |  세계  |  No Comment

“포켓 리빙”은 2005년부터 런던에서 소형 아파트를 지어온 회사입니다. 자전거 거치대처럼 젊은 싱글들이 필요로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반면, 큰 책장이나 넓은 주방은 없는 그런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지었습니다. 애초에 겨냥한 고객층은 20대였지만, 포켓 리빙 아파트 입주민의 평균 연령은 32세이고 꾸준히 올라가는 중입니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앞으로 가질 계획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이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1946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태어난 여성 가운데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은 단 9%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40대 초반 독일 여성 가운데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사람이 22%에 달합니다. 함부르크 시만 떼어놓고 보면 그 수치는 32%로 치솟고요.

유럽이 스스로 소멸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요? 덴마크의 한 보수성향 저널리스트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나약하고 불치의 병에 걸린 문화”가 보이는 증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은 인구 붕괴의 전조가 아니며, 심지어 새로운 현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선진국들이 오랜 전통을 업데이트하는 중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출산율이 낮고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반면 영국과 아일랜드는 유럽 기준 출산율이 높지만, 동시에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도 많죠. 한편 동유럽을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만 출산율은 낮습니다. 여성들이 주로 아이를 하나만 낳는다는 뜻이죠. 이렇게 출산율과 아이를 갖지 않는 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오늘날 평생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이 많은 나라의 과거를 보면, 20세기 초반에는 그 수가 더 많았습니다. 오히려 다들 아이를 낳아댄 20세기 후반이 특수한 시기처럼 보일 지경이죠. 이는 사회적인 규범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산업화 전의 서유럽에서 남녀는 하녀나 도제 시절을 거치고 자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경제적 실패의 증거로 여겨졌지만,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인드는 여전합니다. 독일 서부에서는 아이가 없는 사람이 느끼는 낙인이 미미한 수준입니다. 설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구구절절 변명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는 워킹맘에 대한 가혹한 시선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는 엄마는 “까마귀 엄마”라는 멸칭으로 불렸으니까요. 그러니 일하는 게 좋은 여성들은 자연스레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택했습니다. 가장 명확한 예는 일본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아이를 가진 여성을 쫓아내지는 않지만, 모두가 예외없이 가혹한 기업 문화에 시달리죠. 서로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는 분위기가 일상이니 그런 환경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떻게든 직장에 남으려는 여성들은 차일피일 출산을 미루게 되죠. 일본에서도 1953년 생 여성 가운데 아이가 없는 사람은 11%였지만, 1970년대 생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 수치가 27%에 달합니다.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하며 종종 중복됩니다. 다수는 아니지만, 아이를 평생 전혀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함께 아이를 갖고 싶은 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미 아이가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건강 문제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수는 아이를 갖기를 “영원히 미루는” 부류에 해당합니다. 공부가 끝나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되면, 집을 사면 아이를 갖겠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죠.

세계 어디든지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없는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직업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학위를 하는 여성들입니다. 스톡홀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스웨덴 여성 가운데 사회과학 학위를 한 여성의 33%가 아이를 낳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서는 그 비율이 10%, 조산사 가운데서는 6%로 떨어졌죠. 물론 아이를 원하는 성향의 여성이 초등학교 교사나 조산사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직업마다 다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차이는 결국 직업적 안정성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진 인류학자에 비해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어린 나이에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될 가능성이 높죠. (이코노미스트)

2부에서 계속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