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들, 중국 시장에서 계속되는 고전
2017년 7월 25일  |  By:   |  경영, 경제  |  No Comment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이용자는 20억 명이 넘습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인수한 가격은 260억 달러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애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회사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대표 격인 이 회사들이 지구상 어디에서라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분명 놀라운 일일 겁니다. 그런데 중국만 놓고 보면 이 회사들이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주 동안 페이스북이 보유한 서비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앱 중 하나인 메신저 왓츠앱 서비스를 차단했습니다. 이력서와 일자리 정보 공유, 경영 관련 콘텐츠 플랫폼인 링크드인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중국에서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최근 중국 지사장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애플은 중국 정부가 정한 규제에 따라 중국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위의 세 회사가 겪은 일을 살펴보면 외국 회사가 중국에 진출해 사업하는 데 따르는 난관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인이 중국이란 나라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부터 징가까지, 사실상 미국의 내로라하는 테크 기업은 전부 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문이라도 두드려 봤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큰 부유층의 꾸준한 성장 등 객관적인 지표만 놓고 보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죠. 하지만 애플과 IBM, 인텔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현재 중국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고 활발하게 사업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징가 중국 지사에서 일했으며 현재 베이징에 있는 아시아 혁신 그룹의 창립자이기도 한 앤디 티안은 말합니다.

“중국 시장은 일반적으로 원래 살아남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고객 서비스업이나 테크업에서 공히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 바로 중국 시장이니까요.”

트위터나 구글, 스냅챗 등 인터넷 회사들은 중국 정부의 계속되는 검열에 시달렸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는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의 경쟁에서 뒤처졌고, 그루폰도 중국 업체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우후죽순으로 출시하면서 끝내 뿌리 내리지 못했습니다. 우버는 중국에 진출해 사업 기반을 닦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자 중국 경쟁 업체에 회사를 매각하고 발을 뺐습니다.

2년 전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검열 규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야심 차게 중국에 진출한 링크드인도 이용자를 생각만큼 확보하지 못하며 고전해 왔습니다. 컨설팅 회사 앱코 월드와이드의 중국 지역 총책임자인 제임스 맥그레거는 “대형 인터넷 회사들은 중국 시장을 향한 기대를 접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반면 특히 중국 기업에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중국에 남아 있기도 하다고 티안은 말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회사들 가운데 인터넷 업계의 대기업들은 점점 중국 진출을 주저하는 추세입니다.

지나친 검열 말고도 문제는 많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문화는 독특합니다. 가끔 변덕스럽고 제멋대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때도 있습니다.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각종 차단 장치와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히 어렵습니다. 컴퓨터 기술자들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종종 중국 밖에 기반을 둔 서버를 통해 해결합니다.

이런 난관을 넘어선 기업이라도 외국 회사나 외부 자본에 기본적으로 적대적인 문화를 비롯해 미국에서라면 좀처럼 겪지 않았을 문제에 부닥치게 됩니다. 티안은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받은 선수더러 갑자기 길거리에 나가서 정해진 규칙도 없는 싸움을 해보라고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올림픽 태권도 선수는 대련을 시작하는 호루라기 소리를 기다리다가 먼저 팔꿈치로 급소를 가격해오는 길거리의 싸움꾼에게 맞아 쓰러지고 말 겁니다.”

페이스북이 당면한 문제는 사실 복잡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웹사이트도, 앱도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돼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중국 서부에서 소수민족의 봉기가 일어난 직후 페이스북 서비스가 차단됐고,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도 중국 내에서 접속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인스타그램이 차단될 즈음은 공교롭게도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중국 내 차단을 해제하려는 캠페인을 한창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주커버그는 대형 공개 토론회에서 갈고닦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며 당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 총책임자를 페이스북 사무실로 초청하고 심지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과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주커버그가 기울인 노력이 무색하게도 중국에서 접속할 수 있던 페이스북의 마지막 서비스나 다름없는 왓츠앱마저 차단된 겁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왓츠앱 이용자들은 사진이나 동영상,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영원히 페이스북의 모든 서비스를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회가 열릴지는 모릅니다.

지난달 1일, 중국 정부가 새로 제정한 사이버보안 관련 법안이 발효되면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서비스들이 차단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규정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어쨌든 새 규정은 외국 회사에 대한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중국에서 영업하는 회사들이 핵심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 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성패는 소매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애플이 처한 상황은 페이스북과는 꽤 다르긴 합니다만, 그런 애플도 새로운 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왓츠앱이 차단되기 일주일 전, 애플은 아이클라우드(iCloud)에 저장되는 모든 데이터를 중국 서버에 보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중국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동시에 새로 투자하기로 한 10억 달러의 일부를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 중국 남서부에 데이터 센터를 짓는 데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최근 수익 결산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최고경영자 팀 쿡의 말을 빌려 중국 시장에 대단히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규제 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는다고 나머지가 알아서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아이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품질의 스마트폰을 중국 업체들이 직접 생산해 훨씬 더 싼 값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줄곧 내림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4월 1일로 종료되는 회계연도 2/4분기에서 애플의 중화권 영업이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4%나 떨어졌습니다.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의 21%가 중화권에서 팔립니다. 중화권은 미국 다음으로 애플에 중요한 시장입니다.

애플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주 중화권을 총괄하는 책임자 자리를 새로 만들고, 그 자리에 회사 내 대표적인 중국통 이사벨 제마헤를 앉혔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제마헤 씨는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며 오랫동안 엔지니어로서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인물입니다. 애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두 명에 따르면 애플은 또 최근 준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중화권 정책 총괄직에도 적임자를 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있는 애플과 달리 링크드인의 고전은 중국에서 예전에는 통하던 방식이 더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합니다. 애플은 어쨌든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로 인식되고, 중국 정부는 하드웨어 회사를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물건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링크드인은 인터넷 회사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2014년 링크드인은 중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를 만한 콘텐츠는 사전에 검열해 걸러내기로 했습니다. (구글이 벌써 10여 년 전 중국 정부의 요구에 응해 시행하던 자체 검열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글은 자체 검열을 중단하고 중국 정부가 싫어할 만한 내용을 여과 없이 검색되도록 했다가 중국 정부와 관계가 틀어진 끝에 완전히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링크드인은 또한 유명한 중국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중국 지사를 설립한 뒤 중국어판 운영을 맡겼습니다. 이용자들로부터 자체 검열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접수됐지만, 어쨌든 다른 테크 기업들은 링크드인이 중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며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름 있는 중국 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중국 정부 안에 있는 필요한 사람에게 민원을 넣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링크드인은 또 중국이라는 사회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중국의 성공한 창업가이자 구글에서 일했던 데렉 셴에게 중국어판 운영을 맡겼습니다. 데렉 셴은 주로 이메일과 컴퓨터와 연동해 돌아가던 링크드인의 독립형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스마트폰에 훨씬 더 익숙한 사람들을 공략했습니다.

3년이 지난 현재 결과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링크드인 중국 지사에서 일했던 익명을 요구한 전 직원 네 명은 주요 공략 소비자층을 특정하지 못해 이용자를 꾸준히 늘리는 데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중국어판 앱인 치투(赤兔)를 출시하며 링크드인은 특히 중국의 소도시에 사는 재능 있는 인재 수백만 명에게 세계 곳곳의 기회와 일자리를 연결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링크드인 서비스는 미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중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중국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들이 대부분 컴퓨터는 아예 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을 주고받는 수단도 이메일보다 메신저 앱이 훨씬 더 많습니다. 데렉 셴 씨는 잠재적 고객의 이러한 특징을 잘 살린 앱을 만들고자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링크드인이 고객을 유치하려면 이미 굳건히 자리를 잡은 위챗 같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경쟁해야 했습니다. 결과가 신통치 않을 수밖에 없는 거죠.

지난 6월, 데렉 셴은 마침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링크드인은 만만치 않은 과업을 맡길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습니다. 링크드인 측은 상호 합의 하에 데렉 셴이 사임하기로 했으며, 셴은 링크드인 같은 대기업보다 더 초기 기업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후발 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해오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정부 당국이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해 압박하는 것도 아닙니다. 링크드인은 결국 중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 자체를 공략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일하며 알게 된 업무상 관계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확대한다는 개념 자체가 중국인들에게는 낯설다 못해 이상한 것입니다. 링크드인에서 일했던 직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에게 (미국식) 네트워킹의 효과를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합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맥은 대단히 사적인 자산입니다.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당혹스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바보 같은 짓으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링크드인에서 이력서를 새로 업데이트하기라도 하면 기존 직장 상사들은 당장 이 직원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부패 척결이 한창인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과 맺게 된 친분을 공개하는 건 자칫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업무상 관계를 맺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훨씬 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링크드인보다는 위챗이 여기에 훨씬 더 어울리는 플랫폼이죠. 위챗은 기본적으로 메신저 앱이지만, 페이스북처럼 사람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 기능도 있습니다. 또한, 위챗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체 채팅방 등 채팅 기능을 쓰지만, 가끔 동문끼리, 혹은 전 직장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나 학부모들이 모임을 만들어 이런저런 소문을 퍼다 나르며 때로는 어떤 자리가 나서 누군가 채워 넣어야 할 때 마땅한 사람을 추천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구인 공고를 낸 뒤 위챗을 통해 입소문을 내고 사람을 구하곤 합니다. 테크 관련 컨설팅 회사인 마브리지 컨설팅을 차린 마크 나트킨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링크드인이 외국 회사라서 중국에서 고전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링크드인은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를 구현하지 못했어요.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이나 (원래는 데스크톱 전용 메신저로 개발됐던) QQ를 통해 업계의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 다들 그 서비스를 쓰게 된 거죠.”

문화적 차이 때문에 링크드인에 가입하지 않는 중국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링크드인 중국 지사에서 일했던 직원 두 명은 사이트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직원에게 매주 몇 개 이상 게시판에 글을 올리라는 할당량이 주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매주 5~10편씩 글을 썼다고 말한 직원은 할당량 때문에 글을 쓰기는 했지만, 대부분 중국인이 업무에 관한 논의를 위챗으로만 했기 때문에 별 효과는 없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짧은 메시지는 물론 링크하는 기사나 장문의 읽을거리도 위챗에서 돌 때 훨씬 더 많이 읽혔습니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해당하는 위챗의 ‘지금 상태’ 알림도 효과가 컸습니다.

링크드인 대변인은 회사 측에서 직원들에게 게시판에 글을 올리라고 권장한 건 맞지만, 이는 모두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링크드인 중국 지사에서 일했던 직원은 다른 나라 회사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본 적 없는 중국인들에게 왜 인터넷에 이력서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일인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링크드인이 이용자를 모집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낸 기업은 후아웨이나 드론 회사 DJI처럼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었던 건 우연이 아닙니다.

링크드인 중국 지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쑤멩야 씨는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호주의 링크드인 고객이 중국의 고객보다 훨씬 적지만, 실제 네트워킹은 훨씬 더 활발하다고 말했습니다. 일과 개인 생활이 명확히 구분돼 있는 것도 호주에서 링크드인이 성공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쑤멩야 씨는 분석했습니다. 개인적인 것은 페이스북에, 일에 관련된 공적인 사안은 링크드인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반면 중국 사람들은 개인적인 일이든 업무에 관한 것이든 위챗만 씁니다.

링크드인은 당분간 중국 시장 공략을 계속할 것입니다. 다만 링크드인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택한 전략은 중국 진출을 노리는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에 좋은 본보기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링크드인은 중국에 발을 내딛는 것부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입증했습니다.

링크드인이 모은 가입자와 유치한 고객의 수는 알리바바나 텐센트에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대신 중국 밖에서 중국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생생한 교과서를 써준 셈이 됐습니다.

데렉 셴은 링크드인을 떠나며 남긴 글에서 3,2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링크드인에 가입한 것은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중국에서 인터넷을 쓰는 인구의 5%도 안 되는 숫자지만, 링크드인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새로운 사업이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링크드인에 구인 공고를 내는 회사도 1천여 곳이나 새로 확보했습니다.

“링크드인이 이룬 성과가 없지 않습니다. 어쨌든 첫 삽을 뜨고 다른 중국 토종 업체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자축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나트킨의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링크드인의 전·현직 직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우선 중국 경쟁 업체들에 비해 링크드인에는 구인 공고를 올리는 값도 비싸고, 반대로 채용률은 낮습니다. 링크드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해 링크드인은 중국 정계에 끈이 많은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 지분을 나눠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한 중국 지사는 사소한 문제에도 미국 본사의 지침을 기다리며 늘어지는 대신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는데, 직원 혜택이나 성과 보수 구조 등이 달라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전직 직원들은 말했습니다.

쑤멩야 씨는 링크드인이 범한 가장 근본적인 실수로 너무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과 충분히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 점을 꼽았습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중국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걸 간파하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온통 위챗에서만 돈다는 말이 아마 사실일 겁니다. 중국에서 링크드인은 고용 정보 사이트에 그치고 말았어요. 원래 중국에 있던 사이트의 고급 버전이랄까요? 채용 관련 정보만 일방적으로 나열된 공간에 소셜 네트워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용자들의 활동은 필요가 없죠. 링크드인의 소셜 네트워크 기능은 중국에서 그렇게 자취를 감춘 겁니다.” (뉴욕타임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