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말하는 “왕좌의 게임”의 매력
2017년 7월 13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는 주요 등장 인물 중 한 사람이 전신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오른손을 잃은 캐릭터, 심한 피부병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드라마 크레딧에 첫번째로 등장하는 배우 피터 딘클리지는 왜소증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장애위원회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레베카 코클리와 같은 입장이죠. 코클리 씨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보통 사이즈의 사람들”에게 “작은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딘클리지가 연기하는 티리온 라니스터는 복잡하고 강렬하며 매우 섹시한 인물이죠.

코클리 씨는 원작 소설의 팬이기도 했지만, 책이 영상으로 옮겨지면 보기 괴로운 장면이 나올까봐 우려했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책에는 악한 왕이 티리온을 조롱하기 위해 작은 배우들만 등장하는 외설스러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 인생 경험을 너무도 생생하고 날카롭게 그려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장면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을 탄 후에는 친구들이 괜찮냐고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기까지 했었다고요. “정말로 저런 일이 있어?”라는 친구들의 질문에 코클리 씨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런 일을 겪는 날도 있습니다. 저를 보곤 무릎을 꿇고 걸음걸이를 흉내내며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죠. 가게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저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어요.”

작가이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인 데이비드 페리 씨 역시 “왕좌의 게임” 팬이자, 중세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딴 학자입니다. 그는 시리즈를 “중세스럽다(medival-ish)”고 표현합니다. 현대 의학이 등장한 시기 이전이 배경이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모든 인간 사회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시리즈 역시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시리즈에는 “회색비늘”이라는 상상 속의 피부병에 걸린 어린 공주가 등장하는데, 페리 씨는 이것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설정임을 지적합니다.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것 보다는, 이 불쌍하고 험한 모습의 소녀가 이렇게 착하고 순수하고 똑똑한데 죽어버리다니 정말 화가 난다,는 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죠. 저는 이런 식의 글쓰기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는 제이미 라니스터가 한 손을 잃은 후 너무 쉽게 다른 손으로 검술을 터득해버리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극 초반에 전신이 마비되는 브랜 스타크와 1시즌 내내 그를 안고 다니는 호도르도 문제죠. 브랜 스타크와 지적 장애를 가진 호도르는 둘 다 신비한 힘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장애인 캐릭터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이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무리한 설정을 우려하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왕좌의 게임”이 판타지 소설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지체장애인들이 바라는 기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휠체어용 경사로가 설치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날 수 있는 초능력을 얻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리 씨는 이 시리즈가 이토록 다양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점에 경의를 표합니다. 코클리 씨는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을 극찬합니다.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TV 시리즈보다 장애인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소리 큰 장애인 친구들과 실제로 어울리는 게 틀림없어요. 책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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