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6번째 대량 멸종 일어나고 있을 수도”
2017년 7월 12일  |  By:   |  과학  |  No Comment

최근 수십 년간 야생동물종의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건 어쩌면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규모 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과학자들이 흔한 동물종과 희귀종을 모두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종에 걸쳐 지역별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구가 급증하고 사람들의 씀씀이가 덩달아 커지면서 자원이 고갈되는 위기가 빠르게 찾아왔다는 분석과 함께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 연구는 보통 과학 논문이 택하는 절제된 문체 대신 직설적이고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했습니다. 논문은 야생동물의 대량 멸종을 가리켜 “생물학적 몰살”이라고 표현하고, 이는 “인류 문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의 헤라르도 세바요스 교수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졌기 때문에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강력한 언어로 충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상의 여러 생물종이 지난 수백만 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선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생물종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그렇게 빨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멸종 위기인 희귀종 대신 지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지역에 따라 개체수가 급감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을 연구한 겁니다.

현재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동물은 수천여 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1/3가량은 멸종위기종으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물종의 절반 정도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입니다. 육지 포유동물의 개체수와 서식 환경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 세기 포유동물의 절반가량이 서식지의 80%를 빼앗겼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사라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동물의 개체수가 수십, 수백억 마리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진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생물학적 몰살은 생태계 전반은 물론이고 인류의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에도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인류는 우리가 우주에서 유일하게 아는 다른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몬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멸종을 멈출 방법이 아직 없지 않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확인되는 징후를 종합해 보면 향후 20년간 생물종 다양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겁니다. 모든 생명체의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되고요.”

야생 동물이 멸종에 이르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서식지가 줄어들거나 남획, 환경 파괴, 외래종의 침입으로 인한 도태, 기후변화 등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예외 없이 “인구 폭발과 특히 부자들의 절제 없는 소비”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과학자들 가운데는 1968년 논란의 역작 “인구 폭발”을 쓴 스탠포드 대학교의 폴 엘리쉬 교수도 있습니다. 엘리쉬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던지는 경고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류 문명은 결국 지구의 동식물과 미생물로 이뤄진 생태계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어요. 작물이 열매를 맺는 것도, 바다에서 식량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것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기후가 유지되는 것도 결국 온전히 지구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이 밖에도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도 인간이 생태계에 의지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입니다. 엘리쉬 교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습니다.

“슬프게도 문명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구를 다시 줄이는 일은 무척 어려울뿐더러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반면에 소비에 관한 문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법을 만들어 지키는 일 같은 건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바요스 교수는 또 전 지구적 수준에서 야생동물 보호를 관장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기재된 육지 척추동물 27,500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지난 수십 년 사이 전체 종의 1/3 정도의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개체수가 줄어든 동물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아는 동물들입니다. 세바요스는 제비를 단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제가 자란 멕시코시티 근처에서는 매년 제비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한 10년쯤 전부터 멕시코시티 근처에서 제비가 사라졌어요.”

연구진은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사례로 사자를 꼽습니다.

“사자는 역사적으로 사실상 아프리카 전역은 물론 남유럽, 중동을 지나 인도 북서부에 걸쳐 살던 동물이었어요. 지금은 언급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자를 볼 수 없게 됐죠.”

Screen Shot 2017-07-11 at 3.42.15 PM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듀크대학교의 스튜어트 핌 교수는 이번 연구의 전체적인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6번째 대량 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멸종의 시작이 머지않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또 한 차례의 대량 멸종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핌 교수는 또한, 이렇게 광범위한 데이터를 연구한 사례에서 모두가 유념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넓은 지역에 걸쳐 일어나는 개체수 감소가 우려스러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히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죠. 다만, 이렇게 큰 데이터를 보여주는 건 다소 엉성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개체수가 급감하는 지역도 있지만, 동시에 종 다양성 보호나 개체수 보존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는 지역도 없지 않거든요. 사자가 지구 곳곳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하고만 있다면, 사자 보호와 개체수 보존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꽤 억울할 겁니다.”

영국 런던 동물학회의 로빈 프리만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총합 차원에서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죠. 그런데 진짜 더 재미있는 일은 아주 자세한 세부 사항을 뒤지다 보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저 특정 영역에서 개체수가 줄어든 특별한 원인이라도 있을까 살펴보다 보면 무언가 나오는 식이죠.”

프리만은 동물 3천여 종을 추적해 1970년 이후 지구상의 동물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확인한 지난 2014년 연구팀의 일원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와 숫자는 대개 일치하는 당시 연구도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다른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강력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재앙에 가까운 개체수 감소를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 그런 부분이 마땅히 언급된 것 같습니다.”

인구가 많아져서 환경 문제가 야기된다는 분석은 오랫동안 논쟁의 핵심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수백만 명이 아사할 것으로 내다봤던 엘리쉬 교수의 1968년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작물이 새로 개발된 것이 기아를 해결하는 데 한몫했는데, 이 또한 엘리쉬 교수가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인구 폭발”의 주장 곳곳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엘리쉬 교수는 이 책이 핵심적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람들에게 전 지구적인 차원의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구 자체도 문제의 하나임을 상기시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오늘날도 그는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폅니다.

“인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과학자 있으면 데리고 오세요. 면전에서 그 사람이 얼마나 멍청이인지 제가 보여드릴 테니까요.” (가디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