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온 부정적 효과
2017년 6월 29일  |  By:   |  경제  |  2 Comments

몇 년 전 시애틀 시는 무척 대담한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임금을 기존 시간당 9.47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기로 한 겁니다. 엄청난 인상 폭 때문에 경제학자들조차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사용자가 급증한 임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 저임금 노동 일자리들은 시애틀 시 바깥으로 밀려날지 등 많은 것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월요일,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시애틀 시의 실험을 분석한 결과 부정적 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3달러까지 오른 2016년, 시애틀 사용자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먼저 대거 줄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올랐지만, 일자리 수는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일자리 감소와 노동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시애틀 시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벌이는 한 달 평균 125달러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아직 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따라서 학술지에 게재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넘게 최저임금을 소폭 혹은 적당히 인상하면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치르고도 남는 혜택이 돌아온다던 수많은 경제학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결론이 나온 탓에 이미 이 내용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주, UC 버클리 경제학자들은 시애틀의 식당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발맞춰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야 했지만, 일하는 직원 수를 줄이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들로, 이 연구 결과는 워싱턴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반박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워싱턴대학교의 연구는 기존 연구들보다 훨씬 풍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개별 사업장에 관한 주 정부의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여기에는 특히 노동자들이 정확히 몇 시간 일하고 얼마만큼 임금을 받았는지가 정확히 기록돼 있습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정확한 노동 및 임금 데이터가 연구에 쓰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최저임금에 관한 연구는 요식업처럼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특정 분야만, 혹은 10대 청소년처럼 주로 낮은 임금을 받는 개별 집단만 살펴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면에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경제 영역 전반에 걸친 모든 저임금 노동자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연구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이자 워싱턴대학교에서 공공정책을 가르치는 제이콥 빅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얼마를 받으며 얼마나 일하는지 제대로 추적한 좋은 데이터는 많지 않습니다. 앞선 연구들은 식당 업계만 들여다보든지, 10대들의 고용 상태만 보든지 하는 식으로 부족한 데이터의 한계 안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효과를 가늠해보려 했죠. 여기에는 대부분 청소년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할 것이다,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일 것이라는 식의 가정이 따라붙죠.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 주에 한해서 저희 연구진은 개별 노동자가 얼마나 일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상세히 정리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어요. 아주 귀한 데이터로 연구한 셈이죠.”

워싱턴대학교의 연구에도 자체적인 한계가 없지 않은데, 이는 활용한 데이터에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데이터에는 우버나 리프트 운전자 같은 개인사업자가 빠져 있습니다. 시애틀 등 워싱턴 주 주요 도시에서는 2014년경부터 우버와 리프트가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임금노동자로 간주하지 않아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우버 같은 프리랜서 기반 임시직 노동에 기댄 경제는 시애틀의 정규 경제영역에서 밀려난 저임금 노동자들이 부수입을 올려 부족한 임금을 충당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했습니다.

둘째로, 연구진은 워싱턴 주 전역에 걸쳐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데이터를 뺐습니다. 대기업에 고용된 이들 가운데 누가 시애틀에 근무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워싱턴 주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38%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는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최저임금 연구의 새 지평 열까?

도시 한곳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연구논문 한 편의 결과를 섣불리 여러 곳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게다가 아직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방법론을 썼고,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진행했는지 등을 심사위원이 검토하지도 않은 논문입니다.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입니다. 하지만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이나 최저임금을 넘어 생활임금을 쟁취하자는 운동 등 근래 활발하게 논의되는 최저임금 문제에 관해 이례적으로 엄격하고 꼼꼼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시애틀은 뉴욕, 시카고, 캘리포니아 주 등과 함께 미국에서도 최저임금을 새로운 수준으로 크게 올리자는 운동의 선봉에 서 왔습니다.

워싱턴대학교의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 운동 자체가 섣불리 너무 나갔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벌써 나오기도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거나 고용을 억제하지 않는다는 이론적 연구는 이미 상당히 많습니다. 동시에 대부분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데 동의합니다. 어쩌면 시애틀이 그 ‘지점’에 도달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애틀의 임금은 미국 평균에 비하면 이미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당 13달러는 연방정부 기준인 시간당 7.5달러보다는 월등히 높지만, 시애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미 시간당 13달러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주립대학교에서 최저임금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아린드라짓 듀브는 원래 임금 수준이 높은 시애틀의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 도입한 최저임금이 그다지 큰 폭의 인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시애틀이 설정한 최저임금은 1968년 미국 정부가 처음 연방 차원에서 당시 물가를 반영해 도입한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후 최저임금은 오랫동안 인상되지 않아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워싱턴대학교의 이번 연구가 지난 20여 년간 계속된 최저임금 관련 연구 대부분을 뒤집거나 적어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단초가 되리라는 분석은 논쟁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무엇보다 업계에서도 특히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영역을 따로 떼어내 최저임금의 영향력을 분석해 오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데이터만 떼어놓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해봤더니, 워싱턴대학교 연구진도 최저임금 인상이 시애틀 요식업계 전반의 고용 상황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존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은 겁니다. 이는 UC 버클리 연구진의 연구 결과와도 비슷했는데, 버클리 연구진은 최저임금 관련 기존 연구 방법론을 따랐습니다.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를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즉, 요식업계 전체를 한꺼번에 살펴보는 대신, 똑같이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에서도 특히 임금이 낮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만 따로 떼어내어 살펴본 겁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실제로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최저임금 경계선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직접 영향을 받은 겁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와 낮은 노동자를 나누어 살펴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추정했습니다.

앞으로 이번 연구를 둘러싼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다만 몇 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 이번 연구는 최저임금 정책 자체가 기본적으로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연구 가운데 하나로 보입니다. 1990년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경험적 연구들이 임금이 올라도 고용 지표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설령 일자리가 좀 줄어들더라도 전체 노동자가 얻는 혜택이 더 크다는 결과를 쏟아내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경제학자가 이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UC 버클리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카드 교수는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의 앨런 크루거 교수와 함께 쓴 유명한 논문에서 뉴저지 주가 1992년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뉴저지 주의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논문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근거로 수없이 인용되며 최저임금 연구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더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입니다.

카드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한 논평을 부탁한 이메일에 현재 여행 중이라 아직 논문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답을 보내 왔습니다. 그러면서 카드 교수는 논문 한 편을 너무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논문을 읽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한 가지 예측해 본다면, 앞으로 경제학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 논문을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나면 마침내 언론은 이를 가리켜 ‘풀리지 않는 논쟁’이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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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찬영

    말 그대로 개인사업자, 중소 자영업자들은 당장 알바 임금 쥐어주는 데에 힘이 벅차서 최저임금 만원시대를 두려워했다 (5년 안에 그렇게 된다면.)

  • fohenz11

    하지만 시애틀은 실상 미국내 실업률 최저치로 완전고용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