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MIT 졸업식 축사
2017년 6월 19일  |  By:   |  IT, 칼럼  |  2 Comments

* 애플 CEO 팀 쿡이 지난 9일 M.I.T.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습니다. 몇몇 국내 언론에서 팀 쿡의 발언을 발췌했는데, 전문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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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여러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먼저 2017년 졸업생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밀라드 이사회 의장님과 라이프 총장님, 여러 교수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졸업 50주년을 맞아 특별히 오늘 졸업식을 빛내주신) 1967년 졸업생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날에 여러분과 가족, 친지 앞에 설 수 있게 된 건 정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M.I.T.와 애플은 공통점이 정말 많은 조직입니다. 둘 다 아주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기 좋아하죠. 둘 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특히 그런 아이디어를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정말 큰 아이디어, 세상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요. M.I.T.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장난스럽게, 하지만 끈덕지게 무언가에 몰두하는 ‘pranks’ 혹은 ‘hacks’라 부르는 전통을요. 여러분들은 지난 몇 년간 실로 놀라운 일들을 해냈죠. 도대체 M.I.T. 학생들이 어떻게 화성탐사로봇을 학교 강당까지 보냈는지, 학교를 상징하는 돔 위에 거대한 프로펠러 달린 털모자를 무슨 수로 씌웠는지 모르겠어요. 저라면 못 했을 것 같은 일이죠. 아, 그리고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것도 여러분 소행 맞죠? 새벽 3시에 트위터나 하는 대통령이 어딨겠어요? 당연히 대학생들이 배후라는 걸 저는 진작 알았습니다. (옮긴이: 트럼프 대통령이 새벽에 쏟아내는 트위터를 비꼰 것.)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축하할 일이 많은 날이죠. 여러분 모두 스스로 정말 자랑스러워 하셔도 될 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대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다 보면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 거지?’, ‘목표라는 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자주 하게 될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 저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 뒤 15년 가까이 지나서야 답을 찾았어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구했는지 여러분께 말씀드리면, 어쩌면 여러분이 답을 찾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를 조금은 덜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같은 오래된 질문에 답을 찾는 그 순간 인생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찾으리라고 생각했죠. 그렇지 않더라고요. 대학교에 와서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전공을 결정하고 나면 그럴 줄 알았어요. 이번에도 아니었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그 뒤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면 답을 찾을 줄 알았죠. 그 역시 아니었어요.

인생의 목표라는 것이 정말 곧 제 앞에 나타날 테니, 지금 저 모퉁이만 돌면 움켜쥘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테니 계속 정진하자고 스스로 수없이 되새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 목표에 사로잡혀 저 자신이 헝클어질 정도였죠. 제 안에서는 그저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하는 저와 ‘결국 이게 다야?’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회의를 품는 저 사이에 긴장이 쌓였습니다. 듀크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를 더 하며 답을 찾아보기도 했고, 명상도 해봤습니다. 종교의 세계에서 길을 찾아보려고도 했죠. 위대한 사상가들과 작가들이 쓴 글과 책을 읽었습니다. 뭘 모르는 어린 시절에는 생각 없이 윈도우 PC를 쓰기도 해봤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더군요. (옮긴이: 애플 CEO의 윈도우 저격 농담.)

수많은 굴곡과 전환 끝에 20년 전, 마침내 저는 애플에 입사합니다. 당시 애플이란 회사는 생사의 기로에 섰었죠. 막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달리 생각하기(Think Different)’ 캠페인을 시작했었고요. 잡스는 정신 나간 사람 소리를 듣는 부적응자, 반골, 문제아, 이른바 부적격자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며 이들이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이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만 있다면, 잡스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죠.

그 전까지 저는 이렇게 열정적인 지도자나 분명하고 강렬한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회사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 목표는 바로 인류에 이바지한다(to serve humanity)는 것이었죠. 정말 그토록 간단한 것이었어요, 인류에 이바지한다. 제게는 이때가 15년간 찾아 헤매 온 그 답을 얻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제가 있어야 할 곳에 도달한 느낌을 받았어요.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며 구성원 모두 새로운 문제와 씨름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회사 분위기가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직 있지도 않은 기술을 바탕으로 내일의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가꿔나갈 수 있다고 믿는 리더와 일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언가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제 마음의 소리에도 딱 맞는 곳이었어요.

물론 그때는 지금 말씀드리는 걸 다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된 데 감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애플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던 이유가 분명해 보입니다. 애초에 어떤 목표의식 없이 움직이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찾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과 애플이라는 환경 덕분에 저는 제 모든 걸 바쳐 일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강령을 체화할 수 있었죠. 어떻게 해야 내가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인생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기 자신보다 더 큰 이상을 추구하며 일할 때 여러분은 그 의미와 진정한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여러분이 꼭 가슴속에 새기고 살아갔으면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면 바로 ‘어떻게 인류에 이바지할까?’ 이 질문입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선 여러분 앞에는 무척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습니다. M.I.T.에서 여러분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과학과 기술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배우셨을 겁니다. 이미 M.I.T.가 그동안 발견한 과학적 사실만으로도 수십억 인류가 훨씬 더 건강하게 살고, 생산성을 높였으며,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암을 극복하는 문제부터 기후 변화 대책과 교육 불평등 해소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우리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이 그 자체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 기술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지난해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교황은 가장 낮은 자의 벗으로 빈민을 구제하는 데 생의 대부분을 바쳐 오신 분이죠. 국가수반을 비롯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교황님은 최신 기술에 대해 거의 모르는 게 없었습니다. 그가 정말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고민하신 게 분명합니다. 기술이 가져오는 기회와 수반하는 위험, 그리고 관련된 윤리 문제까지 말이죠. 교황님이 제게 해주신 말씀은 사실상 강론에 가까웠는데, 애플이 회사 차원에서 깊이 고민하고 신경 쓰는 문제와도 놀랍도록 맞닿은 문제들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동시에 인류 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에 적잖은 우려를 표하셨는데, 인류가 지금처럼 강력한 힘을 손에 쥔 건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힘을 지혜롭게 사용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가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기술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 기술은 좋은 쪽으로 쓰이죠. 그렇지만 기술의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나타날 경우 그 피해는 훨씬 크고 방대할 겁니다. 보안 문제나 사생활 보호 문제, 가짜 뉴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파괴하는 쪽으로 악용되는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때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자 개발된 기술이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입니다. 스스로 훌륭한 일을 찾아서 하는 기술이란 없죠. 바로 그 가치중립적이라는 특징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인류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향한 헌신,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인류의 신념이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통찰, 인류의 위대함과 서로를 향한 배려 등을 철저히 반영해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겁니다.

저는 사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별로 우려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제가 오히려 더 걱정하는 건 인간이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상황, 즉 가치나 연민과 같은 감정을 배제하고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 같은 분들이 우리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항상 경계하고 감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과학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라면, 인문학과 인간다움은 우리가 지금껏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우리 앞에 어떤 위험이 놓여 있는지를 밝혀주는 촛불과도 같습니다.

전에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교양 과목과 결합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하시는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을 놓고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 일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뛸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폰, 심근 경색이나 심장 마비가 오기 전에 맥박을 감지해 심장에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려주는 애플 워치, 자폐 아동에게 자신의 갇힌 세상과 모두의 세상을 이어주는 아이패드가 모두 이런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과 결부된 기술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낳는 겁니다.

여러분이 삶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애플이 어떤 일을 하든 우리는 누구나 우리 각자가 타고난 인간성을 반영한 일을 해야 합니다. 그 책임감이라는 것은 사실 막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크나큰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 세대가 가진 열정과 인류에 이바지하려는 신념을 믿기에 미래를 낙관하는 편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여러분 세대에 의지하고 있는 겁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한없이 냉소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유혹이 세상에는 너무 많죠. 특히 인터넷은 각 개인에게 엄청난 능력을 부여했고, 수많은 이들에게 전에 없던 권한을 주었지만, 동시에 인터넷 세상에서는 인간의 위대함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폐기되고 대신에 하찮은 것과 부정적인 것이 지나치게 주목받기도 합니다.

부디 그런 잡음에, 쓸데없는 유혹에 마음 쓰지 마시길. 삶에서 한없이 사소한 것에 휘둘리지 마시길. 낚시성 정보에 귀 기울이지 마시고, 물론 제발 그런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은 절대로 되지 마시길. 여러분이 봉사하고 여러분의 노력을 통해 혜택을 입는 사람의 삶에 나타난 변화를 통해 여러분이 인류에 이바지한 바를 평가하시길. (페이스북) ‘좋아요’를 통해 나타나는 인기가 여러분의 삶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신경 쓰지 않고 나서부터 제 인생은 훨씬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됐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시면 똑같은 경험을 하실 겁니다.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세요. 인류에 이바지하려는 여러분의 결심이 시험대에 오를 때가 있을 겁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주변에서 진로를 결정할 때는 남들과 공감하는 감정 같은 건 배제하는 게 좋다는 식의 조언을 건네는 이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그런 잘못된 생각에 경도되지 마세요.

몇 년 전 애플 주주총회에서 애플이 환경 보호에까지 신경 쓰는 투자를 이어오는 데 문제를 제기한 주주가 있었습니다. 그는 제게 환경 관련 투자도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된 데만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CEO가 앞장서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대화로 이 문제를 풀고자 했죠. 먼저 애플이 하는 많은 사업 가운데 꼭 투자 대비 수익을 우선 고려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언급했습니다. 장애인도 애플 제품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애플이 하는 이런 일은 꼭 돈이 돼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게 옳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환경 보호도 여기에 해당하는 아주 중요한 사례입니다. 그래도 그 주주가 뜻을 굽히지 않더군요. 결국, 저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이렇게 일갈하고 말았습니다.

“애플의 이런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하시겠다면, 당신은 애플 주주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옳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분명히 그 의견을 밀어붙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불의나 문제 앞에서 책임을 미루지 마세요. 여러분이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그 문제를 고치지 못합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여러분들이 무엇보다도 온 힘을 다해 여러분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아이디어란 없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마틴 루터킹 목사가 말씀하셨죠. “우리의 삶은 모두 서로 엮여 있다고, 결국 인류는 한 배를 탄 운명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요.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든 이 점을 마음에 새기고 임한다면, 그래서 여러분이 인류를 위해 기술을 이롭게 쓰는 두 가지 목표가 맞닿은 지점을 향해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저 몇몇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최고를 만들어내고 최고를 가져다주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오늘날의 인류는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가져도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2017년 졸업생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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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i Sangwon Leo

    오타가 있네요! “교황은 가장 낮은 자의 벚으로” -> “가장 낮은 자의 벗으로”

  • Logartihmic Crisps

    인문학이 중요하다! 라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반복하는 우리 사회에 그 이유를 경험으로부터 알려주는 좋은 연설이네요.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팀 쿡에 대한 인식이 조금 변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