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두가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한반도 정세
2017년 6월 16일  |  By:   |  칼럼, 한국  |  1 comment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의 14일자 칼럼입니다. 칼럼의 영문 제목은 “Solving the Korea Crisis by Teaching a Horse to S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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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한반도 위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제가 서울에 도착한 건 지난달 28일 저녁이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하러 가려는데 전화기에 긴급 뉴스가 뜹니다. 북한이 지금 막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사일은 동해상에 떨어졌다는 속보였습니다.

하마스가 로켓포를 발사하면 이스라엘에는 대피하라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저는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리라 생각하며 호텔 안에 방공호로 가라는 안내 방송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호텔 조식 부페 식당은 가득 찼습니다. ‘북한이 또 미사일 쐈대요? 에효, 정신 나간 녀석들한테는 신경 끄셔도 되요. 그나저나 그 앞에 있는 김치 좀 주시겠어요?’ 한국인들은 대략 이 정도로 반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레바논 내전이 한창일 때 베이루트에 살았습니다. 잇따른 공격에 민간인도 많이 다치는 등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저녁 식사에 손님을 초대한 베이루트 시민은 손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냥 식사를 하시겠어요? 아니면 교전이 끝났다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실래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불과 몇 시간만에 미군 B-1B 랜서 전략폭격기 두 대가 괌에서 출격해 북한 영공 바로 앞까지 날아갔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폭격 연습”이라 부르며 전쟁 책동이라 맹비난하는 바로 그걸 미군이 한 겁니다. 하지만 이날 한국 주식시장은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바로 아래 있는 문산이 서울로 출퇴근이 편해지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주거지로 인기가 높아진 사실만 보더라도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는 북한 미사일 코앞에 사는 데 별 거부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와! 정말 사람의 적응력이란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산정책연구원과 함께 한국 대학생들을 여러 명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달까요? 어느덧 그러려니 해요.”

“북한이 실제로 남한을 공격하거나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거예요.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북한보다 앞서 있으니까요.”

“남한이 북한보다 GDP가 20배나 높다는데, 저희는 북한을 먹여 살리는 데 우리 세금을 쏟아붓는 게 싫은 거죠.”

“제가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미국 사람들이 “코리아”하면 북한만 떠올리고 북한 얘기만 하지 정작 한국에는 별 관심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식의 인터뷰와 토론을 한 지 몇 일이 지나자 조금씩 감이 잡혔습니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속에서 혼자 유별나게 구는 주인공 같았습니다. 왜냐고요? 중국과 한국은 생각이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두 나라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쏘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한·중 양국은 북한이 경제 제재에 가로막혀 경제가 붕괴돼 정권도 끝장이 나거나 미국이 군사적으로 북한을 파괴하려 드는 상황을 더 두려워합니다.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중국과 한국으로 난민이 급증할 테고, 핵물질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 모르게 됩니다. 한국은 어마어마한 통일 비용을 떠안을 준비가 안 돼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핵무기를 보유한 통일한국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인제 와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는 아니라도 서부 지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든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죠. 미국이 전에 없이 북한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반대로 중국과 한국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윌슨 센터에서 한반도 군비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 로버트 리트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섣불리 다뤄 재앙에 가까운 충돌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하는 한국 정부를 보면 1960년대 초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는데 지도상에서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한 약소국”을 지적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경고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완전 배치를 뒤로 미뤘습니다. 특히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본토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인접국에 미군의 최첨단 미사일방어 체계와 레이더를 들이는 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중국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 몇 가지 경제 보복을 하며 사드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하며 한국을 위협하려 했을 때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동맹국을 지켜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의 발언이 도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정말로 우리를 지켜줄지는 미지수였죠.”

그러나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이번에는 장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며 미국을 직접 위협하자, 이제는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 자신이 위협에 노출되게 생겼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문제 대신 이제는 미국 국민의 안위 문제가 된 거죠. 미국 정부는 이제 동맹국의 눈치를 보거나 양해를 구할 필요도 없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겠다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그가 뭐든 저지르고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함재봉 원장은 “한국인들 가운데 김정은보다 트럼프를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김정은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원유의 95%를 중국의 지원에 기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음 먹고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당장 내일부터 북한 경제는 사실상 마비되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은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해 북한 정권에 재정적 부담을 다소 지우긴 했지만, 북한은 끄떡없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행동으로 보면 중국은 트럼프의 과격한 행동을 저지할 딱 그만큼만 하고 말 것으로 보입니다. 즉, 미국을 실제로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북한이 손에 넣지는 못하게 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핵무기 개발 자체를 포기하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하지는 않는 겁니다.

외교적 해결책은 없을까요? 적어도 지금 상황을 보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북한 체제를 전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핵 개발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없는 듯하고,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 체제의 안정을 보장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 붕괴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두려워 합니다. 북한이 필사적으로 보복할 것을 알기에 군사적인 카드도 함부로 쓰지 못합니다. 한·중 양국은 물론 미국도 자칫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인정할지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이 협상을 하더라도 약속을 지킬지 신뢰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핵 능력을 키워 온 북한을 무시하는 것도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막연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언가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의 고사가 떠오릅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감옥으로 돌아온 이 죄수의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죄수는 평생 걸려도 말에게 인간의 노래를 가르칠 수 없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런 간청을 했느냐며 비웃습니다. 그러자 목숨을 1년 더 부지한 죄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관 없소. 어차피 원래 죽었을 운명인데, 어쨌든 이제 1년을 더 살 수 있게 됐잖소? 1년이면 수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소. 왕이 죽을 수도 있고, 말이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이오. 혹시 누가 아오? 말이 정말 노래를 할 수 있을지.”

지금 우리의 대북정책이 이와 같습니다.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 앞에서 풀어볼 만한 무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같은 거죠. 말이 사람의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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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gartihmic Crisps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누구도 직시하고싶어하지 않는 진실이죠. 저는 이 상황이 두렵습니다. 이게 희망적인 소식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반도 정세에서는 그 무엇보다 김정은의 사망이(건강 상황으로부터 도출) 그리 머지 않았다는 점이 예로 들어주신 말과 죄수의 이야기와 조금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