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은 아직 북한 미사일을 막지 못합니다
2017년 6월 15일  |  By:   |  칼럼, 한국  |  No Comment

* 군축 핵확산방지연구소의 존 티어니 소장이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입니다. 티어니 소장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매사추세츠 주)으로 2006~2010년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의 국방외교분과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자, 미국 국방부 내의 미사일방어 부서에는 흥분과 안도가 교차했습니다. 실험을 거듭한 지 3년 만에 마침내 지상에서 쏘아 올린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사일방어 체계를 옹호하는 이들은 드디어 400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미사일방어 체계가 마침내 북한 같은 불량 국가들이 향후 발사할지 모르는 장거리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켜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보면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성급하게 실전에 배치해도 될 만하다고 판단한 2004년부터 수행한 열 차례 실험 가운데 무려 여섯 차례나 발사체를 요격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최근 다섯 차례로 범위를 좁혀도 세 차례나 실패했습니다.

단순 성패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미사일방어 체계를 시험했는지 살펴보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매번 성공률을 높이고자 꼼꼼하게 각본을 짜 실험했습니다. 실제 적국이라면 당연히 알려줄 리 없는 발사 시점과 위치 등이 사전에 고지됐습니다. 요격에 최적인 기상 요건과 시간대를 골라 실험을 했습니다. 적국이 미사일을 쏜다면 당연히 요격을 피하고자 각종 유도체를 한꺼번에 발사하거나 여러 발을 동시에 쏘는 등 최대한 미사일방어 체계를 뚫고자 상황을 복잡하게 몰고 갈 겁니다. 하지만 미군은 적국이 미사일방어 체계를 우회하려는 시늉 정도만 재현한 채 요격 실험을 했습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미사일방어 체계가 실험보다 못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하원의원으로 활동할 때 저는 미군의 미사일방어 체계 전반을 감독하는 위원회를 맡아 이끌었습니다. 관련 청문회에서 국방부 관리들은 미사일방어 체계의 성공을 거듭 자신하면서 기술적 한계나 물리학자와 다른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애써 일축하기 급급했습니다.

성공을 과신하는 태도는 지금도 여전한 듯합니다. 군 장성과 국방부 관리들 가운데 최근 북한의 미사일쯤은 현재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로 어렵잖게 요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북미 항공방어사령관인 로리 로빈슨 장군이 대표적입니다. 로빈슨 장군은 상원에서 미군은 “어디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미국 본토에 닿기 전에 요격할 능력을 갖췄으며, 미국을 방어하는 능력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각본을 짜놓고 하는 실험에서도 실패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시스템을 덮어놓고 신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습니다. 국방부의 무기체계 평가만 보더라도, “미사일방어 체계는 미국 본토를 지키기에 한계가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감사원 보고서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성능을 확인하는 실험이 “실제 방어 능력을 검증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외에도 국립 학술원과 공학, 의학을 비롯해 우려를 표하는 과학자들이 현행 미사일방어 체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학계에서는 적국의 미사일을 감지하는 센서와 요격기를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과학자들은 미사일방어 체계도 미군의 거의 모든 무기가 사실상 예외 없이 받게 되는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미사일방어 체계 자체를 개선하지 않고 그냥 현행대로 확대하기로 마음을 굳힌 의원들이 있습니다. 공화당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 주)이 대표적입니다. 설리번 의원은 알래스카 주에만 총 100기를 비롯해 요격기 추가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말까지 44기가 새로 설치될 예정인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알래스카 주에 설치됩니다.) 요격기를 설치하면 알래스카 주 경제는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다른 미국 모두에는 손해입니다. 미사일방어 체계에 쓰이는 돈은 더 중요한 데 쓰여야 하는 국방비나 더 시급한 국가적 사안에 썼어야 할 예산을 당겨 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같은 불량국가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정말 보호할 생각이라면, 의원들은 외교적 수단을 찾는 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미국이 100% 성공률을 갖춘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그 상황에서도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하려 든다면, 여전히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이 갖추어 놓은 요격기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개발해 우위를 점하려 할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상대적으로 간단히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이런 식의 군비 경쟁에서는 공격하는 쪽이 수비하는 쪽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몇몇 의원들은 간과하고 있는 듯합니다.

“구입하기 전에 꼭 직접 가서 확인하라.”

무기를 사거나 군사 물자를 조달하는 데 관한 격언입니다. 다시 말해, 무기를 구입하거나 실전에 배치하기 전에 그 성능을 꼼꼼히 따져보라는 말입니다. 미국 국방부가 미국 본토를 지키는 미사일방어 체계에 관한 한 거의 15년 가까이 이 격언을 철저히 무시해 온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의회는 지금이라도 미사일방어 체계 전반을 꼼꼼히 감독하고, 신중한 접근법을 택하도록 정부를 압박해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무조건 확대하는 건 실로 무책임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국방부의 미사일방어 체계 부서는 실험 성공을 자축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달 실험에서 거둔 성공은 그야말로 앞으로 가야 할 천릿길에 한 걸음 정도를 내디딘 데 불과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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