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행동을 제어하는 물고기 눈 속의 기생충
2017년 5월 29일  |  By:   |  과학  |  1 comment

물고기의 눈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기생충이 물고기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기생충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일 때에는 물고기가 포식자로부터 더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지만 성숙 단계에 들어서 번식이 가능해지면, 물고기로 하여금 새에게 먹혀 자신이 번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플로스토멈 슈도스파타슘(Diplostomum pseudospathaceum)이라 불리는 이 기생충은 일생동안 세 종류의 동물을 숙주로 삼습니다. 우선 이 기생충은 조류의 소화관 내에서 짝짓기를 하고, 이들의 분뇨 속에 알을 낳습니다. 물 속에 떨어진 알은 부화해 유충이 되어 담수의 달팽이를 숙주로 삼습니다. 이들은 달팽이 속에서 성장하고 증식한 후 다음 숙주인 물고기를 찾아 수중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물고기의 피부로 들어가 수정체속에 숨은 뒤 성장합니다. 이 물고기가 다시 새에게 먹히면, 이들은 위의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많은 기생충들이 숙주의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꿉니다. 예를 들어 톡소플라즈마 곤디에 감염된 쥐들은 고양이의 소화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쥐가 고양이를 덜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2015년, 모스크바의 세버초프 진화 및 생태학 연구소의 미카일 곱코는 미성숙한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는 감염되지 않은 물고기에 비해 물 속에서 덜 활동적으로 움직임으로써 포식자에게 모습을 덜 보이며, 또한 그물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최근 성숙해 번식 준비가 된 기생충을 가진 무지개 송어들로 실험했습니다. 이들은 이 송어들이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더 활동적으로 움직였고, 더 수면에 가까운 곳을 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두 특징은 물고기가 새에게 더 쉽게 발견되도록 만드는 특징들입니다. 연구진이 새의 공격을 흉내내 수조 위로 그림자를 만들자 모든 물고기들은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감염된 물고기들은 다른 물고기에 비해 더 빨리 움직임을 재개했습니다.

곱코는 이 두 연구가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조종한 결과라고 이야기합니다. 미성숙한 기생충은 아직 조류에게 먹힐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숙주를 포식자로부터 가능한한 보호하려 하지만, 성숙한 기생충은 번식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빨리 새의 소화관으로 가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동작을 멈추는 물고기

몇몇 초기 연구들은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가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를 기생충에 의한 시력 저하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저자들은 시력 저하는 동작을 멈추고 있는 시간의 길이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며, 또한 성숙한 기생충과 미성숙한 기생충이 만드는 상반된 효과 역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연구자들은 성숙한 기생충과 미성숙한 기생충에 모두 감염된 물고기는 동작을 멈추는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역시 실험했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성숙한 기생충을 가진 물고기와 비슷했습니다. 곧, 기생충의 목적이 충돌할 경우에는 “성숙한 기생충의 요구가 우선한다”고 곱코는 말합니다.

독일 플뢴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진화 생물학연구소의 기생충학자인 니나 하퍼는 이번 연구가 미성숙한 기생충은 숙주가 먹힐 확률을 낮추고 성숙한 기생충은 그 확률을 높이는 실제 패턴과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한 숙주 안의 성숙한 기생충과 미성숙한 기생충을 경쟁시킨 연구는 거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번 연구는 기생충이 자신의 숙주를 이용해 환경을 바꾸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기생충이 조종할 수 있는 숙주의 종류와 특징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입니다.”

(뉴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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