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경기 침체에 대하여
2017년 5월 24일  |  By:   |  경제, 세계, 칼럼  |  No Comment

*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2017년 5월 23일 기고한 글입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경기침체(Great Recession)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중앙은행은 단기금리를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위원회가 최근에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이자율은 1% 미만, 중장기 국채 이자율 역시 그와 비슷하게 낮았습니다. 게다가 주요 은행들은 시장에 있는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지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조치는 마치 산소호흡기와 같습니다. 산소호흡기는 왜 필요할까요? 그리고 만약 필요하다면 언제까지 써야 할까요?

2007년부터 2년간 이어진 경기침체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고 말한다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장기 실질금리는 2007~2009년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35년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금리가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시기에 특별히 다른 경향이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2009년 말 이자율은 3.5%이었고 지금은 2%를 조금 넘습니다.

실질이자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침체 시기에 미국 10년 물가연동 국고채(ten-year 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y yield, 이하 TIPS) 이자율은 거의 3%에 근접했었으나 경기침체기가 끝나갈 때쯤 2%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 10년 TIPS는 주로 내려가는 추세를 이어가다 2017년 5월 현재 0.5%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현금을 위와 같이 낮은 금리로 10년씩 묶어둔다는 것은 오랜 기간 시장에 회의적인 전망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를 두고 몇몇 사람은 세계 경제가 “영속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가 2013년 11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에서 한 연설에서 이 용어를 쓰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이 단어를 차용하면서 영속적인 장기침체라는 표현은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영속적인 경기침체라는 표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뒤에나 쓰이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 단어는 훨씬 예전에 이미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였던 앨빈 핸슨(Alvin Hansen)이 1938년 12월 미국경제학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에서 한 연설에서 사용하였고 그해 출판된 그의 책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핸슨은 영속적인 경기침체를 “유아기에 죽어버리는 허약한 회복과 매우 심각하고 심지어 치유가 불가능할 것 같은 실업난을 남기고 가는 경기 불황”으로 정의하였습니다. 핸슨은 연설 중에 미국의 경기침체는 무한히 계속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1929년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경기불황은 10년 동안 이어졌고, 제2차 세계대전은 아직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1939년에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야 경기침체는 해소되었습니다.

핸슨이 대공황 시기에 주장한 영속적인 경기침체 이론은 미국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의 출산율은 1920년대 말 급격히 감소한 후 1930년대에 유난히 낮았습니다. 저출산이 경기침체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핸슨은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쓰는 돈이 줄어들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유인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은행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 평균 출산율은 2008년 이후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출산율이 지난 세기 내내 꾸준히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저출산이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사람들 머릿속에 남아서, 강한 소비자 신뢰지수와 높은 금융시장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마치 “검은 백조” 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잊지 않으려는 태도는 나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저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 극심한 소득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믿는 것이 이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본인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돈을 쓰는 데 주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이론이 맞다면 낮은 금리를 지속해서 유지하여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입니다.

경제위기 후 끊임없이 나오는 듣기 좋은 뉴스들은 미래에 대한 특별한 대처방안 없는 밋밋한 낙관주의로 이어집니다.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화려한 화술로 이 낙관주의를 더 악화시킵니다.

근거가 빈약한 낙관적인 뉴스는 사람들에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는 경제적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공포를 완화해주지는 못합니다. 극단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이 공포 때문에 소비를 줄일 것입니다. 이야기 심리학(Narrative Psychology)에 따르면 사람들은 서로 상충하는 이야기들(narratives)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있다면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야만 할 것입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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