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논의에서 빠져서는 안될 것, 의료와 건강의 문제입니다
2017년 5월 12일  |  By:   |  건강, 세계  |  3 Comments

귓가에서 모깃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 별이 가득했죠. 인도 도시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내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사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보안상의 문제로 위치가 공개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의 농촌에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 센터였습니다. 수니타 크리슈난이라는 의사가 운영하는 이 비영리 기관에서는 인도 전국 각지에서 구조된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의 현장 조사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몇 달 뒤 저는 인도 북부에서 퍼르나(Perna)라고 불리는 부족 내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집창촌에서 도망 나와 사회 복귀 교육을 받는 여성들과 달리 이들은 가정의 틀 안에서 성을 판매하고 있었고 이는 공동체의 전통이었죠. 성매매 여성의 남편들이 자정에서 새벽 6시 사이에 여성들을 “일터”로 데려다주고, “근무”가 끝나면 시어머니들이 일당을 챙겨 받고 있었죠.

퍼르나 부족 가운데 이런 식으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조사를 위해 인터뷰한 여성만 수백 명에 이릅니다. 여느 성매매 여성들처럼 이들 역시 성폭행과 감정적, 육체적 학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직업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 착취 인신매매의 피해자는 45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성매매의 심리, 의학적 효과를 연구하면서 저는 현장에서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인도에서 성매매란 고난과 독립, 비극과 권익 신장이 뒤섞인 복잡한 문제임을 알게 되었죠.

앞서 말한 성매매 여성 재활 시설의 보안 상태만 보아도 인도의 성매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시설은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정확한 주소도 비공개지만, 포주들이 종종 직원들을 미행해 시설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들을 다시 꾀어내기 위해서죠. 다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생계의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는 어릴 때 납치되어 집창촌에 팔려온 소녀들도 많지만, 30대 중반 이후 스스로 이 직업을 택한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크리슈난 박사를 비롯한 반성매매 운동가들이 이 일에 헌신하는 이유는 성매매가 본질적으로 착취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이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되찾도록 돕는 일은 매우 복잡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성매매 아닌 다른 길을 찾는 여성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죠.

하지만 퍼르나 여성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들은 1871년 영국이 제정한 범죄부족법(British Criminal Tribes Act)으로 생계를 잃은 부족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시 영국 정부가 “문명”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던 뱀 쇼, 길거리 서커스 등에 종사하던 인도인들은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었고, 퍼르나 여성들은 이후 “전통적으로” 성매매업에 종사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만난 여성들은 이 일을 실제로 자신의 의무이자 전통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여성들은 이 시스템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죠. 같은 부족 내 남성들은 일하지 않고 여성들이 벌어온 돈을 술이나 도박으로 탕진하기 일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도에서의 현장 연구를 통해 성매매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여권 신장과 억압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깨달았습니다. 세상에는 성매매를 유용한 생계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재활 센터로 여성들을 몰아넣는 것이 오히려 착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퍼르나에서는 배우자 간의 부정은 어디에나 있는 일인데, 우리 마을의 일만 옳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들었습니다.

이렇듯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고, 이야기마다 미묘하고 복잡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성매매 여성을 하나로 뭉뚱그려 손가락질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의 하루하루 생존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의사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재활 시설에 사는 여성들에게나 퍼르나 부족의 여성들에게나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성매매 논의가 성 노동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매몰되면 이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의료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난 한 퍼르나 부족 여성은 피임 도구의 사용이나 성병, HIV 감염 등에 대해 평생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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