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위한 샤잠(Shazam)
2017년 4월 21일  |  By:   |  과학  |  No Comment

금요일 밤 늦게, 하리프리야 무쿤다라얀은 모기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녹음하려 하고 있습니다.

질병을 옮기는 모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모기가 어떤 종류인지 알아야 합니다. 모기를 잡아서 그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노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쿤다라얀은 간단한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모기는 날개짓을 할때마다 앵앵대는 소리를 냅니다. 만약 이 소리를 이용할 수 있다면, 모기 종류 구별이 간단해질 것입니다. 그녀는 이런 생각 끝에 자신의 지도교수인 마누 프라카시와 함께 스탠포드의 연구실에서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녹음실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이 소리는 그녀에게 어쩌면 휴대폰을 이용해 모기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이를 시도해 본 그들은 휴대폰으로도 고성능 마이크 만큼 모기 소리를 잘 녹음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주머니에 모기 판별장치를 들고 다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기의 소리는 자신의 종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각각의 종은 자신만의 고유한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쿤다라얀과 프라카시는 휴대폰으로도 모기의 종을 구별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곧, 그들은 모기에 대한 샤잠(Shazam)을 만든 것입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세상에는 3,500종의 모기가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웃습니다.” 프라카시의 말입니다. “그들은 모기는 그냥 모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기가 옮기는 질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모기에 의한 질병은 가난한 나라에 흔하며, 이들 모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몇몇 집을 골라 덫을 설치하고 모기를 잡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이들을 현미경을 이용해 구분합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물론 매우 가치있는 데이터이지만, 그 한계 역시 분명합니다. “보다 광범위하게 모기의 분포를 알 수 있는,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비용 역시 저렴한 방법에 대한 큰 수요가 존재합니다.” 글래스고 대학의 헤터 퍼거슨은 무쿤다라얀이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매우 혁신적인 해법입니다.”

전세계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는 52억명에 이릅니다. 특히 모기에 의한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쿤다라얀은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폴더폰으로도” 모기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휴대폰을 이용해 전지구적인 모기 감시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무쿤다라얀은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있는 모기 부화장에 자신의 구형 폴더폰을 가져가 질병을 매개하는 19종의 모기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대부분의 모기는 소리만으로 구별 가능했습니다. 소리가 비슷한 모기들의 경우 시간이나 녹음된 위치를 이용해 모기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 감비애(Anopheles gambian)와 지카 병을 옮기는 애데스 애집티(Aedes aegypti)는 소리가 비슷하지만 전자는 밤에 활동하며 후자는 낮에 활동합니다. 구별이 불가능한 종은 몇 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우 유사한 종인 애데스 애집티(Aedes aegypti)와 애데스 알보픽투스(aedes albopictus)도 쉽게 구분됩니다.

그러나 휴대폰은 멀리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기 소리를 제대로 녹음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5cm 내로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쉽지 않은 요구사항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모기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모기를 따라 휴대폰을 들고 춤을 출 필요는 없습니다. “모기를 보게 되면, 일단 어딘가 앉을 때 까지 기다리세요. 그리고 모기가 앉으면, 휴대폰을 가까이 가져가세요.” 프라카시는 말을 잇습니다. “모기가 날아오를 때 나는 윙 소리만 녹음하면 됩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이 방법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모기 소리는 모기의 나이, 크기,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이 차이 보다는 모기 한 마리가 만드는 주파수 변화가 더 큽니다. 즉, 어떤 모기는 타고난 소프라노이며 어떤 모기는 타고난 테너지만 모든 모기는 소프라노에서 베이스에 이르는 소리를 다 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파수 특성을 CDC에서 녹음한 데이터와 비교해 그 모기의 종을 구별해낼 수 있습니다.

그녀와 프라카시는 이 방법을 시도할 자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캘리포나이 빅베이슨 레드우드 주립공원에서 13명의 자원자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3시간 동안 125마리의 모기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이들은 마다가스카의 라노마파나 마을의 번잡한 시장에서 다시 모기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그들은 보통의 자원자였습니다. 나는 30분 동안 그들을 훈련 한 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즉, 누구나 모기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프라카시의 전문분야입니다. 그는 종이를 접어 만든 현미경인, 단돈 1달러 밖에 들지 않는 폴드스코프(Foldscope)를 발명했고, 또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값비싸고 커다란 실험실의 원심분리기를 대체할 수 있는, 20센트 밖에 들지 않는 페이퍼퓨지(Paperfuge)를 발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시도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62만 5천달러(약 7억원)의 부상이 딸린 맥아더 천재 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연구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렸고, 또한 논문지에 제출했습니다. 퍼거슨은 이 방법이 아직은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 기술은 동시에 날아다니는 여러 종류의 모기를 구별할 수 없으며, 주변 환경의 소리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에 기반한 보다 효과적인 모기 파악 기술이 나온다면 나 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도 분명히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과 유사한 방법을 시도하는 다른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마리앤 싱카 역시 음향 센서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모기를 구별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모기를 쫓아다니게 하는 것은 표본집단의 구성에 심각한 편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놓칠 수 밖에 없는 모기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에만 활동하는 말라리아 모기가 대표적입니다.”

싱카는 또한 특정한 휴대폰은 소리의 일부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모기 소리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모기를 정확하게 감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 방법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 모기를 더 잘 감시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겠죠.”

(아틀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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