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과세할 수 있을까요?
2017년 4월 13일  |  By:   |  경제, 칼럼  |  No Comment

켄은 농부 루크를 위해 큰 농작물 수확기로 농사를 도와주며 돈을 법니다. 켄은 급여를 받기 때문에 소득세와 연금 등 각종 사회안전제도에 일정 금액을 내고 그 돈은 덜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쓰입니다. 하지만 루크는 켄 대신 수확기를 훨씬 오래, 안전하게,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휴일도 없고 병가도 없으며, 어떤 날씨에도 상관없이 운영할 수 있는 넥서스(Nexus)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넥서스로 인해서 발생하는 소득불균형 및 기타 사회적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넥서스가 소득세를 내든지 아니면 루크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로봇 세금(robot tax)”은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등을 운영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이츠의 주장은 자본주의와 인간 본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합니다.

켄과 달리 넥서스는 루크와 절대 노동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넥서스는 소득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넥서스가 사람이라면 부담해야만 하는 소득세를 계산하려면 켄의 직전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켄이라면 얼마를 냈을지 계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방법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대체된 직전 근무자의 급여, 즉 넥서스의 과세 표준이 바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로 기업과 과세 당국은 넥서스의 소득을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나아가 소득을 산정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문제로 계속 싸울 것입니다.

두 번째, 사람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로봇이 한다면, 마치 위의 사례에서 켄의 소득처럼 소득세를 부과할 기준조차 없습니다.

세 번째, 철학적으로 넥서스의 소득세를 켄이 내야 한다면 켄은 같은 논리에서 수확기에 대한 소득세도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넥서스나 수확기나 둘 다 기계이고 수확기는 훨씬 많은 노동력을 대체했습니다. 이 둘을 다르게 취급해야만 하는 유일한 논리는 아마 넥서스가 조금 더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넥서스가 수확기보다 더 높은 자율성을 누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넥서스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넥서스가 의식을 가고 있지 않다면 진정으로 자율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새로운 종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아마도 그쯤 되면 넥서스의 권리에 대한 시민운동이 일어나 넥서스의 자유를 주장하고 켄과 동일한 권리, 이를테면 최소 생활비, 최소한의 수익, 참정권 등을 주장할 것입니다.

기업과 과세 당국이 충돌하지 않고서는 로봇이 소득세를 내게 하기 힘들다고 가정할 때, 루크가 넥서스를 사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요? 빌 게이츠는 이 두 번째 방법을 지지합니다. 그는 자동화 속도를 조금 늦추기 위해 세금을 이용하는 것도 일리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처럼 넥서스 구매 시점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아마도 넥서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기계, 예를 들면 수확기에 끼워 팔아서 수확기와 넥서스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 로봇에 부과하는 세금을 폐지하거나 모든 자본재(capital goods)에 과세해야 할 텐데, 이 경우 반발이 매우 거셀 것입니다.

산업 자본주의 이후 우리는 재산과 자산, 부, 임대료와 이익을 구분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것이 부유세(wealth tax)를 설계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입니다. 넥서스와 수확기를 개념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로봇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보편적 기본배당(UBD, universal basic dividend: 모든 자본수익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을 모든 시민에게 배당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업공개(IPO) 시 일정 비율의 주식이 공공기관으로 들어가고, 이 공공기관이 모든 시민에게 일정 금액의 배당을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론적으로 모든 시민은 모든 회사의 주주가 됩니다.

자동화로 생산성과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하면 그에 따른 이익을 모든 사회가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세금도 필요 없고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에서 기금을 끌어와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수익성이 향상되고 보편적 기본배당이 사회 전반의 소득을 증진하면 복지를 위한 더 많은 재원이 확보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두 번의 산업혁명은 위대한 발명가에 의해서 생산되고 그 기계들에 대한 재산권을 획득한 기업가들이 만들어 냈습니다. 오늘날의 기술혁명은 자본 생산의 사회화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대응 방안은 지금 자본이 생산해내는 수익에 대한 재산권을 사회에 분배하는 것입니다.

넥서스나 루크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닙니다. 그 대신, 루크의 지분을 공공기금에 환원시키고 그 지분을 모두에게 분배해야 합니다. 물론 임금과 복지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켄의 실업수당, 미래의 직장,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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