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선언한 우버의 여전한 운전자 기만 (1/5)
2017년 4월 10일  |  By:   |  IT, 경제  |  1 comment

*옮긴이: 노골적인 성차별에 만연한 ‘형님 리더십’ 때문에 성희롱 사건을 조직적으로 덮으려던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운전자를 쥐어짜는 비용 구조로 지탄을 받다 CEO가 운전자와 날 선 말다툼을 벌이는 동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우버가 환골탈태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곧바로 우버가 회사의 목표에 복무하도록 사실상 운전자를 조종하는 메커니즘을 친절한 인포그래픽과 함께 상세히 설명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는 우버만이 아니라 모든 공유경제 업체의 본질적인 딜레마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뉴욕타임스 원문에서는 상황에 따른 효과를 알기 쉽게 설명한 인포그래픽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의 대명사이자 어느덧 모두가 아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는 웬만해서는 내부 문제를 대중에 노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잇단 악재가 겹치며 우버의 평판이 곤두박질 치고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우버 경영진은 언론에 대대적인 사내 문화 혁신을 단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똑똑해서 자기 일은 잘할지 몰라도 매번 팀워크에 문제를 일으키는 이른바 “일만 잘 하는 얼간이(brilliant jerks)”의 자리는 더 이상 우버에 없다는 것이 선언의 골자였습니다.

우버는 특히 잡음이 끊이지 않던 운전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버 운전자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수익과 우버 측의 부당한 대우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우버 측은 “그동안 운전자들의 처우에 충분히 신경쓰지 못했다.”며 “운전자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운전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우버의 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듯한 우버의 관행이 뉴욕타임스의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우버는 행동과학의 원리를 접목해 배후에서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운전자들을 사실상 조종해 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전현직 우버 임직원 수십 명과 운전자, 사회과학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운전자들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잘한 단위로 쪼개진 업무를 수요에 따라 맡고 그때그때 수당을 받는 프리랜서들의 임시직 경제를 뜻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서 우버가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방식은 다른 회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버 운전자들은 우버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라 우버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로, 회사 측에서 정해놓은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때 운전할 수 있습니다. 고용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우버는 지불해야 하는 임금을 크게 절약할 수 있지만, 대신 피고용 직원이 아닌 운전자들을 사측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보낼 수 없습니다. 우버의 기본적인 목표는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면 차량이 달려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차량의 공급을 강제로 조절하지 못하면 서비스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버는 심리적 유인책을 비롯해 사회과학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한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이 운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고객은 최저 요금을 내고, 우버는 가능한 한 많은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고객의 이용 수요와 운전자(차량)의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우버가 추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운송 체계의 모습입니다.

우버는 지금까지 수백 명의 사회과학자와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해 비디오 게임 기술과 그래픽을 바탕으로 사실상 돈이 하나도 안 드는 보상 체계를 마련한 뒤 이를 통해 운전자들을 더 오래 일하도록 유도해 왔습니다. 우버의 보상 체계에 포섭된 운전자들은 돈이 잘 벌리지도 않는 시간대에 손님도 별로 없는 곳에서 빈 차를 굴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 대기 중인 차가 많아지면 고객 입장에서 대기 시간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손님을 태우지 않은 빈 차도 많아집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이 점이 명확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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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시뮬레이션 그래픽

우버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전자들을 도로 위에 붙들어놓은 걸까요? 먼저 하루 목표 매출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습니다. 오늘은 그만 일하고 우버 시스템에서 로그아웃하려는 운전자에게 ‘몇 번만 손님을 더 태우면 정확히 얼마를 더 벌어서 목표한 액수를 채울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볼 때 이번 화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화가 알아서 로딩되는 ‘다음화 보기’ 버튼과 비슷한 걸 우버도 개발한 겁니다. 이런 ‘다음화 보기’는 빈지 워칭(binge-watching, 정주행 몰아보기)을 유도하는 강력한 기제이기도 합니다. 우버는 지금 태운 승객을 목적지에 내려주기도 전에 근처에 있는 다른 고객의 콜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우버가 보내는 메시지 어디에도 강제로 운전자를 몰아세우는 분위기는 전혀 풍기지 않습니다. 우버의 마이클 아모데오 대변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에 가면 현재 수요가 높은지 운전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주는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을 더 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하지만 물론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자신의 의지에 따라 그날 영업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이 간단한 결정은 당연히 100% 운전자 본인의 몫입니다.”

우버가 운전자들의 처우 개선을 공표한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덮기에 급급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에 이어 정교하게 고안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불법으로 정부 당국의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우버는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운전자 처우 개선은 그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버를 창업한 CEO인 트라비스 칼라닉이 우버 운전자와 고성을 지르며 말다툼을 벌이는 동영상이 공개된 뒤 운전자들의 불만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습니다. 우버 측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이미 우버에 등을 돌린 뒤였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취재 결과, 우버는 여전히 개인 사업자 신분인 운전자들의 생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를 활용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우버 이후 운전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중개해주기만 하는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상황에서 갈수록 이른바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우버의 운전자 관리 방식은 결국 미국 전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의 목표에 맞춰 개인을 교묘히 부리는 데 있어 우버 만한 곳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긱 이코노미”에 관여하는 이른바 플랫폼 업체 대부분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버의 경쟁 업체인 리프트와 인기 있는 배달 서비스 포스트메이츠도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양한 과제를 올리면 크라우드소싱으로 이를 해결하는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제를 풀어주고 버는 돈은 대단히 적습니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를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과정에서 시도하는 넛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사실상의 사용자가 과도한 넛지를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회사들이 오랫동안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회과학 연구에서 드러난 통찰력을 접목해온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구글이 사무실 곳곳에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 것은 뭔가를 먹으며 쉬다 보면 우연히 마주친 모르는 동료와도 더 잘 말을 트게 되고 그로 인한 업무상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고객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용주-노동자의 권력 관계는 비대칭적입니다. 사용자가 마음대로 노동자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강제할 수 없도록 법적 견제 장치나 관습이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보호 장치입니다.

하지만 우버는 기본적으로 법적, 윤리적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우버는 운전자들을 고용하지 않습니다. 운전자와 고객 사이에서 중개만 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제공자일 뿐입니다. 법적으로 우버의 직원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운전자들은 노동자들이 받는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고용 관계는 아니지만, 사실상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완전히 파악한 우버 같은 기업의 등장으로 미국의 노사 관계는 기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노동자를 착취하던, 하지만 이를 견제할 장치는 전혀 없던 뉴딜 시대 이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워싱턴대학교 법대의 라이언 칼로 교수는 알렉스 로젠블랏과 함께 회사가 사람의 심리적 취약성을 데이터나 알고리즘으로 어떻게 악용하는지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소득과 말그대로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버는 운전자 정보를 비롯해 운전자들이 돈을 벌고 일하는 과정 전반을 사실상 완전히 통제합니다. 우버는 얼마든지 회사가 원하는 대로 운전자들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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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준학

    결국 고객만족은 인적자원관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망각하면 그 회사는 망하게 되지요. 공유경제회사도 이를 피할 수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