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히잡 착용 금지, 무슬림 여성에 대한 금지나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3월 30일  |  By:   |  문화, 정치, 칼럼  |  6 Comments

* 알제리계 영국인이자 무슬림으로, 소수자 문제, 이민, 문화를 주로 다루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이만 암라니가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최근 직장 내 히잡 착용 금지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유럽 대륙이 무슬림 여성들의 옷차림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이번 판결은 히잡 금지가 모든 종교적, 정치적 상징을 금지하는 사내 정책의 일부로서 적용되어야 한다며, 무슬림 여성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유럽랍비회의가 이번 판결은 종교 커뮤니티가 유럽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라며 반발했죠. 시크교도와 같은 다른 종교인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주요 타겟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유럽 전역의 극우 단체들이 기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이번 판결을 반기는 사람들이 모두 극우파인 것도 아닙니다. 세속화된 서구 사회에서 종교의 자리는 없다고 믿는 리버럴도 많습니다. 이번 판결은 기독교인도 십자가 목걸이 같은 것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니, 차별이 아니라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그러나 히잡이라는 것은 “종교적 상징”이라는 카테고리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 착용하는 장신구,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면 쉽게 숨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죠. 히잡은 히잡 착용자의 삶의 방식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며, 자신이 선택한 종교 생활 방식입니다. 이것은 논쟁의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직장 내 히잡 금지를 허용함으로써 유럽은 무슬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금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장이라고요? 히잡 금지가 일터에 가져올 실질적인 변화에 대해 잠시만 생각해보세요.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평소 머리에 스카프를 쓰는 여성이 출근해서는 그냥 스카프를 벗을 것 같나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억누르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회사에 나왔다고 해서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갑자기 언론인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저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또 저녁 회식에서 술이 아닌 무알코올 음료를 택함으로써 저의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 동료들이 저의 이런 행동들을 알아차리고 이를 불편해한다고 제가 행동을 바꾸어야 합니까?

히잡을 쓰는 여성에게 히잡은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체성의 표출은 보호받아야 할 자유입니다. 종교와 적대적인 직장 환경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차라리 일을 포기할 여성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무슬림이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셨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히잡 착용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가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일 것입니다.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만 머무를 것이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교류를 줄여나가겠죠. 게토화가 진행되고, 분노와 원망이 쌓여갈 것입니다.

저도 세속화된 사회에 살고 싶습니다. 법과 정의는 종교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으며, 개인의 종교 생활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리에 쓴 스카프가 보기 싫다고 느끼는 불관용에 굴복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서구적 가치가 여성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명분에 따라, 바로 그 여성을 통제하는 데 이용된 지 수년이 지났습니다. 1958년 알제리 독립 전쟁 당시 프랑스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성과 얼굴을 드러낸 여성을 그려놓고 “얼굴이 못생겼니? 그게 아니라면 베일을 걷어!”라는 구호를 적어놓았습니다. 알제리 여성들을 모아놓고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의 편을 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체 베일 걷기 행사를 열기도 했죠.

제 주변에는 최근 유럽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껴 저항의 뜻으로 안 쓰던 스카프를 착용하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유럽 극우파와 법원은 히잡을 종교적 상징 이상으로 강력한 것, 즉 저항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디언)

원문보기

  • Kim Dotcom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해달라고 하는 만큼, 이민을 간 나라의 문화도 존중한다면 과격한 말을 할 이유는 없었겠죠.

    • Yeongji Jo

      그들이 이민을 간 나라의 문화를 어떤식으로 존중하지 않았나요? 그들은 이민을 간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사실 어느정도 많이 동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 김준서

    히잡은 미묘한 면이 있지만 일단 개인의 의복을 선택할 권리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만 해당 판결이 직장내에서의 금지를 허용하는 내용이라면 이에대한 반발을 이해는 하더라도 올바른 판결이라고 보이네요

  • 문준학

    재판부에서 근로자들이 고객들과 접촉하는 곳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고객들을 향해 중립적 이미지를 내비치기 원하는
    고용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 이러한 입장을 취한것으로 보이는데, 히잡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정치중립경영’을 실현할 유일한 방법이었을까요?

  • strangerlook

    히잡은 무슬림 남성이 무슬림 여성에게 가하는 성차별적 억압 기재입니다. 근데 뭐라고요??

  • Sumin Han

    솔직히 머리만 가리는 히잡이라면 글과 같은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전의 서구 복식에서 항상 모자를 쓰던 것처럼 말이죠.

    히잡은 부르카처럼 얼굴이나 몸을 완전히 가리지도 않아서 치안상의 이슈도 발생시키지 않는데,
    왜 저리 히잡에 대해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