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하여
2017년 3월 22일  |  By:   |  경제, 정치, 칼럼  |  No Comment

최근 들어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국민에게 일과 관련 없이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철학자 토머스 모어는 16세기에 이미 비슷한 주장을 했고 우파 중에는 밀턴 프리드먼이, 좌파 중에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비슷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기술의 발전이 경제 체제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요?

보편적 기본소득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보편적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의 최소 소득을 보장합니다. 둘째, 그 소득을 어떻게 쓸지 시민들이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일반적으로 모든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행정적인 비효율성이 존재하는데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런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편적 기본소득을 통해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사회적 보험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가난을 해결하는 매우 직접적인 방법의 하나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이미 관련 정책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또한, 시민이 직접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자유주의자들 또한 이 개념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 역시 본인이 낸 세금이 빈곤을 없애는 데 사용되었다고 믿을 수 있으므로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기도 합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제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과연 얼마만큼의 현금이 지급되어야 할까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연 2천 달러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연 1만 달러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모든 시민에게 그 정도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국가가 국내총생산(GDP)의 10~15%를 투자해야 합니다. 만약 기존의 사회 보장 제도에 추가로 GDP의 15%가량을 투자해야 한다면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는 국가 재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수가 상당히 늘어난다는 가정 아래서도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을 재정적으로 건전하게 운영하려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다른 사회 보장 제도의 축소는 불가피합니다. 기존 제도와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 보편적 기본소득은 고용에 덜 의존적이어야 하고 그 소득을 개인이 원하는 대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라고 해도 아무런 가이드라인 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에는 반대할 것입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본래 취지에 맞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소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적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특히 선진국은, 행정적 비효율성이 적은 사회 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이 제도는 개인이 원하는 바대로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혜택이 고용 상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됩니다. 현대 경제 체제는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개인의 자유를 적절하게 조합하여야만 올바른 복지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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