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아 각국 주요 선거 미리보기
2017년 1월 10일  |  By:   |  세계, 정치  |  1 comment

도널드 트럼프와 브렉시트, 유럽에서 잇따라 일어난 테러 때문에 2016년은 아시아 정치에도 무척 중요한 한 해였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곤 합니다. 정치적 안정성이 낮아지고 권위주의 정치가 득세했다는 점에서는 아시아도 세계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정세가 그랬습니다. ‘부패’는 2017년에도 아시아 정치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나 남중국해 등 지정학적으로 분쟁이 계속될 지역이 곳곳에 위치한 아시아이기에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거나 한 나라의 권력 지형이 바뀌면 이는 주변 지역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철권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권위주의 정권은 올해도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1. 중국: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길 열까?

물론 중국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지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공산당 내부의 당권 경쟁의 결과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올가을 베이징에서 열릴 제19차 당대회에서 권력 구조 재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당대회의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당대회는 원래 지도부 교체와 권력 구조 개편이 일어나는 중요한 정치 행사입니다.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국가주석직에 오른 시진핑 주석은 올가을 당대회에서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관건은 2022년 이후에 시진핑 주석이 관례대로 다음 세대에 권력을 이양할지 여부입니다. 판세를 가늠할 만한 결정적인 정황이 올가을 19차 당대회에서 드러날 예정입니다. 먼저 핵심 지도부라 할 수 있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대부분이 관례대로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상무위원이자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시진핑 주석의 측근 왕치산 상무위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왕 서기는 올해 나이 69세로 관행대로라면 이번 당대회에서 이선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2년 이후에도 계속 집권하려는 시진핑 주석이 측근인 왕치산 서기를 이번에 유임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올해 61세에 불과한 서열상 권력 2인자 리커창 총리는 이번에 사실상 축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리 총리가 경제개혁 노선에서 시진핑 주석과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강력한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 내 반대 세력을 제거했고 전임 지도자들에 비해 훨씬 강력한 권력을 구축했습니다. 공산당 내에서도 이미 시 주석의 1인 지도체제를 추인한 분위기입니다.

 

2. 홍콩: 렁춘잉 행정장관 물러난다지만…

홍콩 정치에서 ABC는 “Anything but CY”의 약자로, 여기서 CY는 홍콩의 친중파 행정장관 렁춘잉을 뜻합니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해 홍콩 민주주의를 가로막은 장본인,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로 여겨지는 렁춘잉 장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감을 나타내는 단어가 다름 아닌 ‘ABC’입니다.

2014년 일어난 ‘우산 혁명’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무력화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에 맞서 처음에는 직선제를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도 중국 공산당의 개입에 홍콩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는데, 11월 중국 정부는 홍콩 독립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홍콩 의원 두 명의 의원직을 파면했습니다. 홍콩 시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을 중국 정부가 면직 처리한 겁니다.

렁춘잉 장관이 재선에 도전해 당선되면 홍콩의 정치적 갈등은 앞으로 5년 동안 격화되리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렁 장관은 지난달 돌연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는 3월 홍콩은 새로운 행정장관을 뽑습니다. 1,200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행정장관 후보가 될 수 있는데, 후보추천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각각 정치, 경제(기업), 전문직, 노동/사회복지/예술 등 총 네 분야의 구성원으로 충원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 본토 기업과 친 베이징 세력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등법원 판사 출신 우쿽힝과 대표적인 친중 성향 인사로 꼽히는 레지나 입 의원이 행정장관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레지나 입 의원은 특히 홍콩 민주화 시민단체가 싫어하는 인물입니다. 이밖에 홍콩시 재정장관직에서 최근 물러난 존 창과 캐리 람 정무사장 등이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3. 한국: 끝없이 이어지는 정치 스캔들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부패가 한국 정치 역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지만, 2016년은 특히나 한국 정치에 역사적인 사건이 잇따랐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적 성향으로 박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비선 실세는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몇 주에 걸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지난달 국회는 박 대통령을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법에 따라 현재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며, 탄핵소추안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곧바로 차기 대선이 치러집니다. 잠재적인 후보로는 UN 사무총장 임기를 막 끝낸 반기문 전 총장과 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표가 꼽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되면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특히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됩니다. 야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특히 시민적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됐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반 전 총장의 지지도는 문재인 전 대표에 뒤지고 있습니다.

 

4. 태국: 민간 정부의 운명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태국은 사실상 군부의 통치 아래 놓여 있습니다. 쿠데타 이후 군복을 벗은 뒤 총리직에 오른 쁘라윳 찬 오차 총리는 군부로 구성된 과도 정부 성격의 평화와 질서 국민의회를 해산하고 국민이 선출한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해 왔습니다. 그가 약속을 지킨다면 올해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치러진다 해도 몇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지난여름 국민투표로 개헌이 통과됐는데, 이에 따라 태국 군부는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게다가 태국 상원은 전원 임명직이고, 새로운 선거법에 따르면 연정을 꾸리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 국민의 존경을 받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하면서 군부가 국왕의 장례식과 새로운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의 대관식 일정 등을 빌미로 선거를 늦출지 모른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군부가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인다고 비판하는 시민사회 세력도 있습니다.

태국 군부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잉럭 시나와트라 총리를 축출했습니다. 잉럭 시나와트라는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으로 2011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올랐지만, 친탁신 세력과 반탁신 세력의 충돌로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아 군부에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빨간 옷을 입는 탁신 지지자들은 군부에 약속한 대로 올해 선거를 치르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5. 말레이시아: 부패는 이제 제발 그만

말레이시아의 총선 시기는 내년 중순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나집 라작 총리가 국부펀드 1MDB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올해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는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60년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나집 총리에게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보수적인 표심을 결집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집 총리에 맞서는 가장 큰 야당 세력은 말레이시아 내 화교 집단입니다. 말레이어로 ‘깨끗하다’는 뜻의 ‘베르시’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는 여러 차례 대규모 거리집회를 열고 부패 정권을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베르시에는 말레이시아 전 총리이자 권위주의 철권 통치자였던 마하티르 모하마드도 참여하고 있는데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 인종 우월주의와 이슬람 가치를 강요하며 인종 간 분열을 일으켰다며 나집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집 총리는 언제나 말레이 사람 대 중국계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어요. 어디를 가나 나집 총리를 욕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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