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세계 각국의 교과서들을 살펴봤습니다
2016년 12월 23일  |  By:   |  문화, 세계  |  1 comment

리더십에 관한 내용에 첨부된 그림에는 남성만 등장합니다. “적절한” 단어로 빈 칸을 채우라는 문제에서 정답은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기후변화의 “긍정적인 효과”로 “너무 추워서 농업이 불가능했던 지역에서 농업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들고 있기도 하죠. 유네스코가 세계 각 국의 교과서를 검토한 후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이 보고서는 1950년대부터 2011년까지 약 100개 국에서 사용된 중등교육과정의 역사, 사회, 지리과 교과서를 검토하여, 평화와 비폭력, 성평등, 인권, 환경보호, 문화적 다양성과 같은 주제가 교실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월을 거치며 다소간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과서는 이 주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잘못 다루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보는 책 말고 다른 책은 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교과서는 유일한 책일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배운 시각과 가치관을 평생 가지고 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어떤 점이 문제고,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200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 교과서는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을 전부 남성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교과서 삽화 속의 여성은 투표를 하는 유권자 등 주변적인 인물로만 등장하죠. 이처럼 여성의 존재가 지워지거나, 가정 내의 존재로만 그려지는 것은 여러 교과서에서 발견된 문제입니다.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교과서 속 여권에 대한 논의 자체는 37% 증가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여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교과서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관용과 비폭력의 원칙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교과서가 집단 간 충돌을 부각시키거나 부추기기도 하죠.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일부 교과서는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 화해의 가능성보다는 반목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키프로스의 2004년 교과서처럼 역사적으로 대립했던 두 집단이 함께 식사를 하며 화해하는 삽화를 실은 예도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환경 보호나 기후 변화를 언급하는 교과서는 크게 늘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이 주제를 언급한 교과서가 80년대에는 1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0%에 달합니다. 그러나 교과서가 이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독일에서는 자국의 교과서들이 개도국의 환경 문제가 개도국들만의 책임이고 이 국가들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으며,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의 책임은 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교과서는 기후 변화에 대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전하기도 했죠.

다양성이나 인권 부문에서도 발전이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한 교과서는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는 장면을 담은 삽화에도 휠체어를 탄 학생을 등장시키고, 남녀 비율도 동등하게 맞추었습니다. 인권 문제를 언급한 교과서의 비율도 크게 증가했죠. 그러나 장애인의 권리나 LGBTI 권리를 다루는 교과서는 여전히 극소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타국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 교과서들도 있었습니다. 직업과 국적을 연결시킨 홍콩의 영어 교과서가 예로 꼽힙니다. 이민자 및 난민의 권리 문제를 언급한 교과서도 2011년까지 14%에 불과했습니다.

보고서는 교과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갓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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