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밀턴 제작진과 트럼프 당선인 공방
2016년 11월 21일  |  By:   |  세계, 정치  |  1 comment

지난주 금요일 밤 뉴욕 맨해튼에서 인기리에 상연중인 뮤지컬 해밀턴 공연장을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 당선인이 찾았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에서 그날 해밀턴 역을 맡은 배우는 동성애자이자 HIV 보균자이기도 한 하비에르 무뇨즈(Javier Muñoz)였습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짝을 이뤄 부통령에 당선된 마이크 펜스는 줄곧 동성애자와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제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향한 야유가 쏟아진 가운데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은 무대에 서서 인사를 하다가 자리르 뜨려는 펜스 당선인을 향해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성명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님, 먼저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모두 진심으로 부통령 당선인님을 환영합니다. 저희 공연 해밀턴은 진정한 미국의 뮤지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다양성의 기치를 내건 미국은 새로운 행정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새 정권이 우리를, 우리 아이를, 우리 부모를 보호하지 않고, 양도할 수 없는 우리의 권리를 수호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무엇보다 당선인께서 관람하신 저희 공연을 통해 새 행정부가 미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얻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뮤지컬 해밀턴은 바로 남성과 여성, 다양한 인종, 다양한 믿음을 지닌, 출신과 지향이 제각각인 우리 위대한 미국인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미국인을 배제하는 대신 포용하는 정치를 펴달라는 해밀턴 출연진의 메시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응은 “무례하다, 사과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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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 갈무리. 옮기면 “훌륭한 부통령 당선인에게 해밀턴 출연진이 무례하게도 모욕적인 언사를 하였다. 항상 안전한 장소여야 할 극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해밀턴 출연진은 사과하라!” 정도가 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여러 차례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이나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공격해 왔습니다. 폭스뉴스 진행자 메건 켈리나 전사한 무슬림 미군의 부모, 외모를 비하했던 미스 유니버스 참가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번 해밀턴 출연진의 성명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펜스 당선인(과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비판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신 출연진은 먼저 공연을 보러 와준 데 사의를 표하고 무대 위에 서 있던 뮤지컬 출연진 가운데 소수 인종 출신인 배우 몇몇을 가리키며 이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새 행정부의 등장에 갖고 있는 합리적인 우려를 전했을 뿐입니다. 성명을 읽었던, 뮤지컬상에서 미국의 제3대 부통령인 애론 버(Aaron Burr) 역을 맡은 배우 브랜돈 딕슨(Brandon Victor Dixon)도 트럼프가 트윗을 남긴 뒤 “우리가 전한 메시지에 모욕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트위터를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당선인이 된 지금까지 트위터에서 싸움을 이어가는 건 새 행정부가 실시할 주요 정책이나 주요 인사 문제에 쏠려야 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은 대선 토론 중 자신의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로 대통령에 적합한 기질(temperment)을 꼽았지만, 오바마 대통령부터 클린턴 후보, 민주당 정치인은 물론 많은 언론은 반대로 트럼프의 기질과 성품이 대통령직을 무난히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 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던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기존에 자신이 해왔던 모든 일이 검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복스>의 편집장 에즈라 클라인은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모든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모두가 그렇게 하면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보기 좋게 뒤엎고, 자기 방식 대로 선거에 승리했다. 세상이 그와 그의 본능적인 감각이 실은 옳았다고 인정해준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들 것이니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그와 코드가 맞는 사람을 중용하는 듯한 지금까지의 모습에 힘을 잃고 있습니다. (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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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미페가 곧 국가다

    동성애자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건가? 노예가 주인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없거나 옛날에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접근조차 못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그렇지 않으면 저 상황을 두고 괴롭힘을 당했다느니 무례하다느니 사과하라느니 하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데… 모르겠다. 많은 미국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보니깐 저런 사람을 뽑아준 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