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재연 실패: ‘웃으면 복이온다’는 아닐 수 있다
2016년 11월 14일  |  By:   |  과학  |  No Comment

억지로라도 웃으면 기분이 나아질거라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는 1980년대 이루어진 심리학 실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로 이루어진 실험에서 이 결과는 재연되지 못했습니다.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feedback hypothesis)’로 알려진 이 가설은 1988년 강제로 웃는 표정을 취한 실험 참가자들이 특정 만화를 더 웃긴 것으로 판정한 실험에서 출발합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 중 일부는 펜을 입에, 혹은 이로 무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얼굴을 웃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펜을 문 참가자들은 만화를 더 재미있게 평가했습니다.

올해, 이 실험의 재연에는 17개 연구실, 1,894 명의 참가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안면 피드백 가설’ 역시 ‘제한된 의지력 가설’과 함께 심리학 분야에서 최근 밝혀지고 있는 일련의 재연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재연의 실패가 처음 가설의 참 거짓을 확증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처음 안면 피드백 가설을 주장한 독일 뷔르츠 불그 대학의 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라크는 이번 재연 실험이 자신의 실험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재연 실험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번 재연 실험으로 내가 알게 된 것은 그 효과가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원래 알고 있던 것이죠.” 슈트라크의 말입니다.

신체와 뇌

안면 피드백 가설은 몸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곧 주객의 전도를 보인 이론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의 시초는 찰스 다윈에게까지 올라갑니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는 이는 더 분노하게 된다. 공포로 인한 행동을 자제하지 않는 이는 더욱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라고 썼습니다.

슈트라크의 연구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었습니다. 2010년, 한 연구는 보톡스 주사를 맞아 얼굴 근육이 마비된 이들은 감정 또한 무뎌진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슈트라크는 자신의 연구가 확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재연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내가 처음 이 실험을 시도 했을 때, 나는 표정이 기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크게 믿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 연구는 여러번 재연되었기 때문에 이번 재연 실험에도 그런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지요.”

슈트라크가 말하는 재연 실험들은 1988년 실험과 같은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실험들은 대부분 펜을 입에 물게 하는 방식으로 얼굴 표정을 강제했습니다. 단지 만화가 아닌 웃긴 영상이나 다른 사람들의 표정, 또는 창의성 등을 평가했습니다.

다른 심리학자들은 슈트라크가 새로운 연구에 해당하는 규모의 이번 재연 실험에 참여하는 것을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종류의 실험에서 가설을 처음 주장한 이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프리츠 슈트라크의 용기는 크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심리학자 에릭-얀 바겐메이커의 말입니다.

슈트라크는 재연실험에 참가한 전세계의 연구자들에게 실험 조건에 대한 조언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실험 자체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17개 실험실은 참가자를 모집해 슈트라크의 실험의 재연을 시도 했습니다. 그들은 1988년 실험과 같은 “더 파 사이드(The Far Side)” 만화를 이용했지만, 다른 제3의 평가자들이 비슷하게 “적당하게 웃기다”고 평가한 다른 장면을 썼습니다. 또한 실험 안내자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참가자에게 실험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확실하게 펜을 물었을 때만 데이터에 포함시키기 위해 참가자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우리는 그 효과를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바겐메이커의 말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를 미리 등록했습니다. 곧, 무의식적으로 데이터를 유리하게 해석하지 않기 위해 어떤 통계방법을 사용할지를 미리 정하고 실험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데이터를 구하기 전에, 분석 란을 비워놓은 논문 역시 미리 써 놓았습니다.

실패한 재연

바겐메이커는 자신은 이번 재연이 성공할 것이라고, 적어도 상대적으로는 믿는 편이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과학자에게 “상대적인 확신이란,” 성공 가능성이 “30% 정도는” 될거라는 뜻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실험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때, 이번 실험의 데이터는 이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거나, 혹은 그 효과가 너무 작아 이 실험 방식으로는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원할 때 기대할 만한 데이터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월 26일 “심리과학의 조망(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습니다. 같은 호에 슈트라크는 이들이 사용한 몇몇 방법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실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 중에는 심리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연구의 목적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 사이드” 만화는 30년 전에 비해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실험실의 비디오 카메라는 참가자들의 자의식을 자극해 그들의 감정적 반응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매우 미묘한 효과를 측정합니다. 따라서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슈트라크의 말입니다.

바겐메이커는 만화의 재미는 미리 평가된 것이며 2016년의 참가자들이 1988년의 참가자들과 만화의 재미를 다르게 느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비디오 카메라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원래 실험처럼 참가자 맞은 편에 앉은 실험자 역시 참가자의 자의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 대신 비디오 카메라가 있을 때, 이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그 사실 자체가 더 놀랍게 느껴집니다.” 바겐메이커의 말입니다.

바겐메이커는 또한 어떤 참가자들은 실험의 목표를 미리 알았을 수 있지만, 연구자들이 참가자에게 이를 확인했고 데이터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실험실은 심리학과 학생들은 일부러 제외했지만, 그 실험실의 결과에서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재연의 실패가, 곧 안면 피드백 가설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증명의 의무가 이 가설의 지지자들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바겐메이커는 말합니다. 만약 자기가 그들이라면, “나는 실험이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따지기 보다, 실험 데이터로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일겁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슈트라크 역시 자신도 그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디오 카메라가 영향을 주는지를 이스라엘의 연구자와 같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안면 피드백 가설 재연 실험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 결과를 교육이나 치료 같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효과의 크기는 매우 중요할 겁니다. 그러나 이론의 관점에서는 효과의 크기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특정한 조건에서 그 효과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다른 조건에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슈트라크는 강한 효과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발견은,”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언제나 재연 실패의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브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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