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팩트’라는 말이 의미를 잃은 시대 (2)
2016년 10월 26일  |  By:   |  세계, 정치, 칼럼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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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거짓을 말하고자 하는 공화당원들의 의지, 그리고 같은 당원이 정신 나간 거짓말을 하도록 방치하는 공화당과 보수진영 내 분위기입니다. 도널트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헛소문을 계속 퍼뜨리고 있었는데도 2012년 대선에서 미트 롬니 후보는 그의 지지 선언을 받아들였죠. 보수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이제 진실을 말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두려워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뉴욕대 언론학과의 제이 로젠 교수는 공화당 엘리트들이 스스로 주류 언론에 의지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는 주류 언론을 믿지 말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덫에 걸려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기준으로 매일 아침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읽으면서, 지지자들에게는 주류 언론을 믿지 말라고 설교한 셈이죠. 유권자들에게 하는 조언을 스스로는 지키지 않는 거예요.”

“팩트 무시”는 우파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은 팩트에 대한 극우파의 태도를 극좌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좋은 예죠. 버니 샌더스 의원이 참석한 뉴욕 주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기후변화(팩트)와 켐트레일(팩트 아님), 일루미나티(팩트 아님)를 모두 똑같이 진지한 태도로 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음모론을 종종 끄집어내는 데 비해, 켐트레일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서는 민주당 공직자는 없다는 점이 다르기는 합니다.

미국 정치에서 가장 큰 편향은 진보 편향도, 보수 편향도 아닌 확증 편향, 즉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것만 믿으려는 경향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찾고 받아들이려 하는 동시에,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오히려 반발심에 신념을 더욱 굳히는 경향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우선 우리 모두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팩트체크는 일종의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어떤 주장이 반복적으로 반박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바뀌는 시점, 이른바 “정서적 티핑 포인트”가 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까요.

어떤 팩트는 양쪽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많은 수의 불법 이민자를 강제 송환했죠. 이는 민주당이 이민자들에게 친절하다고 믿는 오바마 지지자나, 현 대통령이 나약하고 무책임하다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 모두에게 불편한 사실입니다. 3차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이 사실을 언급한 장면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습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수백만 명을 미국에서 쫓아냈다며 민주당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벽을 세워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후보가 된 사람이 할 말인가 싶기는 하지만, 팩트는 팩트였던 것이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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