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랑이 부모가 아닌 고양이 부모가 내게 준 선물
2016년 10월 25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꿈의 학교였던 뉴욕대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 저는 기쁨에 사로잡혔습니다. 부모님도 축하해주셨죠. 하지만 사실 부모님은 제가 그토록 경쟁이 심한 학교에 진학하기를 원치 않으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저의 완벽주의적 기질을 부추기지 않은 건 훌륭한 양육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제가 C를 받아오면 선물을 사준다고 하신 적이 있을 정도죠.

외동딸인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대만에서 LA로 이민을 왔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몇 달 간 저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했죠. 안절부절하는 저를 본 아빠는 “이렇게 하자. 네가 C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내가 선물을 사줄게. 그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아무 것도 사주지 않을거야. 너에겐 선물이 필요가 없을테니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다시피 저의 부모님은 전형적인 아시아계 “호랑이 부모”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수한 성적보다는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셨죠. C를 받아오면 선물을 주겠다는 말에 저는 걱정을 덜었고 부담감도 덜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쭉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한번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성적이 떨어질까 압박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뉴욕대에 진학한 후 저는 마취과 의사의 꿈을 품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유기화학 중간 고사를 앞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22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의대 진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죠.

부모님의 걱정 때문은 아니었지만 저는 결국 의대 공부에 별로 적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2학년 때 심리학 개론을 듣고 홀딱 반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광고 대학원에 진학했죠.

저는 제가 성적 타령만 하지 않은 부모님 덕에 나 자신만의 성취욕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산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든 성실함의 기준에 맞추어 살 수 있었죠.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내재적 동기란, 스스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부모의 칭찬이나 돈, 인정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이는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죠. 내재적 동기에 의한 목표 추구는 더 강력할 뿐 아니라 훨씬 더 큰 보람을 안겨줍니다. 부모로부터 높은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은 아이는 학업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형성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호랑이 부모”의 양육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잘 나타나죠. 아시아계는 미국 인구의 5%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비리그 대학 재학생의 20%가 아시아계니까요.

하지만 이런 성공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아시아계 대학생은 백인 대학생에 비해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코넬대학 캠퍼스에서 자살한 학생의 수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21명인데, 그 중 13명이 아시아계였다고 하죠. MIT에서도 지난 15년 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의 42%가 아시아계였습니다.

저는 C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 선물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저에게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두 가지 선물을 주신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성취욕을 키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정신 건강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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