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폭탄 테러로 부각되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테러 정책 차이
2016년 9월 23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가 뉴욕, 뉴저지 일대에서 일으킨 폭탄 테러를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오는 26일 펼쳐지는 두 후보의 첫 번째 TV 토론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주제는 자연스레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트럼프, 클린턴 두 후보는 테러 예방법에 관해 뚜렷이 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번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라하미 같은 사례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라하미는 알려진 대로 어렸을 때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건너온 이민자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경로로 라하미가 급진적인 사상에 경도됐는지, 혼자 범행을 계획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더 조사해야 하겠지만, 현재 테러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는 라하미의 사례에 비춰볼 때 너무 단순해 보입니다. 특히 미국 안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을 막는 방법은 거의 제시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하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곱 살 때 처음 미국으로 건너왔고 나중에 미국 시민이 됐습니다. 트럼프는 필요하면 (범죄 혐의가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인종에 따라 개인 정보를 더 자세히 모으고 제약을 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로 라하미를 대했다면 미국 정부는 그가 한때 탈레반의 수중에 있던 파키스탄 퀘타(Quetta) 지역에 갔을 때, 그리고 파키스탄 국적의 여성과 결혼해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훨씬 더 자세히 여행 동기와 행적을 엄격하게 물었을 겁니다.

게다가 라하미는 2014년 FBI의 감시망에 한 번 들어왔던 인물입니다. 라하미가 테러리스트일지 모른다는 제보를 한 건 다름 아닌 라하미의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당시 테러 용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라하미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미국 시민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범죄 혐의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신변에 가할 수 있는 제약이라고는 2차대전 당시 미국에 있던 일본인들이나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가했던 적국인 억류소(internment camp)와 비슷한 시설에 그를 집어넣는 정도였을 겁니다. 물론 현재 미국에는 그런 시설이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전쟁은 원래 힘든 것”이라며 적국인 억류소를 언급했습니다. 그런 해결책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는 그런 시설을 다시 세우는 걸 검토하게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의 해법은 (사상적) 급진화를 미리 방지하고 억제하며 급진 테러리스트의 조짐이 보일 때 미리 이를 탐지하는 경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하미가 어떻게 급진화되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파키스탄에 갔을 때, 아니면 결혼한 부인에게 교육을 받았는지 추측만 난무할 뿐입니다. 또한, 클린턴 지지자들도 클린턴의 해법이 효과가 있으리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클린턴의 해법은 기껏해야 급진 테러리즘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이지 이를 근절하는 데는 미치지 못합니다.

트럼프의 해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를 모조리 나라 밖으로 쫓아내고 미국에 발을 들이지 못 하게 하자는 겁니다. 난민을 받아들이고 이민자들의 종교를 바탕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전통을 거스르면서까지 트럼프는 그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클린턴은 이민자 전체 혹은 특정 종교, 민족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개인별로 급진적인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것 아닌지 의심되는 경우 조사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보다 클린턴이 초점을 맞추는 건 극단주의적인 과격한 메시지나 행동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쪽입니다.

클린턴은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 네 곳에서 사회 공동체가 참여하는 대테러 전략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전략은 급진화되는 주변 사람,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 이웃을 신고하여 사전에 싹을 자르자는 겁니다.

용의자 라하미가 거주하고 일했던 뉴저지 주 엘리자베스 지역에서 이런 전략을 시행했다면 라하미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최근 들어 라하미의 몇몇 친구들은 그가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뒤 성격이 급변했고 훨씬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 됐다고 느껴 왔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이런 변화를 우려해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친구는 없었습니다.

클린턴은 모든 동네, 지역별로 그러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과격한 극단주의 대처법(countering violent extremism)”이라 명명한 전략을 이어받아 더 확장하겠다는 겁니다. 급진 사상에 노출되고 경도되는 조짐을 비교적 일찍 알아차릴 수 있는 종교지도자뿐 아니라 선생님, 운동 코치, 의사를 비롯해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이들을 모두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협조도 필수입니다.

지난해 12월 클린턴은 또한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과 테러조직이 사용하는 암호화된 앱 등에서 급진적인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과격한 메시지, 콘텐츠를 삭제하고 걸러내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겁니다.”

클린턴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테러에 관한 한 만큼은 표현의 자유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측에서도 이 방법이 테러를 근절하는 대책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측은 이민자를 아예 받아들이지 말자는 트럼프의 제안이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테러 예방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전직 미국 국무부 테러 담당관이자 지금은 다트머스대학에서 연구하는 다니엘 벤자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경찰의 기록이나 다른 범죄행위에 가담했던 전력만 갖고는 앞으로 누가 범죄를 저지를지 분간해낼 수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누군가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교류하는 수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협조로 공동체 안에서 문제를 먼저 감지하면 알리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겁니다. 이는 테러를 막는 대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을 돕고 있는 벤자민은 그러나 주변 사람의 신고에 의존했더라도 라하미를 미리 찾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라하미나 미네소타 주 세인트 클라우드의 한 쇼핑몰에서 10명을 흉기로 찌른 뒤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된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사례에서 테러의 양태가 대단히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은 관련 전문가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 영토 내에서 일어나는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경찰이나 정보 당국이 한 번 잠재적인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을 어떻게 하면 계속 놓치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린턴은 여러 차례 “핵심 정보 교류(intelligence surge)”를 주장해 왔습니다. 미국 내 정보기관 사이에, 그리고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과도 테러를 막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나누고 협력하자는 내용입니다.

클린턴과 참모들은 소위 ‘외로운 늑대’의 출몰이나 IS나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도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져 급진화를 부추기는 메시지를 차단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건은 “어떻게 개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인 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느냐”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 후보인 트럼프를 겨냥해 “선동적인 언어, 일반화, 편견을 강화하는 발언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의 대책에 대한 평가를 트럼프에게 부탁한다면 한 마디로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약해 빠졌죠. (Weak)”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중에 무슬림의 이민을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한 테러리스트나 국제협약을 위반한 범인의 가족들까지 미국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또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테러조직이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영토를 공격하고 유전 등을 빼앗아 테러조직의 기반을 무너뜨리겠다고 말해 왔습니다. (아마도 트럼프가 염두에 둔 지역은 이라크인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IS의 기반이 이라크에 있는 건 맞지만, 이라크의 유전은 대부분 이라크 정부 수중에 있습니다. 또한, 이라크를 침공했던 부시 행정부는 유전에서 나는 수익을 미국이 가로채지 않겠다고 이라크 사람들이 유전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트럼프는 (종교를 기준으로 이민을 제한하겠다는 견해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혹은 테러리즘이 자라는 토양이 되는 나라 출신의 이민자를 받지 않겠다고 주장을 바꿨죠.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출신의 이민자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지만, 사실 곧이곧대로 따지면 독일이나 프랑스, 벨기에, 영국도 충분히 해당될 수 있는 기준입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정책이 1995년에 시행되고 있었다면, 7살 소년 라하미는 미국에 오지 못했을 겁니다. 또한, 2000년에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을 겁니다. 트럼프는 이번 테러를 이민 정책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재 미국의 이민 제도가 아무나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테러가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 땅에 어떤 사람이, 누가 포함된 가족이 들어오는지 전혀 확인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9.11 테러부터 샌버나디노, 올랜도까지 공격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미국에 오는지 똑바로 조사하고 걸러내지 못하면 미국 시민이 크나큰 위험에 빠진다는 간단한 진리가 다시 한 번 입증됐습니다.”

이어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클린턴은 시리아 난민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하려고 혈안이 돼 있습니다. 클린턴은 난민을 더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난민이 이 땅에 쏟아져 들어오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지금까지 미국에 온 시리아 출신 난민은 약 1만 명으로 유럽 국가들이 수용한 시리아 난민보다 훨씬 적은 숫자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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