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도 함께 즐기는 모두의 올림픽
2016년 8월 24일  |  By:   |  세계, 스포츠  |  No Comment

옮긴이: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뉴욕타임스의 존 브랜치(John Branch) 기자는 “Q: Why Do Gay Men Love the Olympics? A: Isn’t It Obvious?”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모두의 축제인 올림픽을 애청하고 즐기는데, ‘스포츠를 원래 좋아해서’ 같은 당연한 이유부터 ‘수영 선수의 식스팩을 원 없이 볼 수 있는 기회’ 같은 좀 특별한 이유까지 다양한 원인을 찾아본 글이었습니다. 예전보다 동성애에 훨씬 관대해진 세태와 그에 따라 자신의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일 겁니다. 뉴욕타임스가 카카오톡 계정에 이 글의 영문 기사를 제목과 한줄 요약만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했는데, 해당 포스팅에 3천 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만 댓글 대부분이 기사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진 동성애 자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옹호 위주인 것 같아서, 원문 전문을 옮겨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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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전부터 아웃스포츠닷컴(outsports.com)은 꾸준히 스포츠계의 동성애 관련 소식을 다뤄 왔습니다. 아웃스포츠닷컴은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커밍아웃한 스포츠 선수 이야기, 동성애자에 관한 뉴스 분석, 준수한 외모의 운동 선수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 기사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동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2년마다 웹사이트 방문객 수는 최고치를 경신해 왔습니다. 아웃스포츠닷컴을 세운 시드 지글러(Cyd Zeigler)는 이쯤 되면 “게이 남자들은 올림픽을 사랑한다”는 세간의 통설을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리우 올림픽이 역대 어느 대회보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대회이긴 했습니다만, 게이 팬들의 관심이 컸던 건 단지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통가 국기를 들고 입장해 개회식을 빛낸 잘생긴 기수 때문도 아니고, 해변에서 운동으로 다져진 남자 체조 선수들의 상체 사진 때문도 아니었으며, 연기를 마치고 샤워하는 다이빙 선수들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사실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 스포츠팬들의 관심도 충분히 끌 만한 일입니다. 즉, 아웃스포츠닷컴이든 다른 게이 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스포츠 웹사이트든 올림픽 관련 기사를 소비하는 이들 가운데 적잖은 게이 팬들이 원래부터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제대로 된 질문은 “왜 게이 남자들은 올림픽을 사랑하는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에 관해서는 수많은 게이 커뮤니티의 숫자만큼 다양한 가설이 있습니다. 1984년 수영 금메달리스트이자 동성애자인 브루스 헤이스(Bruce Hayes)는 먼저 게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경계했습니다.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분명 게이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여전히 있고, 게이들이 올림픽을 보면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경기 외적인 요소에 관심이 많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죠.”

현재 에델만이라는 홍보 회사의 뉴욕지사에서 의료산업팀장을 맡고 있는 헤이스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올림픽이 게이 남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대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팀 스포츠 선수 가운데 동성애자들은 사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팀원들이 불편해할 수 있고,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림픽은 개인 종목이 특히 많은 대회입니다. 그만큼 게이 운동 선수들의 진입장벽이 낮다고 할까요? 헤이스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한 뒤 (팀 스포츠보다는 아무래도 개인 종목인) 수영에 끌렸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동성애자들의 감수성에도 올림픽이 주는 남다른 매력이 있는데, 올림픽 기간에는 평소에는 좀처럼 중계로 접하기 어려운 이른바 비인기 종목도 많은 관심을 받기 때문입니다.

육체적인 부분도 물론 부인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아웃스포츠닷컴의 지글러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림픽 곳곳에서 탄탄한 선수들의 육체가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이 점을 무시할 수 없죠.”

유니폼 노출 문제는 남녀를 가리지 않습니다. 꽉 끼는 삼각팬티만 입은 남자 다이빙 선수부터 비키니 차림의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들까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유니폼은 종목도 가리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의 성적 지향이든 탄탄한 몸매든 당당히 드러내는 추세가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아웃스포츠닷컴의 공동창립자인 짐 부진스키(Jim Buzinski)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침내 주류 언론도 운동 선수들의 뛰어난 몸매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들은 오래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부분이죠. 이제는 ‘가장 섹시한 몸매’ 같은 제목의 사진 기사를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히 남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누가 자신이 올리는 사진을 보게 되든 개의치 않고 갈수록 자신을 열심히 뽐내고 있어요.”

아웃스포츠의 집계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선수는 49명입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이 가운데 11명이 남자였습니다.

두 차례 메달을 딴 영국의 다이빙 스타 톰 데일리(Tom Daley)는 커밍아웃한 게이로 동성애 운동 선수의 아이콘과도 같은 선수입니다. 데일리의 남자친구도 거의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유명인사죠. 개최국 브라질에 금메달을 안긴 유도 선수 하파엘라 시우바(Rafaela Silva)는 금메달을 따고 이틀 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습니다. 브라질 럭비 국가대표팀의 한 레즈비언 선수는 메달 시상대 위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청혼했습니다.

브루스 헤이스는 이번 올림픽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리우에서 꽤 많은 동성애자 선수들이 활약했어요. 예전에는 동성애자 선수에 관해 기사 한 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말이죠. 그때라고 동성애자 선수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커밍아웃한 선수도 거의 없었고 언론도 특별히 그에 관한 기사를 쓰지도 않았죠. 사람들이 게이도 스포츠를 좋아하고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잘할 수도 있으며 뛰어난 몇몇은 선수로 뛰어도 손색이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죠.”

커밍아웃한 게이 선수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나라에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추세가 겹치면서 동성애자 스포츠 스타의 활약은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만큼 올림픽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뜨겁고, 그러다 보니 동성애자 운동 선수 관련 뉴스는 그 어느 올림픽보다 많이 회자됐습니다.

태권도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Pita Taufatofua)는 상의가 없는 조국 통가의 전통 의상 차림으로 근육질 몸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통가 국기를 들고 개회식에 입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NBC의 아침 뉴스인 투데이 쇼에 출연해 다시 한 번 근육질 몸을 자랑하기도 했죠. 앞서 미국 남자 기계체조 팀은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에 전지훈련차 방문했다가 자신들의 근육질 몸을 마음껏 드러내는 사진을 올리며 “관심받고 싶다”는 뜻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여자 기계체조 팀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다이빙 선수들이 연기를 펼친 뒤 샤워를 하며 몸을 씻어내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 사진이 수도 없이 돌아다닙니다. 남자 선수들은 꽉 끼는 삼각팬티만 입고 있다 보니, 화면을 보다 보면 얼핏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동성애 역사를 연구한 전문가이자 은퇴 후에 커밍아웃한 올림픽 다이빙 챔피언 그렉 루가니스(Greg Louganis)의 전기를 함께 쓰기도 한 에릭 마커스(Eric Marcus)는 누군가에게는 올림픽이 상대적으로 덜 노골적인 포르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주류 언론의 태도가 분명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남자 동성애자들이 남자 선수들의 몸매 이야기를 하고 이를 대상화해서 취급하는 것을 언론이 별문제 없이 다루고 있어요. 반대로 여자 선수들의 몸을 그런 식으로 대상화해 묘사하는 건 대부분 언론사가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죠.”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언론에서 금기시된다는 건 분명 예전과 달라진 점일 겁니다. 물론 금기시된다고 해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요. 대부분 레즈비언 웹사이트에도 여자 운동 선수의 몸매를 부각한 사진 기사를 전면에 걸어놓은 곳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통가의 기수가 타우파토푸아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면 아마 그녀는 투데이 쇼에 초대받지 못했을 겁니다. 진행자들이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어 보며 탄성을 자아내는 일도 당연히 없었겠죠. 마커스는 이에 대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여성을 종속시키는 것과 연관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 몸을 바라보는 시선, 이를 다루는 맥락이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여전히 여자 선수들의 몸매를 대상화한 덕분에 인기를 끄는 종목도 있습니다. 대부분 선수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비치발리볼이 대표적인데, 사실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비키니 차림이 반드시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집트 여자 선수는 (종교적인 이유로) 긴 쫄바지와 긴팔, 머리를 감싸는 히잡을 쓰고 비치발리볼 경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보통 남녀를 불문하고 선수를 향한 모욕으로 비칩니다. 마커스는 이에 관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운동 선수들과 대개 몸매가 드러나는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댄서들을 비교했습니다. 대표적인 스포츠 채널 ESPN은 선수들의 우월한 몸매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누드 화보를 만들어 발행하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도 선수들의 신체를 대상화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선수들의 몸을 사진으로 보여준 뒤 어떤 종목의 선수일지 맞춰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죠. 선수들의 신체에 주목하고 그를 부각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선수들을 모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례도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유도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인스타그램에 다 같이 식스팩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려 이목을 끌었습니다. 통가의 기수는 개회식의 깜짝 스타가 된 이후 하룻밤 사이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3만 명이 늘었습니다. 마커스는 무엇보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몸매에 경탄하며 그 몸을 뚫어지라 쳐다봐도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는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자,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는데 마침 사실상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듯한 사진이 컴퓨터 화면에 떴다고 칩시다. 누가 그걸 보고 제게 지금 포르노를 보는 거냐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저는 엄연히 올림픽을 시청하고 즐기고 있는 겁니다. (게이 선수인) 톰 데일리가 싱크로 다이빙을 연기한 파트너와 물속에서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며 꼭 안아주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의 한 장면일 뿐이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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