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이 경험한 종교적 환상
2016년 8월 19일  |  By:   |  과학  |  1 comment

초기의 정신분석학자들은 종교를 신경증의 하나로 생각했지만, 오늘날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더 이상 종교적 믿음을 정신병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즉, 오늘날에는 당신이 신을 믿든, 조로아스터교를 믿든, 데메테르 혹은 달의 여신을 믿든 정신과 의사가 이를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무엇이든, 정신병이라는 딱지를 걱정하지 않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종교적 체험에 대한 반응은 이와 다릅니다. 신이 자기에게 직접 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거나 달의 여신이 지난 밤 창문으로 들어와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진지하게 취급받지 못합니다. 영성이 추상적 믿음에서 현실적인 실제 경험으로 바뀌는 순간, 의사는 당황해하기 시작합니다.

SF 소설가 필립 K 딕은 한 때, 정신병인지 종교적 체험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경험을 겪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치과 수술에서 회복중이던 1974년 2월, 그는 신비한 분홍색 불빛에 의해 깨어났습니다. 그 불빛 이후, 그는 추상적인 그림과 익숙하지 않은 정교한 청사진의 환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액체 불꽃’이라고 묘사한 흐르는 불의 에너지는 그의 주변과 자신의 몸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고대 로마의 풍경이 펼쳐진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고 주변은 온통 로마! 로마였습니다! 권력과 힘, 돌벽, 철창살이 있었습니다.”

동네 보육원은 로마의 감옥처럼 보였습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사자의 밥이 되기를 기다리는 기독교 순교자들이었습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로마시대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전제 로마제국 아래에서 딕은 자신이 그들과 비밀리에 전투를 벌이는 비밀 영적 전사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한 친구에게 이렇게 썼습니다. ‘적어도 로마 제국은 다시 한 번 서서히 표면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로마 제국에 대항하는 성령이 우리 안에 다시 돌아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환상은 결국 사라졌지만 딕은 그 경험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주해(Exegesis)”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본 것을 8,0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기록했습니다. SF 소설가로써 그는, 아무리 그럴듯하지 않은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이를 모두 고려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그 분홍색 불빛에 대한 그의 가정 중 상당수는 매우 기괴합니다. 그의 가정 중에는 외계의 생명체가 그의 육체로 들어와 자신의 뇌에 연결된 후 텔레파시를 이용해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과 그를 연결했을 가능성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1세기 기독교 사도중의 한 명인 도마(Thomas)입니다. 딕은 자신이 도마를 통해 로마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다른 가정으로는 그가 어떤 차원에서는 실제로 기독교 사도이며, 로마의 환영이 그의 다른 차원의 자아에게 보여진 것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혹은, 어쩌면 로마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사악한 우주적 존재이며 여러 시간대를 지배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또는, 그가 경험한 모든 환상이 KGB 의 텔레파시 실험의 결과일 수 있다는 가정도 있습니다. 딕은 이외에도 수많은 이론들을 세웠습니다. 그는 불교, 그노시스주의, 철학, 뇌과학, 융 이론 등을 이용해 자신의 환상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최소 가설’이라 이름 붙인, 모든 것이 자신의 정신병이라는 가설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일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그의 환상이 그저 그의 정신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의 환상이 정신병 때문만이 아니라는 흥미로운 증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딕이 암페타민 남용으로 인해 과대망상증을 알았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 있지만, 그가 암페타민을 끊은 것은 1974년 훨씬 이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판단력이 그 경험 중에 더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더 잘 챙겼고, 사업에서도 더 뛰어난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를 수호하는 도마의 명령을 따라, 그는 자신의 출판사에게 받지 못한 인세를 더 받아냈고, 자신의 수입을 수천 달러 더 늘였습니다. 한 번은 환상 중의 목소리가 그에게 그의 갓 태어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말했고, 아이에게는 탈장이 있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딕은 판단력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더 행복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보다 충만해졌고 또한 여유로와 졌다고 썼습니다.

오늘날 정신과 의사들은 이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별달리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날 의사와 치료사들은 긍정적인 영적 경험에 대해, 그리고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않습니다. 정신 질환이란 말 그대로 정신 기능의 하락을 의미할 뿐, 상승은 다루지 않습니다. 몸이 더 좋아지는 병을 병이라고 불러서는 안되겠지요. C G 융, R D 래잉,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등 몇 명의 선구자들이 영적 경험을 정신의학으로 다루려 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영적 경험을 겪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먼저 명상 기록 등을 이용해 이를 배워야 합니다. 명상을 하는 이들에게 환상은 흔한 경험이며 이들은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들을 알고 있습니다. 바닥에 앉아, 호흡을 유지하며, 자신의 경험을 관찰합니다. 그 경험과 너무 멀어서도 안되며, 너무 가까워서도 안됩니다.

불꽃은 때로 사라집니다. 1976년, 딕은 ‘성스러운 영’이 자신을 떠났다고 느낍니다. 그는 슬픔을 못이겨 혈압약을 과용한 후 손목을 그었습니다. 그는 확실하게 죽기 위해 차고 안 자동차 의자에 앉아 차고 문을 닫고 자동차 시동을 켰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그는 혈압약을 토했고 손목의 피는 말라 붙었으며 자동차 엔진은 저절로 꺼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 “블레이드 러너(1982)”가 영화화 될 때 까지 살았습니다. 물론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성스러운 불을 다시 느끼는 것이었겠죠.

(AEON)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