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말싸움, 여성 정치인에게는 이중의 부담입니다
2016년 8월 16일  |  By:   |  세계, 정치  |  1 comment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쉽게 딱지가 붙습니다. 쌈닭에서 국민엄마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프레임 속에 넣는 별명이 붙고, 헤어 스타일, 구두, 가방까지 모든 것이 분석당하죠. 모든 정치인들의 최대 무기인 말도 예외가 아닙니다.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말에서부터 다른 정치인들과 주고받는 말에 이르기까지 여성 정치인들의 말은 유난히 도마 위에 자주 오릅니다. 목소리 톤에서부터 단어 선택, 이야기 주제, 대화 방식까지 모든 차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가 어렵죠.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권위는 흔히 남성의 목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흔한 정치 슬로건도 깊고 낮은 목소리로 변조해서 들려줬더니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마거릿 대처도 당권과 총리직에 도전하기 전에 웅변 수업을 통해 소녀 같았던 목소리 톤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소리 톤만 문제가 아닙니다. 목소리 높낮이의 폭이 큰 것은 감정적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남성 정치인이 목소리 높낮이 변화로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례로, 공화당 대선 주자 일곱 명의 목소리를 분석했더니 랜드 폴의 목소리 높낮이 변화가 가장 컸지만, 그의 이미지는 “감정적인 인물”과 거리가 멉니다.  여성 정치인의 사정은 좀 다릅니다.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나 치열한 토론을 좋아하지 않는 독일의 정치 문화 속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엄마같이” 잔잔하고 차분한 목소리 톤을 마스터했죠. 경륜과 달변을 자랑하는 힐러리 클린턴도 작은 무대에서는 말투가 차분합니다. 하지만 정치인이 때로는 격한 목소리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기대하는 미국의 정치 문화에서 클린턴이 이를 시도하면 “목소리가 찢어진다”, “허세를 부린다” 등의 비난이 꼭 등장합니다. 웃음소리가 닭 울음소리(cackle) 같다는 말 역시 역시 남성 정치인은 좀처럼 듣지 않는 비난입니다.

말의 주제를 고르는 작업 역시 지뢰밭에 가깝습니다. 남성 정치인들은 인터뷰에서 남성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좀처럼 받지 않습니다. 반면 여성 정치인들은 일상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고, 또 이런 질문은 이중의 함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총리 경쟁에 뛰어들었던 안드레아 리드섬은 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했다가 아이가 없는 메이를 공격한다는 비난을 받고 물러나게 되었으니까요.

자신을 둘러싼 성차별적인 환경에 어느 정도로 맞설 것인가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유머를 모르는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니까요. 2010년부터 13년까지 호주 총리를 지낸 줄리아 길라드의 2012년 연설은 구글에서 자동 완성 검색어가 되었을 만큼 유명합니다. 호주 정치계의 뿌리깊은 여성혐오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은 해당 연설에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냈고, 반대파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길라드는 이 연설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죠.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 “여성” 딱지를 떼고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날이 오기전에 여성주의의 진정한 승리를 선포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입니다.

여성 정치인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는가도 관건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이 “남자같이” 행동할수록 권위를 인정받지만, 그럴수록 주변 남녀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연구 결과입니다. 물론 터프함과 호감을 동시에 잡는 것이 불가능한 과업은 아닙니다. 2015년 영국 총선 토론회에서 스코틀랜드 국민당 대표 니콜라 스터전은 토론자 7명 중 가장 남의 말에 자주 끼어든 후보로 집계됐습니다. 남의 말을 방해하는 것은 “남성적인” 화법 가운데 하나고 여성이 시도했을 때 욕 먹기 쉬운 전략이지만, 당시 스터전은 토론회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토론회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스터전이 격한 토론의 화법과 권위있는 톤, 따뜻한 인간미 사이를 능숙하게 넘나들었다고 평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이 세 가지 중 하나에만 능하지만, 여성 정치인들은 특히 한 가지로 분류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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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앓느니 죽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어려운 과업에 도전하는 여성들, 힐러리클린턴을 포함해서, 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