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난한 유색인종을 향한 경찰 폭력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2)
2016년 8월 10일  |  By:   |  세계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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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경범죄의 대가를 누구보다 혹독하게 치르는 저소득층, 유색 인종들

미국 형사 제도의 다른 면면이 그러하듯 경범죄로 붙잡히거나 처벌을 받는 것도 유색인종 저소득층에게 훨씬 빈번한 일입니다. 형사 제도를 연구하는 로욜라대학 로스쿨의 알렉산드라 나타포프(Alexandra Natapoff) 교수는 경찰의 이른바 ‘표적 검문’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합니다.

“유색인종,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동네에 경찰을 집중해서 단속하는 겁니다. 자연히 경범죄로 붙잡힐 확률이 높아지죠. 경범죄로 처벌을 받았을 때 받는 부담도 유색인종 저소득층에는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당장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의 벌금, 과태료가 부과되고 이를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죠. 실제로 저소득층 가운데 경범죄를 짓고 벌금을 내지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되는 이들도 많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미국 전체 통계를 보면 경찰이 흑인이나 히스패닉 운전자를 불러세워 검문을 할 확률이 백인 운전자를 불러세울 확률보다 더 높습니다. 똑같이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흑인이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될 확률이 백인보다 네 배 높습니다. 시카고와 뉴욕 등 대도시에서 경찰이 불시에 검문검색(stop and frisk)을 하는 대상은 주로 흑인입니다.

police stops

데이터 출처: 뉴욕 남부지방법원 판례. 2013년 뉴욕 지방법원은 불시 검문검색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문제는 소수인종이나 저소득층이 실제로 범죄를 더 자주 저질러서 경찰에 더 많이 붙잡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불시 검문검색 기록을 보면, 경찰이 수색한 사람의 대부분은 무기나 밀수품을 소지하지 않았습니다. 검문검색을 당한 흑인의 1%가 무기나 밀수품을 갖고 있었고, 백인의 경우 이 비율은 1.4%였습니다. 즉 흑인이 검문검색을 훨씬 더 많이 당하지만, 흑인이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더 높다는 주장이나 통념은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특정 인종이 교통법규를 더 무시하고 난폭하게 운전한다는 통념도 실제 데이터를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마약을 하는 비율도, 마약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비율도 굉장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는 비율을 보면 흑인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나타포프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끔 잘못한 게 없으면 경찰이 왜 불러세우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건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경찰이 고심 끝에 수상한 사람만 불러세우는 게 아니거든요. 유색인종들이 사는 동네에 가보면 경찰들은 정말 온갖 이유를 다 갖다 붙여 사람을 불러세우고 검문검색을 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무언가 수상한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먼저 경찰 개개인의 무의식적인 인종차별 의식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흑인과 범죄를 더 쉽게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났습니다.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면 운전을 하는 흑인이든 길을 걸어가는 흑인이든 무언가 범죄 용의점이 있다는 의심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불러세우는 일이 더 잦을 수 있습니다.

경찰 조직의 업무 평가 방식과 기대치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특히 경찰관이 일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평가할 때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생산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이 검문하고 딱지를 떼거나 체포를 했느냐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정치적인 힘이 약하기 때문에 더 쉽게 위반 사실을 적발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저소득층, 흑인 동네를 찾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부유한 백인 사회에서는 딱지 하나 떼는 것도 훨씬 어려울 겁니다. 정치적인 힘을 동원해 경찰이 원칙대로 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 것이고, 표심을 거스를 수 없는 시장 등 선출직 공무원을 압박해 경찰을 견제하려 할 테니까요.

이런 문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정한 경찰관도 있습니다. 경찰 당국의 암묵적인 할당제를 고소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뉴욕시 경찰 아딜 폴란코(Adhyl Polanco)는 W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찰의 직무 수행 평가를 그저 업무량만으로 하게 되면 당연히 경찰들은 가장 약한 고리를 공략하게 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로, 흑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호화 요트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사는 동네로 갑니다. (거기서는 실적을 올리기 쉬우니까요)”

뉴욕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무부의 퍼거슨 보고서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납니다. 퍼거슨 시는 경찰들을 관할 구역에 따라 나눈 뒤 실적 경쟁을 시켰는데, 기준은 얼마나 많은 범칙금을 부과해 시 정부의 수입을 올리느냐였습니다.

대부분 흑인,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투입되는 경찰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자주 경찰에 붙잡히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퍼거슨 인구의 67%는 흑인입니다. 2012~2014년 전체 인구의 85%가 적어도 한 번은 경찰에 붙잡혔고, 90%는 딱지를 떼거나 법정 소환장을 받았습니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 93%는 흑인이었습니다.

체포라고 해봤자 대부분 정말 하찮은 이유였습니다. 법무부 보고서에서 발췌한 사례를 한 번 보시죠.

경찰관들이 자주 사용하는 경범죄 조항이 29조 16항의 1절인데, 내용은 공무를 집행하고 있는 경찰관의 법적 명령이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죄, 즉 공무집행 방해죄 정도에 해당한다. 많은 경우 경찰관은 현행범이 아닌데도, 누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지 명령을 내린다. 범죄가 발생할 징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지시는 ‘법적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이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녀)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죄로 체포되는 게 현실이다.

“겉치레 정지 명령(pretextual stop)”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의 꼬리등이 깨진 차는 혹시 다른 사고나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꼬리등이 깨진 점을 구실 삼아 불러 세워 혹시 더 심각한 문제의 징후는 없는지 조사해보는 겁니다. 이와 같은 “겉치레 정지 명령”은 경찰의 지나친 개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필란도 카스틸의 경우도 바로 이런 “겉치레 정지 명령”에서 시작된 재앙이었습니다. 처음에 경찰이 그를 불러세운 건 차량 꼬리등이 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찰관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강도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카스틸의 넓적한 코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심각한 인종차별적인 사고입니다) 하지만 카스틸은 강도에 가담한 적이 없어 보입니다. 강도를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경찰에 붙잡히면 그 자체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혀 벌금을 내게 되고 돈이 없으면 며칠이라도 징역을 살아야 하고 최악의 경우 경찰과 직접적인 승강이를 벌이다가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범죄학자들이 “죄목의 확장(net widening)”이라 부르는 문제도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지방 정부, 주 정부, 연방 정부가 점점 더 많은 행위를 범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거나 아주 사소한 주의, 경고만 받고 넘어갔을 경범죄를 저지르면 이제는 무시 못 할 벌금형, 심지어 징역형까지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찰은 또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일도 심각한 범죄 다루듯 단속하고 처벌하게 된 겁니다.

빨간불을 무시한 교통신호 위반이 대표적입니다. 예전에는 노란불에서 아슬아슬하게 교차로를 지나가거나 사실상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는 시간에 신호를 무시한 차량, 아니면 응급 환자를 태우고 가는 등 사정이 있던 개인 차량에 굳이 딱지를 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교차로에 설치해놓은 단속 카메라를 활용하다 보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모든 위반 차량이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곤잘레즈 반 클레브 교수는 마치 저인망 어선처럼 경범죄를 긁어모으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다양한 죄목을 들어 더 많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거죠. 단속되는 사람들이 전부 감옥에 가는 건 아녜요. 하지만 벌금을 내게 되고 필요하면 법정에 가야 하는 것 자체가 처벌인 셈이죠. 비숙련직에서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이건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월차 같은 제도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사정을 이야기하고 하루 일을 쉬고 법정에 가기도 어렵죠. 벌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울 수가 있죠. 어떤 이들에게는 벌금을 내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비용이 간신히 모은 최소한의 아이들 양육비일 때도 있어요. 이 돈을 못 내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수배자가 되죠. 이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소득층 유색인종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도 죄목을 늘려 경찰의 업무 영역을 이것저것 넓히다 보면, 정작 경찰이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심각한 범죄를 다룰 인력이 부족해집니다. 곤잘레즈 반 클레브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폭력 범죄가 늘 치안 불안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 정작 경찰들은 시시콜콜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투입되고 있어요.” (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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