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교수들에게 가장 유리한 육아 휴직 정책
2016년 6월 30일  |  By:   |  경제  |  No Comment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 가운데 여성이 많지 않은 현실은 몇몇 대학이 가족 친화적인 고용 정책을 도입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의 커리어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이런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즉, 남성 경제학자들이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는 것이죠.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서류상 성차별이 없어 보이는 정책도 실제로 그 효과를 살펴보면 성차별이 없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대부분 여성은 임신 기간의 부담과 출산, 양육, 그리고 부모 역할에 있어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과 같은 수준의 책임이나 부담을 짊어지지 않는데도 여성과 똑같이 육아 휴직을 받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성을 가정할 때 최근에 만들어진 정책이 남성에게 더 많은 이득을 준 것이 놀랍지는 않습니다.

명문 대학에서 교수로 성공하기 위해서 학자들은 박사 학위를 받고 조교수로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그런 뒤에 정년 심사를 하기 전에 세계적인 연구자로서 명성을 쌓아야 합니다. 조교수로 임용되고 정년 심사를 하기까지 (경제학의 경우) 7년 안에 성공하면 평생 일자리를 보장받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들은 해당 학교에서 해고되고 다른 학교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합니다.

이는 특히 여성에게 어려운 길입니다. 왜냐면 이러한 커리어에 대한 압박이 출산과 육아를 주로 담당하게 되는 나이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남자 조교수는 전업주부인 부인의 도움을 받지만, 여성 조교수들의 경우 대개 경력을 쌓는 데 압박을 받는, 제 코가 석 자인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에게 분명히 불리한 상황이죠.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많은 대학은 출산하는 경우 정년 심사를 미루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주로 아이가 한 명 태어나면 정년 심사가 1년씩 미뤄지는데, 현실에서 이 정책은 성별과 관계없이 주어집니다. 즉, 아빠 교수도 엄마 교수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나면 정년 심사가 1년 미뤄집니다. 많은 대학이 이러한 정책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도입했고, 미국 대학 중 1/5 정도만 도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정책의 도입이 학자들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경제학자 세 명의 연구를 보면, 남성 경제학자가 첫 번째로 일자리를 잡은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확률은 19%P 높아졌습니다. 반면, 여성이 정년이 보장받을 확률은 22%P 감소했습니다. 정책 도입 이전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첫 직장에서 정년을 보장받을 확률이 30%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정책을 도입한 뒤 여성이 정년을 보장받는 확률이 크게 떨어진 셈입니다. 이 논문의 결과는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서 여성 학자들에게 정년 보장의 벽이 훨씬 높아졌음을 보여줍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의 쉘리 룬드버그 교수는 제게 “이 정책이 여성들에게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오랫동안 생각하긴 했지만, 그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습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미국에서 상위 50위 안에 드는 경제학과에서 지난 20년간 고용된 모든 조교수의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학별로 교수들이 부모가 되는 경우 정년 심사 기준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자료를 더했습니다. 저자들은 교수의 성별과 관련 없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정년 심사를 연장하는 정책이 도입되기 전과 도입되고 난 이후의 성별 정년 심사 통과 비율을 그 대학과 비슷한 여건이지만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지 않은 대학에서의 성별 정년 심사 통과율과 비교했습니다.

이들은 출산 휴가를 받은 남성 경제학자의 경우 그 기간 논문을 쓰고 놀라운 연구 업적을 쌓아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성 경제학자의 경우 이런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출산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감이나 난산으로 인한 어려움, 여성이 상대적으로 양육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과 같은 요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부모가 되는 대가로 아빠보다 엄마가 감내해야 하는 희생이 더 크다면, 이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맞아떨어집니다. 남자 교수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줌으로써 성별과 관계없이 주어지는 똑같은 육아 휴직 정책은 오히려 여성에게 정년 보장 심사의 벽을 더 높였습니다.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이 논문의 결과가 “제가 매일 현장에서 듣고 보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부모가 되었을 때 남자 교수에게 똑같이 육아 휴직을 주는 것은 여성에게 불리한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문제는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부담을 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임신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데이비스-블레이크 학장은 “저는 입덧 때문에 매일 구토를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변호사의 눈으로 봤을 때 성별 중립적인 정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제가 제 동료들을 관찰한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남성 경제학자들은 육아 휴직을 쓰기 전에 경력에 대한 걱정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 경제학자들은 여러 고려 사항 때문에 정년 심사까지 기다린 뒤 아이를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이 논문으로 인해 대학 내에서 어려운 토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나은 육아휴직 정책이 정착되어야 비로소 경제학은 – 과학이나 다른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이 – 남자들만의 학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소수의 대학만이 출산 휴가에 관해 여자 교수와 남자 교수에게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서 연구자들이 이 정책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경제학은 여전히 남성이 지배적인 학문 분야입니다. 이번 논문 결과는 대학이 좋은 의도로 시행한 정책이 오히려 이러한 현실을 더 강화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논문의 저자인 여성 경제학자 세 명은 경제학의 방법론을 통해서 의도하지 않은 효과까지 고려한 육아 휴직 정책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연구를 보면서 만약 더 많은 여성 경제학자들이 있었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정책 실수들을 피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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