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걱정인 미국 학부모들
2016년 6월 10일  |  By:   |  경제  |  No Comment

“올여름 자녀에게 어떤 뜻깊은 방학을 선물하실 건가요?”

이 질문을 (미국 학부모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이번 방학 때 아이 어느 캠프에 보내세요?”

좀 더 노골적인 질문으로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일주일에 얼마짜리 캠프죠?”

보통 두 달 반 가까이 되는 미국 학교의 여름방학은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안 가고 뛰어놀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아이들 방학이라고 일을 쉴 수 없는 부모에게는 사실 여간 골치 아픈 기간이 아닙니다. 말이 좋아 방학이지 여름 캠프든 보충 수업이든 아이를 어딘가에 보내야 하는데 여기서 부모의 재력 차이가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방학 계획을 묻는 말은 결국 괜찮은 캠프나 교육 프로그램에 보낼 만큼 저축을 해두었냐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캠프라고 해서 몇 밤 자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여름방학 때만 열리는 체험학습이나 학원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칼럼니스트 델란토니아(KJ Dell’Antonia)가 “여름방학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가족들(The Families That Can’t Afford Summer)”이라는 제목으로 저소득층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짚었습니다. 칼럼을 요약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41살 톨란다 바르네트 씨는 올여름 6살 난 아들에게 무언가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바르네트 씨는 얼마 전 열심히 모은 돈을 다 털어 가족이 1년 가까이 살던 보호소에서 나와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가장 저렴한 여름 캠프에도 아들을 보낼 돈이 없습니다. 12살 딸에게 아들을 맡길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같이 놀고 친구들 가는 캠프에도 가고 싶을 딸에게 방학 내내 동생을 돌봐달라고 부탁하기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여섯 살 아들을 보낼 어딘가, 무언가가 있을까 열심히 찾고 또 찾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한데 일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학교들이 학사 과정에 여름방학을 10~11주 정도 편성하는 데는 기본적인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방학 동안 아이를 돌보고 공부가 끊기지 않도록 지도해줄 부모가 집에 한 명은 있으리라는 가정이죠. 하지만 이는 미국인 가정 네 집 중 한 집 정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맞벌이 부부 혹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적잖은 아이들에게 방학은 아무도 놀아주는 이 없는 집에서 보내야 하는 ‘할 일 없는 시간’입니다.

‘신나는 방학’, ‘학교 밖으로 나가 더 큰 배움을 실천하는 방학’은 갈수록 한정된 계층에만 허용된 값비싼 소비재가 됐습니다. 아이와 함께 뒷마당에서 스프링클러로 물장난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즐거운 시간, 로봇 캠프에 가서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행복한 방학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허용된 여름방학의 모습이 아닙니다.

2014년 조사에서 미국 부모들은 여름방학 동안 아이 한 명당 평균 958달러, 우리돈으로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쓸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여름 캠프나 보충 수업 등 교육 프로그램에 아이를 보낼 여력이 없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가족이나 친구에게 자신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그것마저 어려우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6~12세 어린이의 11%가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혼자서 보냅니다. 이 수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4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아홉 살 난 아이를 공원에 혼자 놀도록 두고 일하러 갔던 엄마가 아동보호법 위반으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TV라도 보면서 집에 있으라고 신신당부하게 됩니다.

여름은 저소득층 가정에 특히 잔인한 달입니다. 싼값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드물고 자연히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배움에서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수학 실력이 떨어집니다.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은 특히 두 달 동안 독해력도 떨어지는데, 이는 개학한 뒤에도 좀처럼 회복이 안 됩니다. 이런 격차가 쌓이고 쌓여 5학년이 끝날 때쯤이면 부잣집 아이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 수준 차이는 평균 3년 정도로 벌어집니다. 소득 수준에 따른 학습 능력 차이의 절반가량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로 설명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름방학 동안 방과후 학교나 일종의 보충수업을 더 많이 개설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실제로 2013년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1/3은 자녀 중 적어도 한 명은 여름방학 동안 그런 프로그램에 보냈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은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방학 학교나 보충수업에 자녀를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법원 서기로 일하는 록사나 카스틸레호 씨는 올여름 8살 딸을 어느 캠프에 보낼지 여전히 찾고 있습니다.

“정말 근사한 캠프 많죠. 하지만 그런 건 일주일에 500달러 이상 내야 해요.”

카스틸레호 씨는 그나마 프로그램이 괜찮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캠프를 찾았습니다. 가격은 일주일에 175달러. 하지만 일주일에 550달러를 버는 카스틸레호 씨가 집세를 내고 생필품을 사고 나면 여전히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비용이었습니다.

“평소에 저축이란 걸 할 여유가 도저히 없는걸요. 그렇다고 생활 보조를 받을 처지는 또 안 되고요. 그나마 식료품 보조금 쿠폰을 받는데 고작 한 달에 달랑 16달러어치입니다. 있으나 마나죠.”

비싸지 않은 프로그램은 그만큼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부지런하지 않으면 예약도 못 합니다. 지난 2월부터 병원 청력 검진센터에서 환자 도우미로 일하는 암브레 오스본 씨는 일자리를 구하자마자 잽싸게 7살 난 딸아이 여름 캠프부터 찾았습니다.

“대부분 캠프 비용이 일주일에 225달러 정도였어요. 그러다 시 정부가 후원하는 일주일에 100달러 하는 캠프 모집 공고가 떴죠. 한나절도 채 안 돼 정원이 다 찼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표 구하듯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죠.”

운 좋게 딸아이를 위해 한 자리를 예약한 오스본 씨. 하지만 이미 일주일에 250달러를 내고 두 살 난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오스본 씨 부부는 올여름 두 아이의 어린이집, 캠프 비용으로만 가계 수입의 23%를 쓰게 됐습니다.

이 정도 지출은 저 또래 아이를 둔 미국 가정에서 흔한 일입니다.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는 보육과 교육에 드는 비용이 가계 수입의 10%를 넘지 않아야 “적정 교육비 지출”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류층 가정이 아니고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여름방학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독일이나 영국 학교는 대개 6주 정도 여름방학을 갖습니다. 미국에서도 몇몇 학교는 연중 내내 재량 휴일을 지정하는 대신 방학을 짧게 하기도 합니다. 길고 긴 방학 동안 책을 놓아버린 학생들이 방학 후 다시 어렵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문제는 좀 덜하지만, 돌봐줄 사람 없는 집에 혼자 방치되는 아이의 문제는 여전합니다. 단지 그 기간이 여름 내내 계속되느냐 불규칙적으로 보름에 하루 이틀씩 찾아오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결국은 일하는 학부모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사회와 정부 책임입니다. 긴 방학을 탓할 일이 아니죠. 연방정부, 주 정부, 교육청, 민간기업의 지원, 후원을 다 합쳐도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득과 관계없이 부담할 수 있는 보충수업, 방과후 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더 많이 열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또한,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양육비 지원이나 육아 관련 세제 혜택처럼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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