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실업률은 왜 이렇게 높을까요?
2016년 5월 6일  |  By:   |  경영, 세계  |  No Comment

지난 금요일, 유럽 경제가 예상치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유럽은 국가 부채 위기, 테러리스트의 공격, 난민과 이민자들의 유입, 그리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지도 모르는 상황 등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페인 문제는 또 하나의 난제입니다. 유럽 전역에서 경기가 회복하고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실업률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의 실업률은 여전히 20%이며, 금융위기로부터 회복하던 지난 5년 내내 실업률은 줄곧 20%를 웃돌았습니다. 이탈리아의 11%, 포르투갈의 12%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스페인의 실업률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직업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2년 전 실업률 25%보다는 감소 추세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2019년 이전에 실업률이 15%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25세 이하 노동 인구를 놓고 보면 청년 실업률은 현재 45.5%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높습니다. 거의 반년에 걸친 정당 간 협상 끝에 새로 출범한 스페인 내각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현명하고 대담한 정책을 실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너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스페인의 오래된 특징이자 고질병이기도 합니다. 마드리드 자치대학교의 마르셀 얀센(Marcel Jansen) 교수는 실업률이 20% 이상인 것이 스페인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스페인이 민주화로 이행한 1970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세 차례나 실업률이 20%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에 실업률이 치솟았다가 다른 유럽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데 14년이나 걸린 것도 불길한 점이라고 얀센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지나치게 높은 비정규직, 계약직 비율도 근본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이 문제의 근원을 찾다 보면 프랑코 독재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독재 시절에는 많은 일자리가 소위 철밥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 번 고용되면 좀처럼 해고되지 않는 보호 조항이 가득했는데, 이런 조항은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독재 시절부터 이어온 일자리가 여전히 철밥통이다 보니 민주화 이후 새로운 고용 가운데 비정규직, 계약직이 크게 늘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을 기준으로 스페인 전체 일자리의 1/3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이는 물론 유럽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경제 위기가 닥치자 해고하기 쉬운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부터 먼저 정리됐습니다. 이런 관행은 여전히 남아 스페인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즉, 회복세에 들어선 기업들이 고용을 늘렸다는 발표를 보면 여전히 고용 대부분은 고용 안정성이 턱없이 부족한 비정규직이고, 기존에 일자리를 가진 이들에만 적용되는 지나친 보호 조항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겁니다. 철밥통 정규직과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비정규직의 이원화는 스페인 경제 성장을 막고 있습니다.

얀센 교수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조항을 새로 넣고 기존의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조항을 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치권은 이런 주장을 반기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 스페인의 노동 인구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쭉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많은데, 실업자의 거의 1/4이 4년 이상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들은 갈수록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컸던 건설업 경기는 앞으로 몇 년간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얀센 교수는 장기간 실업 상태였던 노동자들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도 돈이 드는데, 스페인 정부의 재정 적자가 유럽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스페인에서 유럽 전역에 걸쳐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페인 노동 시장은 분명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는 돈이 들고, 기존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 간에 타협을 끌어내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스페인 정치권도 너무 분열돼 있어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유럽연합 정부가 먼저 나서 고용을 늘리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부채 탕감과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아무리 높아도 아직 유럽연합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이든 어떤 나라든 그렇게 높은 실업률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