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통해 자연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법
2016년 5월 3일  |  By:   |  과학, 세계  |  No Comment

* 에린 비바(Erin Biba)는 과학에 관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듣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훨씬 현대 과학에서 훨씬 새로운 기술이 많이 쓰이는 분야가 있습니다. 뛰어난 연산력을 가진 컴퓨터를 연결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내는 머신러닝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이 바로 그것입니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환경 과학입니다. 지하수, 기후 변화, 동물들의 이주, 분포 등 지구의 다양한 구조, 체계, 현상을 분석하는 데 머신러닝이 쓰이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세우는 일은 과학자뿐 아니라 정책결정자에게도 유용한 수단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머신러닝이 활용되는지 세 가지 분야를 소개합니다.

  • 새와 코끼리 지키기

코넬 대학교의 카를라 고메스(Carla P. Gomes) 교수는 이 분야의 선구자입니다. 2008년 미국 연방정부의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1천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하며 사회적으로 혜택을 가져오는 연구를 장려했을 때 고메스 교수는 과학자들을 모아 팀을 꾸렸습니다.

다양한 생물종 보호는 머신러닝이 환경 과학에 직접 쓰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로, 고메스 교수가 있는 코넬 대학교의 컴퓨터 환경 연구소(Institute for Computational Sustainability)는 조류학과 실험실과 함께 새를 관찰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eBird”라는 앱을 출시해 일반 시민들이 자기 동네에서 어떤 새들을 몇 마리나 관찰했는지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30만 명이 총 3억 회 이상의 관찰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들이 밖에서 새를 관찰한 시간만 합해도 무려 2천2백만 시간에 달합니다.

(원문에서 일반인의 관찰을 토대로 1년 동안 녹색제비(Tree Swallow)가 아메리카 대륙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기록과 연구실의 관찰 데이터, 기존 연구 등을 모두 모아 새마다 언제 어디에 주로 머무는지, 계절이 바뀌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메스 교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게 된 뒤 예측이 훨씬 정확해졌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관찰 데이터가 부족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새가 어디서 발견되고, 어디에서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안 보이고 이런 데이터를 모아보면 이 새가 좋아하는 서식지를 알아낼 수 있죠. 그리고는 머신러닝으로 알고리즘을 짠 굉장히 정교한 모델을 통해 새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예측하는 거죠.”

그리고 이 결과를 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환경운동가, 정책결정자들과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는 새들이 이동하는 중에 잠시 머물며 쉴 곳에 필요한 물이 남아있도록 캘리포니아에서 가뭄이 심한 지역의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역경매를 실시합니다. 물을 남겨두면 어느 정도 보상금을 지원하는 건데,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역을 특정하는 데 빅데이터가 쓰입니다. 새들이 정확히 어떤 경로로 이동하며 어디서 쉬어갈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 말고 다른 야생동물 보호에도 새로운 머신러닝 기술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숲의 특정 지점에서 몇 시간 동안 주변 소리만 녹음한 뒤 이를 분석해도 코끼리가 주고 받는 저주파 신호를 분석해 코끼리가 어디에 몇 마리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또 밀렵꾼들의 총 소리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회색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활동 반경을 파악해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해주는 일도 할 수 있죠.

  • 위성사진으로 플랑크톤 분석

나사의 연구원인 세실 루소(Cecile Rousseaux)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바다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개체수를 측정하고 정확한 분포를 추적해 왔습니다. 바다 표면에 떠다니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우리가 숨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바다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한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입니다.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고 나서는 탄소를 안고 해저로 가라앉기 때문에 현재 지구의 대기 구성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루소가 플랑크톤을 추적하는 데 활용하는 자료는 인공위성에서 시시각각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아직까지는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수가 어느 정도이고,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도를 분석하는 게 전부지만, 2022년 시작할 PACE(Pre-Aerosol Clouds and ocean Ecosystem)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훨씬 더 상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도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각각의 플랑크톤이 생태계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조금씩 다릅니다. 예들 들어 규조류돌말(diatoms)이라는 플랑크톤은 큰 편에 속하며 해저로 빨리 가라앉습니다. 영양소도 풍부하죠. PACE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게 되면 각각의 미생물과 플랑크톤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게 되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지질 분석

국립과학재단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아예 대기부터 지표, 지각을 아우르는 지구의 전체 모습을 3차원으로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어스큐브(EarthCube)”라 불리는 3차원 모델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은 데이터를 모두 합쳐놓은 것입니다. 지표, 대기, 지각 등 모든 곳의 모습을 현실에 가장 가깝게 구현해내고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해두면, 지구가 어떻게 활동하고 어떤 현상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더욱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갑작스런 홍수나 이상기후, 자연재해 등을 미리 예측해 대책을 세우거나 아예 먼저 이를 예방하는 법을 개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어스큐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예 디지털 지층(Digital Crust)이란 걸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수, 대수층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를 비롯해 지표, 지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자 합니다.

“지하수가 어느 정도 있는지, 얼마나 유지될지를 과학적으로 계산해낼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대입해 상황에 대비할 수 있죠.”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카이 브리스톨(Sky Bristol)의 말입니다.

또한, 머신러닝은 지표와 대기에서 각기 다른 현상이 일어났을 때 두 현상이 맞물려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예측하는 데도 쓰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수를 더 많이 끌어다 쓰는 동시에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어떻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예측하는 식이죠.

디지털 지층 프로젝트는 올 여름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인데, 어스큐브 프로젝트 자체가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우리는 누구든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하는 데 머신러닝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지구과학자들이 각기 다른 데이터를 훨씬 쉽게 취합해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하게 되면, 이를 통해 인류는 지구의 어떤 활동이 있고 나서야 거기에 반응하는 대신 미리 이를 알고 대책을 세울 수 있게 될 겁니다.

이 세 가지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방법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정확히 어느 지역의 빈곤율이 높은지, 빈곤을 퇴치하는 정책을 어디에 어떻게 실시했을 때 가장 효과가 높은지, 어업량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태양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물질을 찾는 데, 고래와 배의 충돌을 방지하는 데, 심지어 미국의 휘발유세 인상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도 머신러닝이 쓰입니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갈수록 인공지능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이 자명합니다. (En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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